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여장남자 찾는 남자들 '은밀한 속사정'

여자 아니고, 남자도 아닌 ‘쉬멜’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장남자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기존의 상식을 깬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여장을 하는 남자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을 흔히 ‘쉬멜(Shemale)’이라고 부른다. 쉬멜은 거세하지 않고 가슴수술만 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최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쉬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게이(Gay)’와는 또 다른 세계다.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쉬멜의 면면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동성 결혼을 찬성한 쪽은 5명, 반대한 쪽은 4명이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동성 간 결혼은 미국 51개 주로 확대됐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남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 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 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제16회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 축제에는 성소수자,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그들의 상징색인 무지개로 물들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경찰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동성혼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성애 규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 집회에도 이번 행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에는 ‘LGBT’가 모두 참여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LGBT로 통칭한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의 앞 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쉬멜(Shemale)은 여성을 나타내는 3인칭 영어 She와 남성을 나타내는 Male의 합성어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뉴하프(Newhalf)’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성호르몬으로는 가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수술을 통해 풍만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쉬멜은 ‘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알려진다. 한마디로 쉬멜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통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미모 뽐내며
동성관계 맺어
 
일부 트랜스젠더는 쉬멜이라는 말이 트랜스젠더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표현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주장하며 용어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쉬멜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성전환자 여성에게 쉬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쉬멜이라는 말이 서양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의 전투적 여성주의 레즈비언 운동가로 알려진 재니스 레이먼드는 1979년 본인의 책 <트랜스섹슈얼 제국>에서 쉬멜이라는 용어를 성전환자 여성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로서 도입해 사용했는데, 레이먼드를 비롯해 메리 데일리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쉬멜은 여전히 메일(남성)이며, 그들은 여성의 본질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MTF(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쉬멜이라는 말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멜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동성애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쉬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쉬멜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쉬멜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XX코리아’를 들 수 있다. XX코리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회원가입이 필수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개월 3000원, 6개월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XX코리아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는 앞서 설명한 LGBT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 안에는 데이트, 지역방, 성향방 등의 게시판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놀이터인 것이다. XX코리아 회원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XX코리아 게시판에는 쉬멜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쉬멜이 많다. 분명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긴 머리에 짙게 화장한 얼굴, 스커트, 스타킹, 구두 등 외모와 각선미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외모가 뛰어난 쉬멜의 게시물에는 러버들의 댓글 수백여개가 달리기도 한다. 수많은 러버들에게 쪽지를 받은 쉬멜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조건만남’을 통해 성적욕구를 채우고 돈을 번다.

영화·드라마·코미디서 우스꽝스럽게 희화
대부분 여장부터 시작해 결국 트랜스젠더로
 
XX코리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LGBT 중 자신의 성향을 밝혀야한다. 선호하는 체위도 선택해야 한다. 체위 종류는 ‘올(양성성향)’ ‘올탑(남성성향 강함)’ ‘올바텀(여성성향 강함)’ ‘탑(남성역할)’ ‘바텀(여성역할)’ ‘오랄(구강섹스)’ ‘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 ‘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 ‘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은어가 즐비하다. 
 
XX코리아 외에도 여러 카페에서 쉬멜을 만날 수 있다. 한 쉬멜 카페의 경우 일부 인기회원이 연예인급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인기 회원 케X는 처음엔 ‘CD(여장을 즐기는 사람)’였으나 가슴수술 등 성형수술을 통해 쉬멜로 전향했다고 알려진다. 케X는 신림동에 거주했으나 최근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러버들과의 조건만남으로 번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케X는 자기애가 강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민등록증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주변을 놀래기도 했다. 
 
쉬멜 찾는 러버
그들만의 취향
 
개인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러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쉬멜을 검색하면 다양한 쉬멜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쉬멜들이 다소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면 러버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러버들은 쉬멜이 남성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누나 한 번 만나줘요” “정말 섹시하네요” 등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쉬멜과 러버의 조건만남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다. 일명 ‘OFF카페’에서는 CD, 쉬멜, 러버 등이 한데 섞여 자신들의 은밀한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해소한다. OFF카페는 주로 이태원, 신촌, 영등포, 왕십리 등에 은밀하게 숨어있다. OFF카페에서 서빙하는 스텝과 바텐더 등 종업원도 CD 혹은 쉬멜이다. 쉬멜을 찾는 러버가 아니라도 호기심에 OFF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쉬멜로 가득한 OFF카페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버들은 쉬멜을 만나기 위해 1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한다고 알려진다. 일반적인 남녀의 성관계와 달리 이들의 성관계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그래서 쉬멜을 찾는 러버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가 지어지기도 한다. 남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여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수의 러버가 거세를 하지 않은 쉬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러버들 사이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동성애 무지개 물결
점차 음지서 양지로
 
쉬멜도 일반 여성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쉬멜 A씨는 최근 손님 B씨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서로 이상형이라며 마음을 터놓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A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B씨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쉬멜에 비해 유독 빼어난 외모와 고운 목소리를 자랑해 의도치 않게 B씨를 속이게 됐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쉬멜이라는 걸 남자친구인 B씨가 알게 된다면 헤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B씨가 러버였다면 A씨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남성이 쉬멜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쉬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고개 드는
동성애 하위문화
 
쉬멜은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다.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트랜스맨’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트로이스’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스스로 중성화된 신체를 가지고자하는 사람들로 남성의 경우 거세를 바라고 여성의 경우 유방제거술을 받기를 원한다. ‘바이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바이젠더는 상황에 따라 성별 의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된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해 만들어진 용어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드로진’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안드로진은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성별이 드러나는 호칭을 꺼려한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라이젠더’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세 개의 젠더를 뜻한다. ‘팬젠더’는 자신을 모든 젠더에 속한다고 자각하는 정체성이다.
그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트랜스젠더를 가렸던 막이 점차 걷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깔끔하게 정리한 성소수자 은어
 
퀴어: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이상한, 괴상한. 흔히 동성애자를 총칭.
호모: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모두를 총칭.
이반: 일반인과 구별된다는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이 아닌 이반이라고 부름. 
레즈비언: 여성 동성애자.
다이크·부치: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
펨: 여성적이고 소극적인 레즈비언
더덕: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
더덕빠: 트랜스젠더빠
무방달자: 신체적으로 아무수술도 하지않은 상태에서의 트랜스젠더.
유방달자: 가슴수술만 하고 거세는 하지 않은 이들.
쉬멜: 유방달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은어.
러버: 트랜스러버.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바이: 바이섹슈얼의 줄임말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성이 있는 사람.
카트: 거세.
카순이: 거세한 트랜스젠더. 가슴을 달고 거세수술까지 한 이들.
기갈: 트랜스젠더의 남성성이 강조된 성격. 성격 있는 트랜스들을 ‘기갈있다’고 표현한다.
보갈: 게이(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은어.
CD: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이들. 트랜스젠더와 종종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한다. 
CD레즈: 남성적 남성에는 끌리지 않고 여성적 CD에게 끌리는 여성적CD.
TG: 트랜스젠더. 몸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이 여성.
TS: 트랜스섹슈얼. 강을 건너버린 성전환자.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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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