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0억 횡령사건 막후

고객돈 들고 튄 기러기 은행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터졌다. 여의도 모지점에서 부지점장 A씨가 20억원을 횡령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발빠른 언론 대응으로 횡령사건은 개인비위에 초점이 맞춰져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발견된 사실로 인해 개인비위보단 내부통제시스템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8일 우리은행의 여의도 모 지점의 부지점장 A씨가 20억원의 돈을 횡령했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거액의 예금이 인출된 사실을 파악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촘촘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보’로 재미
 
실제 횡령사건 보도 이후 여론은 내부통제시스템 문제가 아닌 개인의 비위에 초점이 맞춰져 비판이 가해졌다. 심지어 발빠른 사건 대응을 했다며 우리은행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당시 기사를 간추려보면 호주로 자녀와 부인을 보낸 기러기 아빠 A씨는 지난 4일(3일로 보도된 곳도 있음) B기업의 예금을 자신의 해외 계좌로 나눠 송금한 뒤 5일 잠적했다. 5일 우리은행은 사건 발생 하루만에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검사팀을 꾸려 A씨의 가족이 있는 호주로 조사 인력을 보냈다. 이후 우리은행은 A씨를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11억원을 되찾았다는 내용이 복수의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감사국 및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말 해외계좌로 돈을 빼돌렸으며, 이달 3일 정상적으로 휴가를 내고 한국을 빠져나갔다. 우리은행이 횡령사실을 파악한 시점은 3일 저녁이었다. B기업으로부터 계좌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B기업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사고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이 사건 발생 하루만에 횡령 사실을 인지한 것이 아니라 최소 6일동안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 됐다.
 
 
문제는 A씨가 언론에서 알려진 대로 B기업 계좌에서 자신의 해외 계좌로 직접 분할 송금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A씨는 지난달말 B기업의 계좌를 해지하고 잔액을 수표로 바꾸는 수법을 통해 20억원을 횡령했다. 우리은행은 A씨가 횡령을 위해 B기업 계좌를 해지하고 수표로 바꾸는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내부시스템의 부재가 그대로 횡령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계좌해지 및 수표 전환 과정에서 A씨를 포함해 총 2명이 교차 확인을 해야 했지만 우리은행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노출했다.
 
여의도 모지점서 부지점장이 횡령
치밀한 계획범죄에 뚫린 내부통제
사고후 6일동안 사실 파악도 못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A씨가 20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점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횡령 사실을 숨겼다”며 “일반적으로 계좌를 해지하면 다음날 거래명세서와 점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지점장이 확인하는데 A씨가 점표를 치밀하게 위조해 횡령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순하고 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씨가 부지점장의 지위를 이용해 교차확인  과정을 형식상으로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금융사고로 우리은행의 부실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우리은행은 금융사고가 많은 은행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우리·국민·신한·하나·SC·씨티·외환·산업·기업·수출입·농협·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 등 18개 국내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5년간 횡령 및 유용 건수가 가장 많은 은행 순위 2위(농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횡령액수도 농협(159억원)에 이어 115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2010년 1건에 499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외환은행은 제외)
 
특히, 10억원 이상 대형 횡령건수는 4건으로 우리은행이 가장 많았으며, 농협·국민·하나은행이 각각 2건, 외환·경남·제주은행은 각 1건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우리은행에서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성면에서 다른 곳보다 불안한 부분이 있었고, 이에 따른 전 직원의 사기가 떨어진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폐·축소 의혹
 
한편, 이번 횡령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횡령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에 확인된 횡령사건의 발생시점과 인지시점이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오래됐고, 느렸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건 발생 초기 검사국과 홍보실 간 정보전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정확한 정보가 언론에 제공된 거 같다”며 “잘못된 정보가 나간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로 나간 A씨, 어디로?
 
A씨가 횡령한 20억원 가운데 13억원 정도는 회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해외로 빠져나간 뒤 잠적했으며, 가족들은 아직 호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검사국은 4일 호주로 가 A씨의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A씨 본인과도 최근 연락이 닿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측은 “회수되지 못한 7억 가운데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며 “A씨의 신변에 이상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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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