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대선자금 수사 막힌 '진짜 이유'

'의혹 투성이' 청와대-검찰 사인 오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성완종 메모'에 언급된 정치인으로는 처음이다. 홍 지사와 함께 '검찰 1호 타깃'으로 지목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친박으로 분류된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관련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 진위를 알아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후 그가 남긴 '메모'의 파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는 '비박'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 둘째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로 전달된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셋째는 과거 정권 때 단행된 특별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다.

기소 앞둔 홍준표
소환 앞둔 이완구

우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수사는 비교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수사 초기부터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2011년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 승용차 안에 있던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홍 지사의 금품수수 여부를 추궁했다. 홍 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돈의 출처와 성격, 전달 방법 등이 구체화되면서 수사의 퍼즐이 맞춰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주 내로 홍 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완구·홍준표 수사 마무리 예정
박 특사 공세 대선자금 의혹 맞불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이달 들어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 6일 검찰은 2013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이 전 총리(당시 후보)를 도운 자원봉사자 한모씨를 소환하는 한편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인 윤모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한씨는 부여·청양 재보선 후보등록일인 2013년 4월4일 '이완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목격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담긴 비타500 박스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와 또 다른 운전기사 여모씨로부터 "성 전 회장이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성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의 통화내역, 성 전 회장의 하이패스차량 단말기 통행기록 등도 확보해 당일 행적을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과 독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의 일정을 관리한 비서 노모씨와 선거사무소를 총괄한 신모씨 역시 "두 사람이 만난 걸 보지 못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이들뿐 아니라 반대 진술을 종합해 3000만원의 진위를 가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측근그룹이 윤씨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 중이다. '홍준표 수사'와 비교해 진행속도가 더디지만 관련 인물이 대부분 소환된 만큼 이 전 총리 역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일 검찰은 현장 검증에서 1억원을 담은 쇼핑백에 대해 "개연성이 높다"라는 결론을 내린 반면 3000만원을 담은 비타500 상자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와 달리 이 전 총리에 대한 기소는 박근혜정부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성완종 게이트
핵심은 박근혜


'성완종 게이트'의 뇌관인 대선자금 수사는 마찬가지 이유로 시계가 멈춰있다. '성완종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6인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혹에 휩싸인 돈이 박근혜캠프와 직접 연결돼 있는 까닭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표면적으로 검찰은 수사 지연의 근거로 증거 부족을 꼽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했던 마지막 인터뷰가 그 단서다. 성 전 회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돈을 받은 8인을 열거하면서도 홍 지사를 빼고는 중간 전달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이 남은 7인에게 돈을 직접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녹취록에서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을 지목하면서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를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2007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 현금으로 줬다"라며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가져왔고, 내가 직접 줬다"라고 밝혔다. 남은 녹취록을 봐도 제3자인 전달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달자의 부재는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개의 정치자금(혹은 뇌물) 수사는 뇌물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는 공여자가 사망하면서 추가적인 진술 보강이 어렵게 됐다. 검찰로선 공소장을 작성할 때 간접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연이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수사가 꼬여버린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감들' 털어봐야 나올 것도 없는데 일부러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검찰이 가진 딜레마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특별수사팀을 흔드는 '정치세력'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 보위를 위해 수사 개시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를 앞두고 측근들과 만나 대책을 의논했으며, 이때 오간 회의 내용을 대부분 복원했다"라고 알렸다. 관련 회의록이 중요한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8인에 대한 단서가 회의 내용에 언급돼서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는 없다"라면서도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회의가 열렸으며,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의 대책회의는 "이번 수사와 직접 연결된 내용이 담겼다"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성 전 회장이 지난달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그때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잘 줬느냐'라고 물은 것은 우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 또 같은 기간 성 전 회장은 '7억원을 줬다'라고 주장한 리베라호텔을 자신의 측근과 둘러봤다.

추론하면 검찰은 회의록에서 남은 6인에 이르는 열쇠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더는 '증거 타령'이 수사의 걸림돌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법무부
충돌 가능성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말도 없이 직원을 독려하며 증거 확보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대선자금 수사는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 문 지검장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문 지검장은 "양심을 지키겠다"라며 '검사직'을 내건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아예 수사팀으로부터 직보를 받고 있다. 외부의 개입과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은 '진인사대천명'이란 당부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다. 국정원 사건을 지휘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닮은 행보다. 공교롭게도 잠재적 수사대상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청와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위태로운 김진태 "제2의 채동욱 될라"
황교안 총리차출·민정수석 교체 변수

김 총장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 차원이란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반면 한쪽에서는 수사팀도 모르는 정보가 새고 있다. 야당 의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의 '성완종 장부'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하며 "수사에서 손을 떼라"라고 했다.

황 장관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채 전 총장과 선거법 적용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황 장관은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기소에 반대했으나 채 전 총장은 선거법 적용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까지 요구했다. 둘의 갈등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불과 석달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옷을 벗었다.

만약 김 총장이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다면 채 전 총장보다 더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이 수사를 받는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정권에 부담이다. 청와대로서는 검찰을 통제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황 장관은 국무총리 발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개점휴업 상태인 '부패와의 전쟁'을 황 장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렇지만 황 장관은 어떤 이유인지 법무부에 남아 있다. 현재로선 성완종 사건 때문이란 것이 주된 분석이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김 총장과 교류했던 김 전 실장의 공백이 크다. 검찰 권력은 김 전 실장의 힘이 빠지면서 내부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2월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김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현재 김 차장은 김 총장을 거르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김 총장의 약화된 조직 장악력이 몫을 하고 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된 채널로 '특사(특별사면) 수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완종 특별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한데 이어 지난 4일에도 "사면제도를 전면 개선하라"라고 지시했다. 사안의 '본질'인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특사 카드는 성완종 메모가 발견된 직후 국정원이 기획하고 제공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앞뒤 정황상 일종의 '물타기 아이템'이란 의심이 짙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0일 '성완종 게이트 ④박근혜 위기탈출 카드 포착'이란 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문제는 특사를 대가로 참여정부 쪽이 돈을 챙겼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사실이다. 메모와 인터뷰가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는 결이 다르다. 이명박대통령인수위 당시 비서실에 있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B 측 핵심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보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시중에는 친박계 핵심그룹이 우 수석의 비위사실을 캐고 다닌다는 말이 나돈다. 성완종 사건의 책임을 물어 수사를 컨트롤 한 우 수석을 '찍어내려' 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의 부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 총장과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 증거이기도 하다.

홍 지사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김 총장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첫 타깃은 언론에 오르내린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럽다면 서병수 부산시장 쪽으로 칼끝을 돌릴 수 있다.

김진태의 반란
첫타깃 홍문종

검찰은 이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캠프의 김모씨에게 성 전 회장이 2억원을 전달했다"라는 진술을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확보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부사장은 2012년에만 비자금 용도로 9억여원을 인출했다. 이 돈 가운데 얼마가 누구를 통해 어디로 전달됐느냐가 대선자금 수사의 핵심이다. 홍 의원과 서 시장은 나란히 박근혜캠프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았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청와대는 참여정부 당시 있었던 비리도 함께 들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세 갈래 수사 가운데 두 갈래를 함께 병행해야 한다. 더구나 홍 의원 바로 건너편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김 총장 혼자 돌파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