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퍼지는 메르스> 최악의 시나리오

치사율 낮다고?…그래도 사람은 죽어나간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3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발병 원인 및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국가 위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스 감염국가가 됐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가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5개국 1000여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발생 21일 만인 지난 10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전 세계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내 유입 메르스에 대해 한국판 메르스 ‘코르스(KORS)’가 확인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동국가 현장조사를 통해 얻어낸 메르스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으로 보고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30명, 14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4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슈퍼전자파’, ‘바이러스 변이’ 등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메르스 전국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학교 의대 김익중 교수는 SNS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최악 시나리오  - 전국으로 확산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을 중심으로 오산, 화성, 안성 등 경기도 일대에서 대거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서울권으로도 확산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오다 충청권인 대전, 아산 일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후 원주, 속초 등 강원도 일대로도 번졌다. 지난 11일에는 전남 보성과 경남 창원에서도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전국 각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기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롯된 메르스가 전 세계 25개국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는 근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37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가 격리 조치 및 잠복기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평균 5일로 최대 14일까지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른 4∼5차 감염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국내 유입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0여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된 점도 의학계의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공기전염 및 잠복기로 확산 속도 가속화
기저질환자·노인층 2775만명 주의 요망

지난 1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회는 국내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자료를 공개했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감염자가 기침할 때 나온 비말이 작은 크기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 있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에 공기전염에 의한 확산이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언론브리핑에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감염자의 비말에 직접 노출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와 손을 통해서 전파되는 질환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굉장히 낮거나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비말감염에 의한 전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전염 경로가 공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보건당국의 잘못된 대처법에 의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감염경로 미확인자 5명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감염자 발원지인 평택의 한 병원에서 2명의 미확인자 감염경로를 밝혀냈다. 하지만 3명의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해 공기전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위기 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대구와 경북,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최고 단계인 ‘심각’ 발령이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일부 정치계 및 의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악 시나리오 ② - 합병증 없는 사망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4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개발에 따른 계절성 독감으로 분류된 신종플루의 경우 치사율이 0.07%로 나타났으나, 지난 2010년 3월까지 26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최대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전염률에 따라 최대 500배 이상의 사망자를 낳을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저질환자 규모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가 400만명, 고혈압 환자가 550만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40대 이상 연령층은 전국 1825만명, 이 중 65세 이상이 54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감염 취약자는 대략 28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사망자 발생 시 사상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최초의 10대 감염자와 40대 임산부(이달 중순 출산 예정) 감염자가 발생해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확산이 예견된다. 지난 1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메르스 격리자가 1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예방의학과)는 “국내 종합병원의 경우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전문가가 있지만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의료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악 시나리오 ③ - 장기화·토속화

일각에서는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처럼 3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1000여명의 감염자가 속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VS 
[독감 수준이니 안심하라]

메르스가 고온다습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에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감염자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겨울철 평균 기온이 14∼23℃, 여름철 평균 기온이 38℃로 간혹 54℃까지 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속도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초감염재생산수도 0.6∼0.8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과는 비교되는 자료다.


메르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백신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백신 개발에 나선 진원생명과학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 단축에 따라 최소 1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감기 수준의 질환”이라며 “다만 만성질환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신종플루처럼 토속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 전 세계 214개국으로 확산된 후 1만85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신종플루는 백신 오셀타미버 개발에 따라 독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메르스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유행 감염병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 시나리오 ④ - 유명인 감염·사망

질병관리본부의 감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포함돼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명인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경각심이 고취돼 메르스 확산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로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 마스크로 일반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n95와 kf94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기 때문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메르스 위험지대’ 종묘공원 가보니…
겁 없는 노인들 “까짓것 겁 안나”

지난 9일, 우리나라 노인들의 최대 쉼터인 종묘공원을 찾았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따라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원에는 300여명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바둑 경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인들의 바둑 열전은 뜨거웠다. 벤치뿐만 아니라 땅바닥에서도 바둑판이 벌어졌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모(76)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메르스에 대해 물어봤다. 이 할아버지는 “죽을 사람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죽게 돼 있어”라며 귀찮은 내색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바둑을 두고 있는 김모(81)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마스크는 들고 나왔는데 침만 안 튀면 된다고 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병원에 당분간 안 가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해줬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메르스가 뭐냐?”라고 묻는 노인도 있었다.

종묘공원 어디에서도 메르스 공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나눔스튜디오의 현수막에서만 조그맣게 ‘메르스로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문구를 찾아볼 뿐이었다. 탑골공원도 분위기는 매한가지였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약재상 골목도 찾아가 봤다. 노인 10명에 3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취약층인 노인들의 종묘공원 출입 제한에 대해 종로경찰서에 문의하자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과에 노인층에 대한 메르스 예방책 및 권고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대답 회피만 할 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