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③흔들리는 교권

“얘들아! 선생님이 그렇게 만만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존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선생님이다. 오늘날 교권의 질은 땅에 떨어졌다. 교사들의 직업윤리도 시험대에 올랐다.                    
 
 
“교사 생활이 20년 전보다 20배는 힘들어진 것 같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A(50)씨가 말했다. A씨 전자메일함에는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들로 꽉 차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해 업무창고도 가봐야 한다. 반에서는 폭행 사고가 발생해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학생 지켜보는
교실서 주먹질
 
200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사한 ‘교사의 스트레스, 원인과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0.8%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78.7%가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어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교직 생활과 학교문화에 대한 교사 의견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73%), 행정 업무(58.2%), 교직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56.6%) 등으로 꼽았다. 
 
‘학생들 가르치랴, 학부모 상대하랴, 연구 수업 준비하랴, 승진에 신경 쓰랴, 장학지도 대비하랴, 선생님들 관계 유지하랴….’교사들은 갖은 직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로 교사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대한민국 초·중·고 등학교 교육은 주입식이다. 그건 수십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B(47)씨는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와 학원은 모두 주입식 교육이다”며 “이렇게 똑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당연히 학원 선생들이 더 잘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 선생들은 교재 연구와 수업에 열중하기만 하면 된다. 또 학생들이 잘되면 인센티브가 나오는 등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된다”며 “반면 교사는 대학을 잘 보내 인센티브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수업만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대부분 1년 전에 마친 상태다. 이 때문에 종종 학생들은 선생님의 실력을 확인하려 들거나, 혹은 다른 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B씨는 “교사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며 “학생은 ‘이 선생님은 학원 선생님만큼 잘 가르쳐, 그래서 존경해’라는 의식이 이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등학생의 64.2%, 중학생의 56.3%, 고등학생의 62.9%가 한 학기 이상 영어와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너진 공교육
“대책이 없다”
 
특히 이런 경향은 소위 말한 명문고에서 만연하게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ㄱ고등학교는 명문대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명문고로 통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교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함에도 말이다. ㄱ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C(40)씨는 “이 학생들은 원래 우수한 학생들이다. 내가 가르쳐서 공부를 잘한 게 아니다”며 “교사로서 만족감은 별로 없는 곳이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제일 싫다.” 하나같이 모든 교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하면 교사들 입장에서는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다. A씨는 “국회의원들이 2010∼2015년 방과 후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다”며 “2010년에 근무했던 교사들이 어디 있나. 다 선생님들이 업무창고에 내려가 자료를 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2시까지 자료 보고 올리라고 하는데, 내 수업이 12시까지다”고 성토했다. 교사들은 국회의원의 ‘묻지마식’ 자료요청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과 교육부만 없으면 수업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또 교사 개개인이 활동에 대한 지원을 교육청에 직접 발주해야 하며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처리해야 할 보고서와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 교사 스트레스 이유로 행정 업무(58.2%)를 꼽았다. 또 집에서 학교 일을 하는 것이 줄었다는 답변은 15.5%인 반면에 행정 업무가 늘었다는 답변은 80.2%에 달했다. 보통 교사는 하루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수업한다. 학생들을 만나는 수업 한 시간을 위해 세 시간 정도는 준비를 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교육 외에 업무로 시간을 보낸 교사들이 많다.
  

“우리 애 누구랑 같은 반 됐어요? 그 애 별로니깐 반 바꿔주세요.” 교사에게 학부모는 두 번째로 상대하기 싫은 존재다. 교사에게 학부모는 갑이다.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D씨는 “반 배치까지 다 해놨는데, 학부모에게 전화와 애 반을 바꿔달라고 했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바꿔줘야지 별수 없다”고 말했다.
 
무시하는 제자와 학부모
예전같지 않은 교사생활
 
최근에 학부모가 늘면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간섭이 극에 달하고 있다. D씨는 “학부모는 바로 교장실로 들어가서 찍어 내린다”며 “옛날 같으면 선생님과 상담하다 보면 늦을 수 있는데, 요즘은 조금만 늦게 보내도 ‘학원 늦었는데 왜 안 보내느냐’고 항의한다”고 말했다. D씨는 “요즘 학부모는 교사를 너무 쉽게 본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집계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총 1570건에서 2012년 7971건으로 3년 사이 5.1배로 불어났다. 이후 2013년 5562건, 작년엔 4009건으로 주춤했다. 2013년 이후 다소 감소한 것은 정부가 2012년 교권 침해에 엄정히 대처하는 내용을 담아 교권보호종합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11건에서 2012년 128건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에도 잇단 학부모 교사 폭행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폭행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교실에서 일어난다. 청소년 아동 전문가들은 이를 ‘빗나간 자식 사랑으로 빗어진 세태’라고 말한다.
 
 
보람이 없다.  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를 바탕으로 회원국 중학교 교사 10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질문에 회원국 평균(9.5%)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로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비율도 36.6%로 회원국 평균(22.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교직에 입문한 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은 새내기 교사들의 절망감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 조사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처음에는 높았다가 점차 떨어져 15년 가량이 지나면 가장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교직에 오랫동안 근무한 관계자들은 “젊은 선생님들은 옛날처럼 학생에게 올인하지는 않는다”며 “그냥 직업인이다”고 말했다. 과거 교사가 제자를 위해 24시간 고민한 시대는 지났다. 다시 말해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유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어 “딱 학교에 있을 때만 선생이지 교문을 나가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 학생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교육자로서 때로는 학생의 인생을 마음 아파해야 하는데, 이런 감정 공유가 요즘에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교사는 직업윤리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갖은 잡무까지
사명감도 잃어
 
그래서일까. 최근 교사들의 일탈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중 성범죄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4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등학교 교사 240명 중 115명이 현직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지난 5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등학교 교사 중 절반 가까운 47.9%가 버젓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직 교사도 33명이나 포함돼 있다.
 

2012년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2학년 여학생을 차에 태운 뒤 강제로 입을 맞추고 끌어안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같은 해 부산에서는 초등학교 교사가 모텔에서 여중생과 성매매하려다 적발됐다. 모두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였지만 이들은 교육청으로부터 정직 2개월과 정직 1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후 교단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지하철에서 18세 여성의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했지만 정직 1개월 후 학교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성범죄를 단 한 차례만 저질러도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도 제출되지 않는 상태다.
 
지난 3월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 성비위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09∼2014년 미성년자 약취, 성추행, 성폭행 등의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230명에 달했다. 이 중 교단에 남아 있는 사람은 121명(53%)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2010년 39명, 2011년 45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35명 등 연간 30~60명 수준을 유지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로 교사가 파면ㆍ해임되거나, 100만원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교원 지위를 박탈하도록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으로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나올 경우 교단에 계속 설 수 있다.
 
빗나간 자식사랑…교사 폭행사건 빈번
성범죄 느는 등 일탈행위도 극에 달해
 
교육부는 교원들의 지속적인 성범죄 발생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관련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결격사유에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사람’을 포함해 단 한 차례라도 성범죄를 저지르면 교단에서 영구히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범죄로 수사 중인 사립학교 교직원도 직위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교원 자격을 박탈해 교육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중한 처벌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적절한 말을 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지귀연 판사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인 제자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말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던 A씨는 지난해 5월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제자 릴리(가명)양이 질문을 자주 해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반 어린이 전체가 “릴리 바보”라고 세 번 크게 외치게 했다.
 
6월에는 점심 때 릴리양이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아이들이 듣는 가운데 “반이 한국인인데 왜 김치를 못 먹나. 이러면 나중에 시어머니가 좋아하겠나”라고 나무랐다.
  
아울러 A씨는 수업 중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하더니 유독 릴리양을 가리키며 “너는 부모 등골을 150g 빼 먹는 애”라고 말하기도 했다.
 
릴리양 부모는 뒤늦게 딸로부터 이런 사실을 듣고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릴리양은 이후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수개월 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
 
성범죄 징계 교사
절반 아직 교단에
 
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년간 교직 생활한 A씨는 “젊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실수를 많이 한다. 그들도 아직 젊은지라 감정조절이 안 되고 욱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선생님들도 많은 사람을 겪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임용고시나 사범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선생이 된 거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선생님으로서 행동을 요구한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 경우 그런 소양을 갖추기에는 너무 가치관이 빈약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중앙일보 강남통신>이 빅데이터 전문 업체 파타크로스에 ‘교사 및 스승에 대한 소셜미디어상 담론 분석’이라는 주제로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교사에 대한 키워드는 부정적인 내용이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폭력적인, 비도덕적인, 걱정스러운, 부족한 등이 사회에 비친 교사한 단면이기도 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초등 제자와 교사 ‘위험한 사랑’
 
지난 2013년 초등학생 여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던 초등학교 교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형사부는 지난 23일 초등학생 제자(13)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된 전 초등학교 교사 강모(30)씨에게 징역 8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그리고 10년간 신상정보공개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린 학생에게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고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성적 가치관 형성을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초등학교 교사가 음란 동영상을 어린 제자에게 보여 주고 수차례 간음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초등학교 제자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같은 해 12월 구속됐다. 강씨는 비슷한 시기 여고생이 된 제자를 집으로 불러 성관계를 갖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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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