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학력 위조 논란에 정면 대응으로 나서면서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타블로는 지난 6월10일 한 국내 매체를 통해 1998년 9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 후 2001년 4월 학사 학위를 취득, 2002년 4월 석사 학위를 받기까지 취득한 학점과 성적이 모두 기록돼 있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얼마 전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한 학력인증서에서 적지 않은 허점이 보였다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에 성적증명서 공개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명문 스탠포드 졸업…활동 초기 큰 화제 모아
의혹의 시선 급속 확산되자 재학 시절 성적표 공개
타블로는 미국 명문대 스탠포드 영문학의 학·석사 과정을 3년 만에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에픽하이 활동 초기 큰 화제를 모았고 타블로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대중에 각인시켰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은 4년 전 한 네티즌이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논란이 최근 다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슈로 부각됐고 일부 네티즌들의 공세는 4년 전 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7일 한 매체는 미국 내 관련기관에 의뢰해 학력인증서를 확인한 결과 타블로의 영문 이름인 대니얼 선웅 리가 1996년 9월 스탠포드 대학 영문과에 입학해 학사 학위를 취득, 이어 2004년 석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증명에도 불구, 네티즌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980년 생인 타블로가 스탠포드에 들어갔다는 1996년엔 당시 나이가 16세로 고등학교에 재학할 시기라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것. 타블로가 프로필 상 생년월일을 속였거나 위 학력인증서가 타블로 본인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다.
여기에 온라인 상에 퍼진 타블로의 스탠포드 졸업앨범 사진이 사실 고등학교 때 것이라는 의혹과 타블로가 방송에서 밝힌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과의 일화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카페가 개설되는 등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서 타블로는 학력 위조설을 퍼뜨린 네티즌을 고소하고 지난 6월3일 트위터에 “이런 글조차 쓰기 싫었지만 저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올린다”며 “해명은 가해자의 몫인 줄 알았는데 피해자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아프고 억울하다”는 심경을 전한 바 있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이 점화된 이유는 단 하나다.
직접적인 증빙 서류가 공개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저와 저의 학교,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 다양한 방송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모두 저의 학력을 수차례 인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검증은 타블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보도가 대부분이었고, 해명은 결국 의혹의 시선을 벗겨내지 못했다.
2001년 4월 학사 취득
2002년 4월 석사 취득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타블로는 직접 진실 규명에 나섰다. 한 매체를 통해 스탠포드 재학 시절 성적표를 공개하고 인터뷰를 한 것. 이 성적표엔 그가 1998년 9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해 2001년 4월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2년 4월 석사 학위를 받기까지 취득한 학점과 성적이 모두 기록돼 있다. 타블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코터미널 프로그램을 통해 3년 반 동안 학·석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일부 네티즌은 “석사 논문 목록 등이 없다”며 그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 해 왔다. 그는 “코터미널은 매 과목마다 20쪽 정도 분량의 페이퍼를 제출하며 한 권으로 정리된 별도의 논문은 출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학력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하기엔 너무 악의적인 말이 많았다”며 “오랫동안 편찮으신 아버지 등 가족에게까지 언어 폭력과 협박이 가해지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대에 오르는 게 너무 힘들지만 주말에 잡혀 있는 방송무대를 소화하고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고 싶다”며 “진실이 분명해진 만큼 제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더 이상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의 시샘에서 출발
불똥 다른 곳으로 튀어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의 핵심은 그가 스탠포드를 졸업했는지 여부 뿐이 아니다. 그의 학력이 인기에 활용된 측면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학력 위조 논란엔 종지부를 찍었지만, 불똥은 다른 곳으로 튀고 있다. 타블로는 오랜 무명 끝에 2005년 에픽하이의 3집 타이틀 곡 ‘플라이’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정규 앨범 전곡을 작곡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철학이 담긴 가사는 그의 학력과 오버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를 지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만들어줬다. 타블로 덕분에 에픽하이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성을 갖춘 힙합 그룹이 됐다. 하지만 대중의 호평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일단 타블로의 음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픽하이가 해외 유명 뮤지션의 곡을 차용했다는 샘플링 논란은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그의 국적이 캐나다인 점을 들어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민감한 지적도 이어졌다. 힙합 뮤지션이 금융기관 광고에 등장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논란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난 여론은 이제 음악성, 병역문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은 애초 대중의 시샘에서 출발한 측면이 크다. 한 가지 문제가 의혹을 사다보니 병역 문제와 음악성 논란도 동시에 제기된 상태다”고 전했다.
비난 여론 음악성·병역문제까지 확대
관계자 “학력보다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으로 연예계에는 다시 한번 학력 위조 쓰나미가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여 명의 배우들이 속해 있는 한 중견 매니지먼트사 L 대표는 소속 연예인들의 학력이 혹시 잘못 기재됐는지, 포털사이트 인명란에 틀리게 게재됐는지를 확인했다. 행여 누군가의 제보나 언론사 검증작업에서 틀린 부분이 확인되면 뒷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L 대표는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학력 검증이 다시 한번 있을 것 같다”며 “이번에 학력 위조로 걸리면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입을 손해는 병역비리나 마약비리처럼 엄청난 후유증이 예고된다. 사전에 예방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다”고 말했다. 학력 위조 논란은 연예인 개인 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이나 작품을 만드는 방송사, 영화사, 매니지먼트사에까지 부정적 파장이 미치기 때문에 불안감은 전체 연예계로 확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인물란은 언론사 학력 위조 검증의 실마리가 되는 탓에 쏠리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 포털사이트 인물란 담당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연예 관계자들에게서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연예인들 자신도 조바심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견 연예인은 “우리 때는 학력에 대한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가수 활동을 하는 데 실력이 우선이었지 학력으로 인기를 얻고 성공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기자는 “차라리 과거에 솔직하게 고졸이라고 밝힌 것이 이제 와서 보니 후련하다”며 “사실 주변의 어떤 연예인이 어디를 나왔는지에 무관심한 분야가 바로 이 동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개인을 파탄으로까지 내모는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관계자도 많다.
이미지 타격 우려 전전긍긍
소리 없이 자체 검증도
한 방송관계자는 “학력을 속인 공인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력 위조 연예인들이 학력을 이용해 방송활동이나 연예활동에 이득을 취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실력으로 승부 해 온 많은 연예인들에게 이제 와서 마녀사냥식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