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영화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노출 패션으로 시선 끌기에 나서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게 세련된 자태를 뽐낸 스타도 있고, 반면 난감한 모습으로 나타나 보는 이들을 당황케 만든 스타도 있다. 노출 의상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믿고 있기에 당분간 여배우들의 자존심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워스트 드레서로 뽑힌 탤런트 A양이 담당 스타일리스트에게 막말을 던져 구설수에 올랐다.
제작발표회 여배우들 패션 대세는 ‘노출’
호란·박시연·소유진·서우 등 몸매 과시
드라마가 새롭게 시작하기 전, 방송사들은 홍보를 위해 제작발표회를 연다. 배우들은 인터뷰를 통한 드라마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함으로써 이슈를 만들고 입소문을 타게 한다.
브랜드들 치열한 ‘옷로비’
이 같은 제작발표회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여배우들의 노출 패션이다. 짧은 미니원피스나 핫팬츠를 입고, 그동안의 몸매 관리에 보상을 받듯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무대에 선다. 파격적인 의상과 아름다운 몸매는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인터넷과 신문을 도배한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를 통해 연기자로 첫 신고식을 치른 호란은 제작발표회에 가슴이 깊이 파인 블랙 드레스를 선택,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제작발표회 당시 호란은 “첫 제작발표회라 모든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신의 의상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를 자주 선보였던 박시연은 SBS 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 제작발표회장에서도 자신의 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가슴 라인이 깊게 파인 샤넬 미니드레스를 입어 제작발표회장 분위기를 후끈거리게 만들었다.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소유진은 파격적인 의상으로 먼저 자신의 컴백을 알렸다. 제작발표회 당일 가슴과 다리 옆 라인에 포인트를 준 블랙미니 드레스를 선택, 섹시하고 시크한 멋을 풍겼다. 그녀가 자리에 앉을 때 옆트임 부분이 위로 올라가면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서우는 짧은 스커트로 다리라인을 부각시켰다. 치마가 너무 짧은 나머지 무대에 함께 오른 천정명이 손으로 치마를 가려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신인배우 하주희는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제작발표회에 가슴이 훤히 보이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 관심을 받았다. 또 신인배우 강예빈은 케이블방송 SBS E!TV의 골프 시트콤 <이글이글> 제작발표회에 짧은 드레스를 입고 골프 스윙하는 포즈를 취해 본인은 물론 작품도 함께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제작발표회에서의 패션은 화려하게 격식을 갖춘 시상식의 패션과는 달리 평소 여배우들의 패션스타일과 감각을 엿볼 수 있어 팬들에게 패션아이콘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뿐만 아니라 이런 패션 이슈는 입소문을 타고 홍보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보효과 톡톡…본질 흐려지는 역효과도
탤런트 A양은 ‘워스트 드레서’ 뽑혀 망신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여배우들은 상당히 긴장하게 마련이다. 플래시 세례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사실 여유보다는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패션 경연장이기도 한 제작발표회는 배우들간 자존심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밀리는’ 옷을 입은 배우는 바로 다음날 워스트 드레서로 낙인 찍힌다.
관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 좀 더 유명한 배우들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기 위해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정보력을 총동원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인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제작발표회는 노출도와 홍보 효과를 고려해볼 때 최고의 피드백을 자랑하므로, 관련 명품사들은 드라마에 캐스팅 된 여배우들에게 공을 들인다. 특히 주인공에 캐스팅 된 여배우를 향한 명품 브랜드들의 러브콜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모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과감한 노출 의상으로 ‘대박’을 터뜨린 탤런트 A양. 드라마 종영 후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지내던 그녀는 올해 초 다른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 그녀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행사를 앞두고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한 달여 전부터 집중적으로 회의를 했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 여러 가지 콘셉트를 시도해 보고 A양에게 어울리는 의상을 준비했다.
드디어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날, A양은 다음날 인터넷과 신문을 도배할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작발표회가 시작되고 포토타임 시간. 사회자가 먼저 탤런트 B양을 소개하고, B양이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는 순간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포즈 요청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B양의 포토타임이 끝나고 다음은 A양 차례. 사회자가 A양을 소개하고 A양이 포토월에 서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진기자들 뿐 아니라 취재기자들, 방송관계자들이 A양의 의상을 보고 경악한 것. A양의 의상이 노출에만 신경을 썼을 뿐 색상과 스타일이 A양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사진기자들은 의무적으로 셔터를 누를 뿐이었다.
아슬아슬한 제작발표회
다음날 A양은 기대와 달리 워스트 드레서에 선정이 됐고, 화가 난 A양은 다섯 살이나 많은 스타일리스트를 사무실로 불러 “이 따위로 일하고 월급을 받냐”며 막말을 해댔다. 기가 찬 스타일리스트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대표를 찾아가 “더 이상 A양의 일은 못하겠다”고 말하고 나와 버렸다.
A양 매니저는 “오히려 조용히 묻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갔으면 좋았을텐데 워스트 드레서에 뽑혀 A양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소속사 식구들이 심혈을 기울였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이처럼 드라마 홍보를 위해 시작된 제작발표회가 여배우들의 자존심 경연장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의 여배우 패션이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가슴을 과도하게 노출시켜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아닌 ‘여배우 제작발표회’가 돼가는 것 같다”며 “여배우들의 자존심 경연장이 되면서 각 소속사 관계자들이 다른 여배우는 어떤 드레스를 입고 오는지 물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