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조폭 돈줄 변천사

주먹은 옛말… 이젠 머리로 퍽퍽


최근 유흥업소 일색이던 조직폭력배들의 사업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연예 등 각종 기획사와 건설업, 대부업, 게임업은 물론 심지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갈취 등 불법 이권 개입 대신 합법적인 ‘먹을거리’ 물색에 나서고 있는 것. 이처럼 수입원이 다양화 되면서 조폭들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를 쫓는 검찰들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고전적인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조폭. 그들의 ‘돈줄’ 변천사를 살펴봤다.


건설, 대부, 연예기획에 이어 M&A까지
자금원 다양화·수사환경 악화에 조폭 활개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은 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업체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폭력조직 범서방파 중간간부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채업자와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코스닥에 등록된 의류제조업체 A사를 인수하고서 회삿돈 43억8000여만원을 빼돌려 주가조작 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재개발엔 ‘주먹’이 약

김씨는 A사가 자기자본 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코스닥 등록을 유지하기 위해 2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대금을 사채로 납입했다 다시 돈을 인출해 빚을 갚는 ‘가장납입’ 수법까지 활용할 정도로 불법적인 기업 운영의 노하우를 꿰뚫고 있었다. 이처럼 재계로 진출한 조폭들의 범죄는 지능화 돼 가고 있지만 결국 제 버릇은 남 못 줬다.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인수기업 주식을 되팔지 못하도록 압박하는가 하면,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회사의 예금계좌가 가압류되자 이를 강제로 취소하는 등 ‘조폭 본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외에도 과거 유흥업소에 한정됐던 고전적 업태에서 벗어나 조폭들은 건설·사채·연예업계를 무대로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조폭들이 건설업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주택 200만호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유흥업체에서 건설업으로 진출하는 조폭이 급격히 늘어난 것.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조폭들에게 매력적인 ‘꿀단지’로 통한다”며 “실제로 새시 시공업체의 마진율은 최소 4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폭들이 건설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폭들의 의지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반 사업자라면 토지를 매입하거나 철거민을 내보내는 데 많은 세월이 걸린다”며 “하지만 ‘주먹’을 앞세우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이 유난히 많은 한국의 건설업계가 조폭들에게 자리를 내줬다는 얘기다. 조폭들의 또 다른 돈줄은 대부업이다. 조폭들이 사채놀이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금과 같은 불황기였다. 12년 전 현금유동성이 부족했던 IMF 위기는 조폭에게 자본축적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이 사채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하나다. 수많은 현금이 오고간다는 점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폭은 훌륭한(?) 사채업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폭력과 협박’이 바로 그것. 성공한 조폭으로 폼 나게 살기 위해 갈고 닦았던 이 무기는 사채시장에서 유독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미수금 받아드립니다’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사채업자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데 비해 현재 조폭들은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대부업체를 직접 꾸려가기도 한다.

실제로 신촌 일대 유흥가를 장악한 뒤 사채업에 손을 뻗쳐 100억원대 자금을 운영한 기업형 조폭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유흥업소 갈취, 보험사기 등으로 벌어들인 30억원을 종잣돈 삼아 명동 사채시장에 진출, 100억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불법 대부업체를 차려 500%가 넘는 고리이자를 받아 챙긴 폭력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광주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광주 모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김모(47)씨와 조폭 두목 전모(51)씨 등 3명을 대부업법 위반혐의로 붙잡았다. 2006년 6월 대부업체를 차린 이들은 약 3년 동안 100여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최고 542%의 고리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겼다. 또 이들은 단속에 걸릴 것을 대비해 친구의 명의를 빌려 XX개발이란 상호로 등록을 한 뒤 사채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와 조직폭력의 유착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현상이다. 지난 19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조폭들은 일부 인기가수들의 유흥업소 출연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연예계에 기생해 왔다. 폭력 조직원 출신들이 1인 매니저 겸 보디가드로 일하며 밤무대 출연 및 지방 행사를 주선해주고 출연료와 사례비를 소속 가수들과 나눠 갖거나 활동비를 명목삼아 모두 착복하는 게 당시 연예계의 뒷모습이었다.

특히 1990년대 말 불어 닥치기 시작한 ‘한류 열풍’으로 파이가 커지면서 연예계는 조폭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부를 축적한 일부 조폭 출신 매니저들은 거대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연예 관련 기획사를 차려 연예계의 ‘큰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조직폭력의 개입이 가장 자주 물의를 빚은 부분은 공연 관련 사업. 특히 지방공연 관련 이권에는 여전히 조폭들이 관련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대부, 건설업 등 합법적인 사업을 가장해 세력을 확장하는 까닭에 조폭은 그 어느 때보다 활개를 치고 있다. 과거엔 살인, 폭행, 범죄단체 구성 등의 혐의를 쉽게 적용할 수 있었으나 최근 경제범죄로 옮겨가 단속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조폭들은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유력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도움을 받는다.

최윤수 대검 조직범죄과장은 “과거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유흥업소 운영 등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대부업, 건설업 등으로 확대됐다”며 “자금원이 다양해지면서 폭력조직의 서식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여건은 악화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 수사원칙의 강화로 수사여건이 불리해졌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워진 폭력조직 수사·단속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직범죄는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해져 법망을 피해다니고 있지만 임의동행·압수수색·구속 등의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수사나 단속은 과거보다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경찰은 조폭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조폭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서서 국민들의 피를 빨고 있다. 그 피해자는 우리의 부모, 형제 혹은 스스로가 될 수 있다. 조폭을 발본색원하는데 시급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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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