'대기업 면세점 전쟁' 7사7색 필승카드

불 보듯 뻔한 엔딩…누가 먹어도 뒤탈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몫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단 2장이다. 도전자는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으로 3.5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각 기업들은 저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기대하는 눈치다. 

 
유통업계 최대 화두인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선정에 대한 최종 일정이 오는 10일로 확정됐다. 관세청은 9∼10일까지 사업계획 발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7곳은 저마다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단 1점 차이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심사 평가 기준을 보면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 총 1000점 만점이다.
 
이중 경영능력이나 관리능력은 사실상 엇비슷하다.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재무구조, 인력, 인프라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에서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면세점 쟁탈전의 핵심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따낼 경우 면세점 합작법인 현대DF를 통해 영업이익의 20%를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중소중견기업들과 손잡고 면세점업계 유일의 ‘상생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데 이은 두 번째로 이런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특허기간인 5년 동안 300억원가량을 사회에 환원하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상장기업의 평균 기부금 비율은 영업이익의 1%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이 국가 특허사업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한 만큼 영업이익의 20% 사회환원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부금액을 지역축제 개발, 학술연구, 장학금 지원 등 관광인프라 개발 지원과 한 부모 가정과 불우아동 후원, 장애아동 수술비 지원 등 소외계층지원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중소·중견기업의 무이자·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위해 1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도 만들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 계획인 ‘석세스투게더(Success Together)’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우수 중소중견기업 발굴과 판로 개척 ▲협력사 자금 금융지원과 대금지급 조건 개선 ▲협력사 기술 지원 ▲협력사 복리후생 ▲협력사와의 소통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신세계]
 
신세계그룹은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매출의 2.7% 정도 수준의 금액을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세계 면세점과 백화점을 둘러보고 남대문시장으로 관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향후 남대문시장 환경개선, 시장 마케팅 및 관광 콘텐츠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지원, 백화점과 면세점을 연계한 시장 우수상품 발굴 등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7개중 2개 선정 ‘경쟁률 3.5대1’
저마다 승부수 띄우고 승리 확신
 
신세계그룹은 남대문시장상인회, 중소기업청, 서울시, 중구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정부의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 사업에 15억원의 지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남대문시장의 콘텐츠 개발에 그간의 유통 노하우를 적극 제공하기로 한 셈이다. 
 
 
[한화]
 

사회환원 부문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선두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226억원을 벌어 10억원을 기부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5.54%를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집행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수준인 5%를 유지하는 한편 지역 상권과 주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 복지관을 대상으로 한 한화예술더하기 교육프로그램, 복지시설 내 태양광 발전 설비 무상설치, 사회적기업 한화B&B의 채용 연계형 바리스타 교육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SK]
 
SK네트웍스는 영업이익의 2∼4%(50억 수준)를 기부금 형식으로 납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동대문 상권 개발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2000~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변 평화시장을 비롯한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또한 SK네트웍스는 서울시의 ‘매뉴팩쳐 서울’과 서울디자인재단의 ‘도제식 패션·봉제 동반육성’ 사업 지원을 위해 600억원의 패션 소상공인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K패션의 글로벌 명품화를 적극 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면세점 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그룹은 중국 최대 여행사인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을 통해 매년 100만명의 VIP 고객을 유치해 연평균 매출 1조원, 순이익 1000억원을 달성해 5년간 500억원을 기부금으로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2002년부터 10년 이상 순이익의 10%를 마치 기독교의 십일조처럼 사회에 환원해왔다.
 
“1점 차이로 희비 갈릴 수도”
평가점수 높이기 막판 총력전

 
[롯데]
 
롯데그룹은 상생협력 우수기업, 가족친화기업, 사회적 기업 등 다수 인증을 받으며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을 위해서 롯데면세점 측은 피트인 면세타운 운영을 통한 ‘상생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만 주변지역 및 소외계층을 위해 18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동대문 지역 디자이너 후원, 성동구의 사회적 약자의 자립 지원, 문화·예술 콘텐츠 창작자 및 예술가 지원, 사회적 기업의 상품 판로 개척 등이 활동 내용들이다.
 
[HDC신라]
 
HDC신라면세점은 ‘K-디스커버리 협력단’을 발족한다. K-디스커버리 협력단은 민관 네트워크로 한국의 재발견을 통해 서울과 쇼핑 중심의 관광 산업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장시켜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당기자는데 뜻을 함께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 HDC신라면세점이 구상한 관광활성화의 골자는 지자체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면 HDC신라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코레일은 이들을 전국으로 실어나른다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전용관도 국내 최대인 3700㎡(1120평) 규모로 마련한다. 중소·중견기업 전용관에는 국산 화장품, 국산 핸드백, 지자체특산품, 한국식품명인, 중소기업전용 정책매장, 한국수산물코너, 코레일 특화매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할 금액은 200억∼3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면세점 입찰을 위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면세점 입찰' 막판 변수, 주차장 좁으면 말짱 도루묵?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형버스 주차장 확보 등 교통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주차난에 교통체증으로 도심 주변이 혼잡한 상황에서 면세점 후보업체들이 후보지를 도심권으로 정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이후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서울 남산과 남대문, 명동, 면세점 주변 지역이 넘쳐나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와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등으로 시민들이 각종 불편을 겪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대다수가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한다. 이를 수용할 주차공간을 비롯한 제반시설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매출이 가장 많은 소공점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버스가 평일 200여대, 주말 300여대에 달한다. 하지만 소공점 주차장에 한 번에 댈 수 있는 대형버스 수는 15대 정도다. 최대 2시간 머무는 것을 전제로 하루 5∼6번 자리를 바꾼다고 가정할 때, 최대 수용능력은 75∼90대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주변은 늘 주차공간을 찾지 못하는 관광버스로 넘쳐나고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있다.
 
인근 광화문 부근 동화면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화면세점 부근은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관광버스 주차공간을 찾느라 늘 혼잡하다. 지난 4월 말까지 소공동과 명동 일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월평균 152건에 달한다. 지난해 월평균 76건(총 912건)과 비교하면 100%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 면세점 등의 주차장은 대형버스를 댈 수 없어 이미 심각한 단계를 넘어섰다. 서울시 교통 혼잡비용이 연간 10조 원에 육박하고 이 중 약 6조∼7조원이 도심권 교통 혼잡비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대표적 도심교통 혼잡구역인 남대문로와 소공로를 포함하는 6대 교통 혼잡지역을 지정해 교통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해당 지역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교통수요 예측, 교통유발 부담금 징수 등 수요·공급 차원의 다각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관광버스 주차장을 571대에서 927대로 크게 확대하기로 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도심에서 버스 주차 시설 확대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 없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신규 면세점 허가 때 관광버스 주차공간 확보를 우선 판단기준으로 고려해 달라고 건의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2013 서울 통행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숭례문-한국은행-명동-을지로-청계천-광화문을 잇는 남대문로의 평균속도는 16.6km로, 서울 전체 도로의 일평균 통행속도인 26.4km보다 9.8km나 느리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도심에 생기면 더 많은 중국인이 더 긴 시간 동안 도심 일대에 머물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기본적인 주차 시설이 완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도심은 1년 내내 주차장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서울 시민들도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내면세점 허가를 내줄 관세청은 심사 평가 요소 중 그 어떤 부분보다 대형버스 주차시설 확보 등 교통 체증과 관련된 제반 문제에 대해 세심한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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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