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검찰 첫 타깃' 홍준표 수사 관전포인트 넷

벼르는 검찰 VS 비웃는 준표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의 파장이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2명으로 수사의 궤적이 좁혀진 모양이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홍 사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한 80%는 됩니다.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어디 한둘입니까."

1993년 '6공 황태자' 박철언 의원은 검찰이 쳐놓은 수사망에 걸렸다. 슬롯머신의 대부 정덕진·정덕일 형제는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홍성애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5억원을 건넸다"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의원은 "홍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지 모른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꼬장꼬장한 한 검사에 쏠렸다. 그는 "뇌물 사건에 물증이 어디 있느냐"라며 집요하게 홍씨를 추궁했다. 마침내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박 의원은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라며 맞받았다.

검사는 박 의원을 구속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국회의원도 되고, 여당의 대표도 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혔다.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일약 대권후보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늘 '쫓는' 쪽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젠 '쫓기는' 입장에서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홍 지사다. 홍 지사도 '성완종 게이트'에 본인이 엮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는 자신이 공들여 수사했던 박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됐다. 어떤 면에선 더 불리하다. '성완종 메모'에 포함된 8인 가운데 검찰이 첫 타깃으로 홍 지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비박'인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권 차원의 엄호 없이 홀로 수사를 받게 된 홍 지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네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순서대로 ▲윤승모의 진술 여부 ▲홍준표의 회유 여부 ▲검찰의 별건 수사 ▲홍준표에 대한 기소 여부다.

[관전포인트 1]
윤승모의 진술

최근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검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온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성완종 리스트 첫 수사 타깃에 이완구·홍준표'라는 기사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첫 수사 타깃으로 지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홍 지사 측 일정 담당비서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렸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은 부하직원인 박준호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7일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회장의 금고 관리인으로 지목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1억원의 행방을 검찰 쪽에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의미 있는 진술을 추가로 받아냈다. 수사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성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를 찾아가 현금 1억원을 직접 건넸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돈을 넘겨받았다"라는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 3일과 4일 검찰에 소환돼 관련 정황을 추가로 진술했다.


게이트 연루 홍준표 검찰 수사 초읽기
2011년 6월 당 전대서 1억 수수 의혹

이미 검찰은 홍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쫓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성 회장 등 사건 관련자의 사소한 기록도 대부분 수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통행기록, 휴대전화 통화기록, 송수신 기지국 위치 정보 등을 확보한 검찰은 지금껏 나온 진술과 분석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연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고인이 쓴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에 가더라도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 지사는 다음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일방적으로 성 회장 쪽 사람들의 진술에 불과하다"라며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하나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죄고 있지만, 올무는 곧 풀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 회장이 사망한 까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 증거는 '윤승모의 입'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관전포인트 2]
홍준표의 회유

현재로써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모두 1억원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성 회장이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판에 앉아 있으면 (정치인과)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를 이용한 누군가가) 홍준표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무슨 배달사고냐. 웃기지도 않는다"라는 입장을 지인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홍 지사의 측근 2~3명을 출국금지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출국금지될 인물은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의 소환 및 체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19일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라는 기사에서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의심됐다. 서울본부 직원들은 최근까지 국회·언론 등 여러 기관을 상대로 홍 지사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본부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계약직 공무원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A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금명간 A씨를 조사해 윤 전 부사장이 당시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이 과정에서 돈이 직접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A씨가 홍 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대표님'(홍 지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이 구속된다면 홍 지사가 받는 압박은 몇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1억 줬다' 윤승모 진실 공방
가족·측근 겨냥 별건으로 수사 가능성

실제 홍 지사 쪽은 수사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인 '윤승모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지사의 측근인 B씨는 지난 12일 저녁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성완종한테서) 돈 온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라고 말했으며, 윤 전 부사장은 "그거는 안 되죠"라고 답했다. 또 "너한테 (돈이) 온 게 문제네. 그냥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라고 하자 윤씨는 "그게 말이 돼요"라고 반발했다. 정리하자면 '홍 지사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B씨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전화한 것이지 회유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한때 국회에서 일했으며, 지난 2006~2007년 홍 지사(당시 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을 지냈다.

홍 지사 역시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함은 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홍 지사는 B씨에게 '쓸데없는 통화는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런 통화기록은 증거인멸로 간주한다는 검찰의 속성을 홍 지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 3]
검찰의 별건 수사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작정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성 회장과 만난 시기를 바로 잡으며 "성 회장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의원님 지역구 당원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선거운동을 하러 간 천안의 한 곰탕집 인근에서였다"라고 정정했다. 앞서 홍 지사는 "성 회장을 2011년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만났다"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나아가 홍 지사는 "처음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고 (메모 내용이) 양심이라고 판단했었다"라며 "그런데 진경스님 인터뷰나 금고지기(한 전 부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이전과 달리) 메모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든다. 성완종 측근 쪽에서도…"라고 검찰 브리핑을 반박하는 뉘앙스를 흘렸다.

홍 지사는 현재 고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한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수사 경험과 법조계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홍 지사에 대한 별건 수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홍 지사가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약한 고리를 건들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검찰은 홍 지사 주변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수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별건 첩보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 3월 "이씨가 매형(홍 지사)의 힘으로 '서울 영등포교도소 부지 철거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1억1000만원을 뺏어갔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기사화됐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다. 또 보도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는 홍 지사의 친족을 엮은 인사 의혹이 지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전포인트 4]
구속? 불구속?

법조계 안팎에선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홍 지사의 소명과 상관없이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의 출처가 확실하고 ▲전달자가 있으며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에서도 자유롭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를 적용하면 홍 지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받은 금품액수가 1억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에 포함된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인당 기부 한도(500만원)를 초과한 돈을 받은 까닭에 사법처벌이 유력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아울러 홍 지사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로 '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수사 여부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당선 전 저지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될 확률은 매우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힘들여 홍 지사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최종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