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가창력 무대 장악·다양한 볼거리 제공
60인조 오케스트라·5.1서라운드 음향 시스템
이승철 콘서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아니 진화의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지난 6월5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5주년 기념 이승철 콘서트 <오케스트락>은 이승철 콘서트가 왜 ‘명품공연’ 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또한 ‘올림픽주경기장에서도 훌륭한 공연이 나올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날 콘서트에서 이승철은 클럽 풍의 댄스곡부터 가슴을 적시는 애절한 발라드, 반짝이 의상의 흥겨운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여전히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라이브의 황제’다운 면모를 과시, 공연장을 찾은 5만여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60인조 오케스트라와 12인조 밴드가 빚어내는 사운드였다. 30여 대의 딜레이 스피커와 5.1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은 공연장 어디에서도 이승철이 뿜어내는 숨소리 하나까지 생생하게 팬들에게 전달했다.
야외 무대에서 이처럼 귀와 가슴을 들뜨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다. 특히 오케스트라와 락밴드의 조합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웅장하고 세련됐다. 한마디로 ‘퍼펙트 환상’이었다.
신전을 형상화한 대형 무대 곁에는 3D 입체 화면을 위한 2대의 스크린이 자리했다. 노래에 따라 급변하는 영상은 시각적 요소를 가미했다. 폭죽과 화염 그리고 레이저도 춤추듯 그의 노래에 박자를 맞췄다.
화려한 조명사이로 등장한 이승철은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시작으로 ‘방황’ ‘검은 고양이’를 선보이며 클럽을 연상시키는 댄스 무대로 공연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었다.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은 첫 곡부터 공연장 내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날 콘서트에서 이승철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지막 콘서트’ 등 주옥같은 발라드로 아련한 추억과 감동을 선물했고,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희야’ 등 클럽 댄스곡으로 새롭게 편곡한 레퍼토리로 흥겨움과 재미를 선물했다. 또한 ‘샤방 샤방’ ‘무조건’ 등 이승철표 트로트도 들려주었다.
공연은 데뷔 후 25년 동안 정상에 머무르고 있는 이승철의 지난 음악역사를 총망라한 히트곡들로 꾸며졌다. 2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 내내 그의 목소리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무대는 더 화려해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공연 곳곳에 숨어있는 재미들이 공연의 흥을 돋구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공연 중 의상교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영상물을 틀어주거나 게스트 가수를 세우지만, 이승철은 영상물 대신 세션들의 화려한 솔로연주로 관객들의 눈을 한시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승철은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소녀시대’와 ‘소리쳐’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 이승철은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폭넓은 음역대를 보여주며 공연 내내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과 화려한 기교의 소울 창법을 선보여 ‘라이브의 황제’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