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국내 몇 없는' 여성 표현주의 화가 김두례

"현대인의 일상을 시처럼 표현했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한국적 추상 표현주의'로 유명한 김두례 작가가 다음달 9일까지 롯데백화점 부산광복점 롯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한국의 전통색상인 오방색을 활용한 표현주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의 강렬한 채색은 정제된 구도 위를 노닐며 작품의 '운율'을 더하고 있다.

시작은 구상미술이었지만 김두례 작가는 추상미술로 이름을 알렸다. 구상미술을 경험하며 쌓아올린 탄탄한 기본기는 오늘날의 김두례를 있게 한 바탕이다.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여성 표현주의 예술가인 그는 구상화의 대가 김영태 화백의 딸이기도 하다.

어엿한 중견화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인 재능은 남다른 노력이 더해지며 꽃을 피웠다. 아버지의 후광 없이도 좋은 작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때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일념으로 누드화에 천착했던 김 작가다.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어엿한 중견화가로 성장해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개인전도 어느덧 16번째를 맞았다. '김두례 16th 초대전'은 지난 25일 롯데백화점 부산광복점 아쿠아몰 10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렸다. 직관적인 구성과 화려한 색 표현은 왜 김 작가가 '한국적 추상미술의 대표주자'인지를 설명했다. 가벼운 터치의 인물상은 세련미가 도달할 수 있는 완숙한 경지에 이른 모습이다.

김 작가는 우리 전통색인 청·적·황·백·흑 등 오방색을 즐겨 사용한다. 한국적인 영감을 시각화하면서도 색의 배열 등 서양화 고유의 장점을 놓치지 않는 김 작가다. 오방색으로 표현 가능한 아름다움을 담은 30여점의 추상 작품은 7월9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색채의 흡입력이 상당하다.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김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 인물화와 풍경화 등에 관심을 보였다. 1999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뒤로는 작업 방향을 바꿨다. 이른바 '한국적 추상 표현주의'로의 전환이다. 김 작가는 동양적인 소재에 대한 고민 속에 2000년대부터 오방색을 중심으로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구상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제시킨 표현이 특징이다.

7월9일까지 롯데 부산광복점서 개인전 
오방색 활용 표현주의작 30여점 선보여

2007년 김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풍경이 색으로 집약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색도 최소한으로 축약되고 극과 극인 보색들로 화면이 채워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큰 화폭에 점이나 선 하나로 집약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로서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심상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다.

인터뷰로부터 약 10년이 흐르는 동안 김 작가의 작업은 또 다른 변화를 겪었다. 사람과 동물도 자연의 구성 요소라는 점을 깨닫고 이들을 화면에 등장시킨 것이다. 지금도 김 작가는 끊임없이 구상화과 추상화의 접점을 찾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해 미국 앤디워홀뮤지엄 패트릭무어 부회장은 "서양인 관람객에게도 깊이 음미하면서 쉽게 감상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캔버스의 표면 위로 넘실대면서 반짝이는 색체의 장은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인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물결'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구상과 추상 접목

김 작가의 화면은 단순하지만 역동성이 있고, 캔버스 밖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현대인의 복잡한 일상을 간결한 시처럼 보여줄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풍경과 이미지가 중첩될수록 색깔이 더욱 단조로워지듯 복잡한 일상 속 우리의 삶도 단순해지고 비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 강렬한 채색은 정제된 구도 위를 노닐며 특별한 '운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김두례 작가는?]

'구상화의 대가' 김영태 원로화가의 딸인 김두례 작가는 1957년생으로 광주 출신이다. 그간 16번의 초대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수십차례의 단체전과 기획전 등에 참여했다. 또 여러 기업의 요청으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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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