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원정 첫 16강 도전 나선 허정무 감독

호랑이군단 조련사 진돗개 “즐겁고 유쾌한 축구 보라”


‘축구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이 할 일은 없다’는 속설은 이미 옛말이다. 경기 중 감독의 판단 하나에 승패가 좌우될 만큼 감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온 것. 8번째 월드컵을 앞둔 한국팀의 키를 잡은 것은 허정무 감독. 그에게 축구는 투쟁이자 삶 그 자체였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볼을 차던 그가 지금 남아공월드컵에서 즐겁고 유쾌한 축구를 하겠다며 나섰다. 20년이 넘는 축구지도자 인생에서 터득한 ‘여유의 리더십’이다. <일요시사>는 남아공월드컵으로의 출항을 앞두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축구외길인생’을 돌아봤다.


모든 포지션 소화, 원조 멀티 플레이어
악착같은 플레이로 ‘진돗개’ 별명 얻어

     
1955년 1월13일 허정무 감독은 전남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에서 의동초교 교장선생님댁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삼촌뻘이었던 축구 국가대표 허윤정의 권유로 목포중을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가진 것이라곤 트레이닝복 한 벌과 운동화·이불 한 채가 전부였다. 눈 내리던 1967년 1월17일. 153㎝ 단신의 진도 촌놈은 축구를 시작한다. 선배들의 빨래를 도맡고, 새벽까지 개인훈련을 하던 그는 3개월만에 주전을 따냈다.

브라질 대표선수 자일징요처럼 되고 싶던 그는 고향 진도를 대표하는 ‘진돗개’로 불렸다. 끝내 상대를 제압하는 악착같은 플레이와 지능적인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영등포공고-연세대를 거쳐 국가대표로 발돋움했다. 대표팀에서도 그는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그러던 중 그를 눈여겨보던 네덜란드 PSV는 그에게 입단을 제의 했다. 허 감독은 계약을 체결했고 그길로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네덜란드에서 ‘융(Jung)’으로 불리던 그는 3∼4개월간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다 나선 위트레흐트전에서 ‘패스의 달인’ 판 하네겜을 이겨내며 주전을 꿰찼다.
또 라이벌 아약스에서 뛰고 있던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와 세 차례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허정무를 이겨내지 못한 크루이프는 끝내 팔꿈치로 그를 가격하고 말았다.

“허정무는 훌륭한 선수였다”는 크루이프의 발언 때문에 허정무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게다가 1982년엔 트벤테전에서는 수비수 3명을 제치고 결승골을 터트리며 에인트호번을 UEFA컵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허 감독은 1980년부터 3년간 왼쪽 날개와 중앙 미드필더로 77경기에 나서 15골을 뽑아냈다. 2년간 더 재계약하자는 에인트호번 구단의 제안을 물리치고 그는 1983년 귀국했다. 한국에 프로축구가 발족했기 때문이다.

그가 막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을 무렵 고 함흥철 대표팀 감독은 그를 ‘진도’라고 불렀다. 함 감독은 그에게 종종 “잘하면 진돗개가 되지만, 못하면 똥개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가대표 허정무는 진돗개가 되고 싶었다. 1978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대회 이라크전 도중 고환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네 바늘을 꿰맨 그는 자청해서 결승전에 출전, 끝내 우승을 거뒀다.

그가 얼마나 집념이 강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그는 국가대표팀 멀티 플레이어의 원조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1974년부터 1986년까지 13년간 A매치 87경기에 나서 30골을 뽑았다. 공격수를 전담하지 않고도 30골(역대 5위)을 뽑아낸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그는 멕시코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뽑아냈고, 서울 아시안게임을 우승시킨 후 영예롭게 은퇴했다.

비난 속에 떠난 허감독
7년 만에 태극마크 달아

이후 허 감독은 선수시절의 경험을 살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트레이너로 1994 미국 월드컵에선 코치 등으로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1998년 대표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허 감독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를 지휘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최국 태국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8강에 머물렀다.

시드니올리픽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2승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리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에서도 3위에 머물며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허 감독은 세인들의 모진 비난을 뒤로한 채 대표팀에서 떠나게 된다. 그리고 2007년 그는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된다.

이후 근성과 투지를 강조하던 허정무 감독의 지도 철학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인 축구에 눈을 뜬 것. 이 때 등장한 것이 허 감독의 또 다른 상징인 ‘바둑’이다. 바둑은 상대의 수를 생각하고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두뇌 싸움이다. 아마 4단인 허 감독은 축구계에서 바둑 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상대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최고의 전술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12월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허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의 전략으로 ‘아생연후살타(내 집을 먼저 살려놓고 상대를 잡으러 나간다)’라는 바둑의 전략을 들고 나온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허 감독의 변화된 생각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180도로 바꿔놓았다. 지난 2008년 1월 대표팀 소집 당시 일부 선수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남아공월드컵서‘유쾌한 축구’ 하겠다”
근성에 생각을 더해… 진화하는 지도철학


전남 드래곤즈 시절 운동량이 많았다는 소문만 듣고 ‘죽었다’고 생각한 것. 때문에 소집 시간보다 훨씬 일찍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예상대로 훈련량은 많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허 감독의 의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위기감 속에 허 감독은 변화의 시도가 없으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허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소통하는 감독으로 변해갔다.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한 뒤의 대표팀 분위기 변화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과거 대표팀 버스에서는 정적이 흘렀지만 최근에는 음악 소리와 선수들의 수다가 넘쳐난다. 이는 선수대기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피곤한 기미라도 보이면 휴식을 충분히 보장하기도 한다. 그는 축구선수와 감독으로서 ‘실크로드’를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부인 최미나 씨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1975년 <가요 올림픽>이라는 쇼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허정무)과 MC(최미나)로 처음 만난 허 감독 내외는 1978년부터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허 감독의 봉급은 10만8000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최미나씨의 봉급 3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게다가 최씨의 집안에서는 “팬티 입고 뛰는 사람한테는 딸을 안 준다”며 결혼을 반대했다.

하지만 “리어카를 끄는 한이 있어도 안 굶길 자신이 있다”는 허 감독의 배짱에 결국 ‘스포츠-연예 스타’로선 처음으로 화려하게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그녀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감독으로 거듭날 수 있게 전심전력했다. 특히 한국대표팀의 시합 다음날 디스크수술 일정을 잡고도 허 감독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수술사실을 비밀로 했다는 일화는 그녀의 ‘살신성인’을 대변한다.

한국대표 선수·감독
배경엔 아내의 내조

이와 같은 아내의 내조에 대답이라도 하듯 허정무 감독은 “국내 감독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선수들이 부담 없이 월드컵을 즐기길 바라면서 ‘유쾌한 도전’을 모토로 내걸었다. 자신감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말임과 동시에 믿음으로 대표팀을 성원해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달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쾌승을 거두면서 성공적인 첫발을 뗀 한국 축구.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근성’에 ‘생각’을 보태 자신만의 지도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는 허정무 감독. 지금은 그를 믿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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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