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걸린 동물원 동물들 '실태보고서'

빙빙 도는 코끼리 “도대체 왜?”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동물원 동물들의 행동이 이상하다. 제자리를 맴도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원 동물들이 생태와 맞지 않는 인위적인 공간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일종의 자폐증인 ‘정형행동’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동물원 설립과 관리에 대한 부분이 미흡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동물원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 동물원의 실태와 동물원법의 주요 내용을 알아봤다.

 
유치원 교사 최모(28)씨는 얼마 전 원아들을 데리고 수도권의 한 동물원을 찾았다. 그림책에서만 봤던 동물들을 실제로 접한 아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방 뛰었다. 최씨는 이런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울한 동물들
불편한 관람객
 
그러던 중 한 여아가 최씨에게 다가와 “코끼리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며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코끼리의 행동은 최씨가 봐도 이상해보였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코끼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발견됐다. 한 아이가 의문을 제기한 뒤로 수십여 명의 아이들이 교사들에게 달라붙어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최씨와 동료교사들은 무어라 대답해줄 수 없었다.
 
동물원은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로 손꼽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의 한 동물원을 찾았다. 기대를 품고 동물원 곳곳을 구경했지만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에는 진한 어두움이 묻어 있었다. 몸 곳곳에 상처의 흔적이 역력했다. 동물들이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씨는 동물들을 촬영하기 위해 챙겼던 카메라의 셔터를 차마 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는 동물원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1095명에게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96.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 돌고래 하면 돌고래가 물 밖으로 뛰쳐나와서 다시 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는 돌고래의 이상행동이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간사에 따르면 돌고래는 야생에서 물 밖으로 뛰쳐나와 뭍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 같은 모습은 오로지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동물을 억압하는 동물원의 환경 때문에 많은 동물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동물 전문보호단체인 ‘동물을 위한 행동’은 지난 17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공영동물원의 위기와 한국 동물원의 발전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년6개월간 대구, 전주, 대전, 광주, 청주, 진주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내 공영동물원 6곳과 민영동물원 7곳을 조사해 작성했다.
 
종일 제자리 맴도는 이상행동
불안한 사육환경에 자폐증까지
 
동물을 위한 행동은 보고서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공영동물원은 만성적인 재정·전문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설물도 30년 이상 낙후돼 있다”며 “대부분 동물원에서 동물을 작은 시멘트 상자 안에 가둬둔 탓에 이들은 전시관 내 좌우를 끊임없이 오가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단체 측은 “조사 과정에서 이상행동이 심각한 동물들은 고양이·곰·개과, 영장류 등 고등동물들이었다”며 “무료하고 정형화된 작은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이상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 관계자는 현재 임시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원법과 관련해 “그동안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동물원을 법과 제도로 끌어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법이 동물쇼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원래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 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물원은 동물을 사육하면서 관람의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동물의 습성 등 생태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야생동물의 보호 및 증식 등 종의 보존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일부 동물원의 경우 동물쇼에 이용하기 위하여 동물을 가혹한 방법으로 훈련하거나 재정상의 문제 등으로 최소한의 사육환경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 사육동물들을 거의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동물원 내 동물의 복지와 환경을 개선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털 뽑는 타조
정신적인 고통
 
현행법상 동물원 내 사육동물에 대한 적정한 사육환경 제공 등 동물의 복지에 관한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의 동물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자연공원법’ 및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각각 교양시설, 공원시설, 박물관의 한 종류로 취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물과 관련된 현행법은 야생동물을 다루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가축 및 반려동물을 다루는 ‘동물보호법’, 해양동물을 다루는 ‘해양생태계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등이 있다. 이들 법은 각각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현재는 동물학대가 발생해도 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동물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과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의 적정한 사육환경 조성 등 사육동물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동물원의 올바른 운영과 사육동물의 복지 구현을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동물원법’을 지난 2013년 9월에 대표발의 했지만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하나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동물원 등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뒤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동물쇼 금지, 동물원에 적응할 수 없는 동물은 사육·전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들어 있다. 동물원법은 지난 4월 회기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같은 달 28일 국회에서는 동물원법 제정안을 놓고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사육사 및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동물원법의 방향성, 해외 동물원 동향과 국내동물원 운영현황,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동물원법 제정안의 과제 등 동물원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동물원과 관련된 법률로는 ‘동물원법’(장하나 의원 대표발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한정애 의원 대표발의), ‘동물원 관리·육성에 관한 법률안’(양창영 의원 대표발의) 등이 계류 중이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서울대학교 이항 교수는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적정 사육환경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라며 “동물 허가제를 반드시 실시해서 자격미달인 동물원, 수족관이 양산되는 것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많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생태와 맞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의 스트레스로 ‘정형행동’ 즉, 정신적 질병(사람에게는 자폐증에 해당)을 앓고 있다”며 “많은 동물원이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동물에게 인위적 행동(바다사자 윗몸일으키기, 원숭이 자전거 타기 등) ‘동물쇼’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장하나 의원은 “동물공연의 이면에는 학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는 동물원 임의등록제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허가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는 동물원의 동물복지를 위한 규정이나 자정능력이 없다. 동물원에 관한 규정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며 “종·개체 숫자별 사육면적에 대한 기준을 법으로 규정한 해외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의 사육기준을 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은 없고
인력도 부족
 
성균관대학교 한은경 교수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실시한 ‘동물보호 및 동물원법 제정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허가제에 대해 95.1%가 찬성했으며 관람 목적의 인위적 훈련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58.9%로 나타나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법을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은 “성균관대학교 한은경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동물쇼 및 훈련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동물공연에는 학대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동물 공연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서 사단법인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녹색당, 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들은 동물원법 제정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카라 등 3개 단체는 동물원법 제정 의견서를 환경부에 전달한 데 이어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3개 단체 의견서는 ▲모든 유형의 야생동물 수용시설 의무 등록 ▲종 보전 등 현대동물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원에 대한 예산 지원 및 기부금품 모집 허가 ▲동물쇼의 원천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적 특성 고려한 환경조성 요구
허가제로 자격 미달 공원 관리해야
 
이처럼 일부에서 동물원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관련 법령 제정에 소극적이어서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언제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물원법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만큼 찬성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동물원법 제정에 관심이 필요한 현실이다.
 
장하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동물원 동물 사육기준 및 제도’에 관련한 사례조사를 요청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동물원 동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도 영국은 동물원과 관련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운용중으로 알려진다. 동물원의 허가 및 조사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다. 중앙정부가 이에 필요한 법적 기준 및 근거를 제시한다. 영국 동물원의 목적은 동물이 가장 정상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데 있다. 동물원의 핵심역할은 동물 보전이다.
 
 
영국의 동물원은 온도, 환기, 조명(강도 및 분광분포) 및 소음수준은 동물의 특정 종이 항상 안락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동물원내 적정 환경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임신한 동물의 경우 특별관리해 보호하고 수생동물의 경우 적절한 공기공급과 적정 개체수 및 수온 유지가 되도록 환경을 관리한다. 야외 우리의 동물들에게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한 충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관람자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도피 영역도 있다.
 
때문에 영국 동물원의 각 우리들은 동물의 일반적인 방어 반응과 적절한 질주 또는 도피 거리를 허용하도록 디자인하도록 돼 있다. 우리와 장벽은 동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고안돼야 하며, 동물 탈출을 막는 구덩이는 동물이 돌아갈 수 있는 도피로를 확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장하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동물원 사육 동물의 복지증진 방안’ 관련한 사례조사를 요청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동물원과 관련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 심지어 국내 동물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원시설중 교양시설로 분류돼 있다.
 
일부 지자체 동물원 관련 조례상에는 동물원에 관한 정의가 제시되고 있으나, 동물원과 관련한 명시적 정의 및 기준 등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동물복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의 경우에도 동물원 내 동물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인위적 훈련금지
복지도 고민할때
 
국회에서 열린 동물원법 제정 공청회에서 장하나 의원은 “어른들이 돈벌이나 유희를 위해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해왔다. (동물원법 제정은) 동물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그간 동물학대국가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이번 기회에 동물학대국이 아닌 모범적인 동물복지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견 대여업 논란 “3일에 5만원”
 
애견 대여 서비스가 등장해 논란이다. 애견을 대여해주는 업체들은 말티즈, 토이푸들, 포메라니안 등 소형견을 2박3일 정도 대여해주는데 5만원에서 7만원을 받는다. 원한다면 1주일에서 한 달까지도 연장이 가능하다. 주문 시 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자동차 퀵서비스를 통해 강아지를 받는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지하철택배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이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애초에 판매, 대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21일 국회에 따르면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조항을 신설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려동물 대여업을 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단, 시각 장애인 등을 위한 보조견의 대여는 예외로 했다. 개정안은 또 동물학대행위에 동물을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추가했다. 소싸움과 같은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동물학대 행위에서 제외된다.
 
애견 대여 서비스는 200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인기를 얻으며 영국 런던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동물을 물건과 똑같이 취급, 학대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2008년 미국, 영국 정부가 모두 대여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해당 업체들은 1년 만에 모두 문을 닫았다. 일본 등에선 여전히 성업 중이다. 특히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대여하는 비율이 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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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