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여장남자 찾는 남자들 '은밀한 속사정'

여자 아니고, 남자도 아닌 ‘쉬멜’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장남자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기존의 상식을 깬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여장을 하는 남자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을 흔히 ‘쉬멜(Shemale)’이라고 부른다. 쉬멜은 거세하지 않고 가슴수술만 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최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쉬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게이(Gay)’와는 또 다른 세계다.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쉬멜의 면면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동성 결혼을 찬성한 쪽은 5명, 반대한 쪽은 4명이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동성 간 결혼은 미국 51개 주로 확대됐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남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 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 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제16회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 축제에는 성소수자,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그들의 상징색인 무지개로 물들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경찰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동성혼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성애 규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 집회에도 이번 행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에는 ‘LGBT’가 모두 참여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LGBT로 통칭한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의 앞 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쉬멜(Shemale)은 여성을 나타내는 3인칭 영어 She와 남성을 나타내는 Male의 합성어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뉴하프(Newhalf)’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성호르몬으로는 가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수술을 통해 풍만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쉬멜은 ‘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알려진다. 한마디로 쉬멜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통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미모 뽐내며
동성관계 맺어
 
일부 트랜스젠더는 쉬멜이라는 말이 트랜스젠더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표현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주장하며 용어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쉬멜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성전환자 여성에게 쉬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쉬멜이라는 말이 서양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의 전투적 여성주의 레즈비언 운동가로 알려진 재니스 레이먼드는 1979년 본인의 책 <트랜스섹슈얼 제국>에서 쉬멜이라는 용어를 성전환자 여성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로서 도입해 사용했는데, 레이먼드를 비롯해 메리 데일리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쉬멜은 여전히 메일(남성)이며, 그들은 여성의 본질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MTF(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쉬멜이라는 말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멜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동성애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쉬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쉬멜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쉬멜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XX코리아’를 들 수 있다. XX코리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회원가입이 필수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개월 3000원, 6개월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XX코리아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는 앞서 설명한 LGBT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 안에는 데이트, 지역방, 성향방 등의 게시판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놀이터인 것이다. XX코리아 회원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XX코리아 게시판에는 쉬멜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쉬멜이 많다. 분명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긴 머리에 짙게 화장한 얼굴, 스커트, 스타킹, 구두 등 외모와 각선미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외모가 뛰어난 쉬멜의 게시물에는 러버들의 댓글 수백여개가 달리기도 한다. 수많은 러버들에게 쪽지를 받은 쉬멜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조건만남’을 통해 성적욕구를 채우고 돈을 번다.

영화·드라마·코미디서 우스꽝스럽게 희화
대부분 여장부터 시작해 결국 트랜스젠더로
 
XX코리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LGBT 중 자신의 성향을 밝혀야한다. 선호하는 체위도 선택해야 한다. 체위 종류는 ‘올(양성성향)’ ‘올탑(남성성향 강함)’ ‘올바텀(여성성향 강함)’ ‘탑(남성역할)’ ‘바텀(여성역할)’ ‘오랄(구강섹스)’ ‘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 ‘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 ‘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은어가 즐비하다. 
 
XX코리아 외에도 여러 카페에서 쉬멜을 만날 수 있다. 한 쉬멜 카페의 경우 일부 인기회원이 연예인급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인기 회원 케X는 처음엔 ‘CD(여장을 즐기는 사람)’였으나 가슴수술 등 성형수술을 통해 쉬멜로 전향했다고 알려진다. 케X는 신림동에 거주했으나 최근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러버들과의 조건만남으로 번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케X는 자기애가 강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민등록증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주변을 놀래기도 했다. 
 
쉬멜 찾는 러버
그들만의 취향
 
개인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러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쉬멜을 검색하면 다양한 쉬멜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쉬멜들이 다소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면 러버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러버들은 쉬멜이 남성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누나 한 번 만나줘요” “정말 섹시하네요” 등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쉬멜과 러버의 조건만남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다. 일명 ‘OFF카페’에서는 CD, 쉬멜, 러버 등이 한데 섞여 자신들의 은밀한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해소한다. OFF카페는 주로 이태원, 신촌, 영등포, 왕십리 등에 은밀하게 숨어있다. OFF카페에서 서빙하는 스텝과 바텐더 등 종업원도 CD 혹은 쉬멜이다. 쉬멜을 찾는 러버가 아니라도 호기심에 OFF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쉬멜로 가득한 OFF카페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버들은 쉬멜을 만나기 위해 1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한다고 알려진다. 일반적인 남녀의 성관계와 달리 이들의 성관계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그래서 쉬멜을 찾는 러버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가 지어지기도 한다. 남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여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수의 러버가 거세를 하지 않은 쉬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러버들 사이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동성애 무지개 물결
점차 음지서 양지로
 
쉬멜도 일반 여성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쉬멜 A씨는 최근 손님 B씨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서로 이상형이라며 마음을 터놓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A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B씨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쉬멜에 비해 유독 빼어난 외모와 고운 목소리를 자랑해 의도치 않게 B씨를 속이게 됐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쉬멜이라는 걸 남자친구인 B씨가 알게 된다면 헤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B씨가 러버였다면 A씨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남성이 쉬멜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쉬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고개 드는
동성애 하위문화
 
쉬멜은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다.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트랜스맨’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트로이스’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스스로 중성화된 신체를 가지고자하는 사람들로 남성의 경우 거세를 바라고 여성의 경우 유방제거술을 받기를 원한다. ‘바이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바이젠더는 상황에 따라 성별 의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된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해 만들어진 용어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드로진’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안드로진은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성별이 드러나는 호칭을 꺼려한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라이젠더’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세 개의 젠더를 뜻한다. ‘팬젠더’는 자신을 모든 젠더에 속한다고 자각하는 정체성이다.
그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트랜스젠더를 가렸던 막이 점차 걷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깔끔하게 정리한 성소수자 은어
 
퀴어: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이상한, 괴상한. 흔히 동성애자를 총칭.
호모: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모두를 총칭.
이반: 일반인과 구별된다는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이 아닌 이반이라고 부름. 
레즈비언: 여성 동성애자.
다이크·부치: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
펨: 여성적이고 소극적인 레즈비언
더덕: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
더덕빠: 트랜스젠더빠
무방달자: 신체적으로 아무수술도 하지않은 상태에서의 트랜스젠더.
유방달자: 가슴수술만 하고 거세는 하지 않은 이들.
쉬멜: 유방달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은어.
러버: 트랜스러버.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바이: 바이섹슈얼의 줄임말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성이 있는 사람.
카트: 거세.
카순이: 거세한 트랜스젠더. 가슴을 달고 거세수술까지 한 이들.
기갈: 트랜스젠더의 남성성이 강조된 성격. 성격 있는 트랜스들을 ‘기갈있다’고 표현한다.
보갈: 게이(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은어.
CD: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이들. 트랜스젠더와 종종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한다. 
CD레즈: 남성적 남성에는 끌리지 않고 여성적 CD에게 끌리는 여성적CD.
TG: 트랜스젠더. 몸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이 여성.
TS: 트랜스섹슈얼. 강을 건너버린 성전환자.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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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