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남자의 자격> 골 넣는 장면 교차 편집 방송
SBS “책임 엄중하게 따질 것”…시시비비 법정서 판가름
SBS와 KBS의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은 이날 방송에서 남아공 현지로 떠난 이경규, 김태원, 김성민, 이정진의 응원 모습과 함께 한국과 그리스전에서 이정수와 박지성이 골을 넣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방송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KBS와 MBC는 FIFA 규정상 뉴스 보도용으로 제공된 영상을 2분까지 사용할 수 있다. KBS가 ‘남자의 자격’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경기 장면을 사용한 것은 규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SBS는 KBS에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따질 계획이다. 하지만 KBS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KBS는 “월드컵 개막 1주일 전에 SBS에서 한국경기 3분, 외국경기 2분 짜리 영상을 뉴스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해 거부했다. 당시 SBS는 KBS가 중계권을 갖고 있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과 A매치 경기,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장면을 보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SBS는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5월16일 에콰도르전, 24일 한일전, 30일 벨라루스전, 6월4일 스페인전의 경기를 방송했다.
성립될 수 없는 계약이다”고 못 박았다. KBS는 또 “6월11일 월드컵 개막 당일 SBS가 3분짜리 영상을 뉴스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빼고 계약서를 보내왔다. 뉴스가 아닌 프로그램, 즉 예능에 써도 좋다는, 향후 KBS가 보도하는 경기 장면을 자신들도 쓰겠다는 암묵적 동의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SBS와 KBS의 기싸움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KBS는 지난 10일 “전국의 지상파 SBS 난시청지역 1412개 마을의 가구 개별 조사 결과 440만2000여 가구가 난시청 가구”라고 밝혔다. SBS가 단독중계를 강행하면서 23%의 가구는 월드컵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다는 것. 또 KBS는 지난 8일 방송된 1TV <뉴스9>에서 남아공 국제방송센터의 국내 방송사 사무실에서 현금과 여권,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IBC 내에 사무실이 마련된 방송사는 단독중계권을 가진 SBS다. 하지만 SBS 측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IBC 센터의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KBS와 SBS 주장이 계속 서로 상반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 규명이 아니다. 문제는 두 방송사가 벌이는 지리멸렬한 기싸움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청자는 “SBS 중계가 실수 연발이라 화가 난다. SBS의 단독중계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KBS의 딴지를 보는 것도 지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SBS의 단독중계로 이미 월드컵은 시작됐고, KBS는 SBS를 고소한 상태다. 두 방송사의 싸움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