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검찰 첫 타깃' 홍준표 수사 관전포인트 넷

벼르는 검찰 VS 비웃는 준표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의 파장이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2명으로 수사의 궤적이 좁혀진 모양이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홍 사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한 80%는 됩니다.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어디 한둘입니까."

1993년 '6공 황태자' 박철언 의원은 검찰이 쳐놓은 수사망에 걸렸다. 슬롯머신의 대부 정덕진·정덕일 형제는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홍성애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5억원을 건넸다"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의원은 "홍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지 모른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꼬장꼬장한 한 검사에 쏠렸다. 그는 "뇌물 사건에 물증이 어디 있느냐"라며 집요하게 홍씨를 추궁했다. 마침내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박 의원은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라며 맞받았다.

검사는 박 의원을 구속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국회의원도 되고, 여당의 대표도 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혔다.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일약 대권후보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늘 '쫓는' 쪽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젠 '쫓기는' 입장에서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홍 지사다. 홍 지사도 '성완종 게이트'에 본인이 엮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는 자신이 공들여 수사했던 박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됐다. 어떤 면에선 더 불리하다. '성완종 메모'에 포함된 8인 가운데 검찰이 첫 타깃으로 홍 지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비박'인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권 차원의 엄호 없이 홀로 수사를 받게 된 홍 지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네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순서대로 ▲윤승모의 진술 여부 ▲홍준표의 회유 여부 ▲검찰의 별건 수사 ▲홍준표에 대한 기소 여부다.

[관전포인트 1]
윤승모의 진술

최근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검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온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성완종 리스트 첫 수사 타깃에 이완구·홍준표'라는 기사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첫 수사 타깃으로 지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홍 지사 측 일정 담당비서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렸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은 부하직원인 박준호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7일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회장의 금고 관리인으로 지목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1억원의 행방을 검찰 쪽에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의미 있는 진술을 추가로 받아냈다. 수사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성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를 찾아가 현금 1억원을 직접 건넸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돈을 넘겨받았다"라는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 3일과 4일 검찰에 소환돼 관련 정황을 추가로 진술했다.


게이트 연루 홍준표 검찰 수사 초읽기
2011년 6월 당 전대서 1억 수수 의혹

이미 검찰은 홍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쫓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성 회장 등 사건 관련자의 사소한 기록도 대부분 수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통행기록, 휴대전화 통화기록, 송수신 기지국 위치 정보 등을 확보한 검찰은 지금껏 나온 진술과 분석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연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고인이 쓴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에 가더라도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 지사는 다음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일방적으로 성 회장 쪽 사람들의 진술에 불과하다"라며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하나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죄고 있지만, 올무는 곧 풀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 회장이 사망한 까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 증거는 '윤승모의 입'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관전포인트 2]
홍준표의 회유

현재로써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모두 1억원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성 회장이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판에 앉아 있으면 (정치인과)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를 이용한 누군가가) 홍준표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무슨 배달사고냐. 웃기지도 않는다"라는 입장을 지인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홍 지사의 측근 2~3명을 출국금지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출국금지될 인물은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의 소환 및 체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19일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라는 기사에서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의심됐다. 서울본부 직원들은 최근까지 국회·언론 등 여러 기관을 상대로 홍 지사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본부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계약직 공무원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A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금명간 A씨를 조사해 윤 전 부사장이 당시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이 과정에서 돈이 직접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A씨가 홍 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대표님'(홍 지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이 구속된다면 홍 지사가 받는 압박은 몇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1억 줬다' 윤승모 진실 공방
가족·측근 겨냥 별건으로 수사 가능성

실제 홍 지사 쪽은 수사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인 '윤승모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지사의 측근인 B씨는 지난 12일 저녁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성완종한테서) 돈 온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라고 말했으며, 윤 전 부사장은 "그거는 안 되죠"라고 답했다. 또 "너한테 (돈이) 온 게 문제네. 그냥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라고 하자 윤씨는 "그게 말이 돼요"라고 반발했다. 정리하자면 '홍 지사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B씨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전화한 것이지 회유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한때 국회에서 일했으며, 지난 2006~2007년 홍 지사(당시 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을 지냈다.

홍 지사 역시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함은 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홍 지사는 B씨에게 '쓸데없는 통화는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런 통화기록은 증거인멸로 간주한다는 검찰의 속성을 홍 지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 3]
검찰의 별건 수사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작정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성 회장과 만난 시기를 바로 잡으며 "성 회장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의원님 지역구 당원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선거운동을 하러 간 천안의 한 곰탕집 인근에서였다"라고 정정했다. 앞서 홍 지사는 "성 회장을 2011년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만났다"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나아가 홍 지사는 "처음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고 (메모 내용이) 양심이라고 판단했었다"라며 "그런데 진경스님 인터뷰나 금고지기(한 전 부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이전과 달리) 메모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든다. 성완종 측근 쪽에서도…"라고 검찰 브리핑을 반박하는 뉘앙스를 흘렸다.

홍 지사는 현재 고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한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수사 경험과 법조계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홍 지사에 대한 별건 수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홍 지사가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약한 고리를 건들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검찰은 홍 지사 주변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수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별건 첩보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 3월 "이씨가 매형(홍 지사)의 힘으로 '서울 영등포교도소 부지 철거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1억1000만원을 뺏어갔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기사화됐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다. 또 보도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는 홍 지사의 친족을 엮은 인사 의혹이 지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전포인트 4]
구속? 불구속?

법조계 안팎에선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홍 지사의 소명과 상관없이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의 출처가 확실하고 ▲전달자가 있으며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에서도 자유롭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를 적용하면 홍 지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받은 금품액수가 1억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에 포함된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인당 기부 한도(500만원)를 초과한 돈을 받은 까닭에 사법처벌이 유력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아울러 홍 지사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로 '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수사 여부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당선 전 저지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될 확률은 매우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힘들여 홍 지사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최종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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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