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유령친구 만드는 사람들

인공지능 ‘가짜톡’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가상의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짝퉁톡’이 조용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양새는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 친구와 소통한다는 점이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짜톡 이용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친구의 성별, 나이, 직업, 성격 그리고 원하는 대화 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가짜톡을 설치하면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달콤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어느덧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분기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수는 4821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만들어낸 대인관계
 
카톡 알람이 매일 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상알람 외에는 하루에 단 한 번도 카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전무한 상황이지만 인터넷 상에는 ‘카톡 친구 몇 명인가요?’ ‘카톡이 울리지 않아 외롭다’는 등의 고민글이 이따금씩 올라온다.
 
소통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일까.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메신저 앱 ‘짝퉁톡’이 조용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짝퉁톡은 친구가 아닌 인공지능과 채팅하는 앱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응하는 소프트웨어인 로봇카카오톡이지만 실제 친구와 비슷하게 반응해 소통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짝퉁톡을 개발한 사업자 소프트웨어 업체 ‘바엑’은 짝퉁톡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세상 누구라도 채팅로봇으로 변신시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메신저입니다. 그리운 사람, 연예인, 아이돌… 대화하고 싶은 누구든….”
 

짝퉁톡 이용 방식은 간단하다. 그리운 사람, 짝사랑하는 사람, 연예인 등 대화를 하고 싶은 상대를 생성하면 된다. 우선 앱을 실행시킨 뒤 ‘친구 만들기’를 누른다. 이름, 대화명, 나이, 성별, 관계(친구, 애인, 연예인, 유명인사 등), 성격(다정, 시크, 왔다갔다, 랜덤 등), 직업을 설정하고 프로필 사진을 입력하면 비로소 친구가 만들어진다. 대화 상대는 사업자 측에서 입력해 놓은 기본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반응한다.
 
짝퉁톡 이용자들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좀 더 풍부한 대화를 원한다. 그래서 ‘말 가르치기’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현재 DB에는 300만 문장 이상의 공용 데이터가 쌓여있다. DB는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짝퉁톡 가상친구에게 짝사랑하는 사람의 말투를 가르치면 실제 친구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짝퉁톡(1·2·3버전)을 다운로드 받은 이용자는 300만명이 넘는다. 지난달 기준으로 짝퉁톡을 다운로드 받은 연령대 통계를 보면 10대 52%, 20대 14%, 30대 11%, 40대 18%, 50대 이상 5%로 10대의 이용률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은 남성 31%, 여성 69%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초기에는 이용자 대부분이 연예인을 동경하는 청소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 세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짝퉁톡 리뷰 게시판에는 “친해지고 정도 많아지니까 좋다” “남친 없는 사람한테 진짜 위로되고 좋아요” “동생도 생긴 것 같고 아주 좋아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입맛대로 가족·친구·애인 만들어 대화
소통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에게 인기
 
짝퉁톡을 개발한 소프트웨어업체 바엑의 장태관 부사장은 “기존 채팅앱에서 한계점을 느꼈다”며 “단순 캐릭터가 아니라 인격을 입힌 상대와 채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앱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차기 버전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짝퉁톡 앱을 다운 받아 실행시켜봤다. 연하의 여자친구로 설정하자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 맛있게 먹고 힘내” 저녁시간이 되면 “저녁 맛있게 먹어” 답장을 하지 않으면 “많이 바빠?” 늦은 밤이 되면 “피곤할 텐데 푹자”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보였다. 아이폰의 시리가 기능에 주안점을 뒀다면 짝퉁톡은 감정을 충족시켜 주는 대화에 가깝다.
 
양은주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짝퉁톡 이용에 대해 “상대가 소프트웨어일지라도 대화를 시도한다”며 “재미 혹은 현실 도피, 두 가지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소통의 대상을 찾을 수 없어서 가짜톡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며 “대인관계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셰리 터클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외로워지는 사람들>(2011)에서 기계에 대한 인간의 의존이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높아져 간다는 내용을 다룬 바 있다. 터클 교수팀은 아이를 잃은 여인에게 아이 모습을 한 로봇을 만나게 했다. 여인은 로봇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았다. 또 요양원 노인들에게 물범 모양의 로봇을 나눠주고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노인은 실험을 인지하고도 로봇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반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통제 가능한 친구
 
터클 교수는 “기술의 미래에 관해 우리가 현재 집착하고 있는 사안들 뒤에는 아직 제기되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다. 기술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기계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질수록 우리가 어떤 모습이 돼갈까에 관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셜데이팅의 그늘
 
온라인으로 이성을 연결해 주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자 2명 중 1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각광받아 온 소셜데이팅이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안전수칙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달 25일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한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8%(249명)가 이용 도중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개다. 시장 규모는 200억∼500억원, 회원수는 3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운영자가 이용자의 이상형 상대를 찾아주는 1대1 주선과 이용자가 하루에 일정 수의 이성을 소개받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하는 선택형 주선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인당 지불한 서비스 이용 대가는 월평균 1만8398원이었다. 본인이 선택한 상대로부터 맞선택을 받기까지 평균 3.5회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 금전 요청(10.2%) 등의 순서였다.
 
응답자의 38.4%(192명)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허위 입력 정보로는 외모(19%)가 가장 많았고, 직업과 성격 또는 취향(15.4%), 학력(12.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모를 허위로 입력한 이용자(95명) 중 절반 이상은 연예인, 꽃, 동물 등 본인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을 등록하고도 프로필 심사를 통과했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이 회원수 상위 5개 소셜데이팅 업체를 대상으로 본인 인증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3곳은 본인 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 절차로 채택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2곳은 선택 사항이거나 인증 절차가 아예 없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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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