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박근혜 히든카드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확실한 아군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무총리 내정자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명됐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보안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 때문에 과거 그의 발목이 붙잡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그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다. 이번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과거 불거진 의혹들이 그의 발목을 잡을지 주목된다. 

 
이번 황교안 총리 내정자의 인준 절차를 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황 내정자 지명에 대해 “아주 잘 된 인사라고 평가한다”며 “황 내정자는 장관 재임 시 여러 가지 언행이 신중하고 훌륭한 사람으로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은 인준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예정으로 보인다.
 
제2의 김기춘?
제2의 안대희?
 
야당은 황 내정자의 지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그런 총리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공안 통치로 국민을 강압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막막하다”고 일갈했다. 야당은 황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야당이 이토록 황 내정자를 반대한 이유가 있다. 그가 ‘미스터 보안법’으로 통하는 국가보안법을 신봉한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수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도덕성에 흠집이 갔다.
 

황 내정자는 대검찰청 공안1·3 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의 저자다.
 
그는 1990년대부터 각종 공안사건을 도맡아 수사를 지휘했다. 1990년 해외반한단체와 팩시밀리를 통해 연락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민련국제협력국장 김현장 피고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징역 10년 구형.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 이근희에게 징역 10년 구형. 1993년 보안사령부가 주도한 국군정보사령부의 양순직 신민당 부총재 테러 사건과 시국 사건 12·12사태 등을 수사했다. 
 
황 내정자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헌법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역점을 두고 노력한다”고 밝힌 적 있다. 특히나 헌법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문제는 그 적용 대상이 공안 및 내란 사건에 편향돼 있다는 점이다. 
 
황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부산고검장을 지냈던 2011년 5월11일 부산의 한 교회 강연에서 “김대중씨는 계속 재야활동을 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사받고 검찰에서도 조사받았다”며 “이런 분이 딱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그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었던 검사들은 물론 소위 공안통으로 이름나 있는 검사들은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또 “공안검사가 굉장히 고통받고 두 번째 인사에서도 그런 고통을 주고 세 번째 인사에서도 고통을 주니까 많은 검사가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구속까지 됐던 분”이라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스터 보안법’ 대표적 공안통 출신
박근혜정부 들어 ‘쑥쑥’ 고공행진
 

황 내정자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내란 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주도했다. 2013년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황 내정자는 이석기 의원에 대해 “이 사건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다”며 “헌법가치를 침해한 행위로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달 26일 이석기 등을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2월3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014년 2월17일 수원지방법원은 내란음모와 선동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2014년 8월11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한 이석기에 대해 내란선동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하고 그를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안기부 X파일 수사
무혐의 처분 전력
 
이와 맞물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서도 황 내정자는 정부 대리인으로서 직접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의 구체적 내용은 현정권 타도”며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는 2014년 11월25일에 있었던 최종변론에도 직접 출석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포장한 것이다”며 “용공정부 수립과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정당해산을 거듭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19일 재판관 9명 중 8명 인용 의견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2005년 황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 사건 수사를 맡았다. 그는 이 사건에 등장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주요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전력이 있다. 
 
MBC 이상호 기자의 공개로 알려진 도청 테이프 안에는 이학수 당시 삼성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지시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과 일부 검찰 고위직 인사들에게 수십억원을 제공하기로 논의한 내용이다. 
 
황 내정자는 테이프에 등장하는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와 실명이 거론된 이름바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수사 과정 이 회장을 단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황 내정자는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 소환할 수 없어 서면조사만 했다”며 “홍석현 사장이나 이학수 실장이 X파일 내용대로 진술했다면 이 회장도 소환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둘 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 역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황 내정자는 “불법 도청자료가 활용되는 것은 큰 폐단이라고 생각하며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황 내정자는 삼성 관련자 소환은 물론 출국금지도 하지 않고 서면 조사만 진행했다. 이에 반면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황 내정자는 지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그는 1980년 징병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5급 판정을 받아 징집면제 처분됐다. 이 질환은 가려움을 수반하는 부종으로 손톱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담마진 치료를 받은 경우 제2국민역 판정이 가능했다. 
 
황 내정자는 당시 치료를 위해 6개월 이상 병원 진료를 받았다. 황 내정자는 “담마진 경우 최저 등급인 3급을 받으면 면제대상이었다”며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는 사범시험 준비생들이 졸업연도까지 징병감사를 연기하는 게 관례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와 함께 근무한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한 종편에 출연해 “함께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난다”고 확인해줬다.
 
두드러기 때문에…
입대 미루다 면제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 받은 이듬해에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황 내정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2월14일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황 내정자는 그야말로 의혹 종합선물세트였다. 병역, 재산, 투기, 과거행적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황 장관은 2011년 8월 검찰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업했다. 이른바 ‘전관예우’로 16개월간 약 15억원의 보수를 받아 의혹이 일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인사청문 요청안 자료를 분석해 황 내정자가 퇴임 직후 태평양으로 가면서 16개월 동안 15여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시점에 황 내정자의 재산 신고액은 13억6839만원이었다. 하지만 로펌행 이후 2013년 2월 시점에 재산은 25억8925억으로 확인됐다. 황 내정자는 지난 2011년 9월 태평양에 입사한 이후 그해 12월까지 불과 석달 동안 2억7000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2012년 동안 12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 본인의 재산보다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전관예우차원에서 지급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전관예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수임료”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 내정자는 “대형 법무법인 대표급 변호사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분기에 1회씩 상여금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소득세법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황 내정자는 2008년 성남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연말정산에서 배우자에 대한 부양가족 기본공제신청을 했다. 당시 대학에 재직하던 배우자 역시 이미 본인 몫의 기본공제를 신청해 이중 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황 내정자의 배우자는 2008년 2곳의 신학대학으로부터 총 738만원을 수령해 기본공제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소득금액 700만원 이상일 경우 부양가족 공제를 신청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병역·역사관·전관예우 보수·탈루…
‘의혹 세트’ 청문회 문턱 넘을지 의문
 
황 내정자는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도 있다. 장남은 2012년 8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0차 아파트 전세를 3억원에 계약했다. 황 내정자의 장남은 2011년 7월 군 제대 후 KT에서 근무를 시작해 연봉 3500만원인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증여세 납부나 채무관계는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을 불법증여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직계존속간 증여도 3000만원 이상인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장남에게 증여를 했다면 2억7000만원의 증여세납부기록이 있어야 한다. 서 의원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켜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오히려 세금을 탈루하려 한다”며 “서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황 내정자를 질타했다.   
 
지난 21일 황 내정자 인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국민 통합형 총리를 원했던 국민의 바람을 져버린 것”이라며 “황 장관을 국무총리로 내정해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장관 때와 다르다
야당 발목 잡을까
 
수 많은 의혹이 있는 황 내정자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무사히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이미 한 번 인사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황 내정자는 한바탕 곤욕을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황교안 내정자는?]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기사 속 기사> ‘황교안 후임’ 소병철 누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로 내정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소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정치권에서는 소 전 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 원장은 1958년 전남 순천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5기로 대검 형사부장과 대전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소 전 원장은 평소 겸손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원장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호남 출신의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난다. 
 
▲전남(55) ▲서울대 법학 학·석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로스쿨 ▲제25회 사법고시 합격 ▲서울지검·서울고검·부산고검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검찰2·1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전지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전지검·대구고검 검사장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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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