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전남 나주시 김춘식 나주반장

화려함보다 견고함 강조한 50년 세월

좌식 생활을 하던 우리네 문화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입식 문화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을 올려놓고 먹는 데 사용하는 소반이 그중 하나다. 과거에는 식생활부터 제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였으며, 소반 제작이 발달해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형성되었다.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있어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 등 고장 이름과 함께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서구식 주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식탁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나주반·통영반…’ 생산지 따르는 소반 명칭
좌식문화의 서양화 속 뿌리 깊은 장인 정신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나주반도 한때 맥이 끊어졌다고 여겼다. 일본의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1922년에 펴낸 <조선과 그 예술>에 “그렇게 번영했다는 소반 업자는 지금 대부분 끊어졌다. 나주반을 구하려고 해도 파는 가게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어렵게 이석규라는 명공을 만나 나주반을 구입했으나, 광복 후 나주반 제작 기술은 사라져갔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출 뻔한 나주반은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에 의해 전통이 유지되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나주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초다. 팔촌 형이 제대한 그에게 “상 만들면 먹고살 만하다”고 권해 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나주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 용이 다리를 휘감고 올라가 상판에서 두 마리씩 마주 보는 모양으로 된 제상을 주문했다. 자신의 실력이 못 미치는 것을 깨닫고 솜씨 좋은 장인을 수소문했으나, 나주반을 제대로 만드는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문 받은 상을 제작하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주반에 관심이 생겼다.

전통과 명맥
잇는 나주반

나주반의 원형을 찾아보기로 한 김춘식 장인은 헌 상 고치는 일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헌 상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나주반의 구조와 제작법을 익혔다. 그리고 ‘김삿갓 영감’이라 불리던 장인태 장인을 영광에서 초빙해 3년간 기초를 배웠다. 기초를 배운 뒤에는 소반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독학했다. 기술을 전수할 스승이 없어 밤새는 줄도 모르고 죽을 둥 살 둥 나주반 재현에 힘썼으니, 그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춘식 장인이 인생과 열정을 바친 나주반은 어떤 것일까. 나주반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해주반에서 보이는 화려한 투각도 없고, 통영반처럼 꽉 짜인 정형미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미가 우선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를 짜 맞추기 때문에 공력이 많이 든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이 많아 톱이나 대패, 칼 등 사용하는 도구도 다양하다. 형태가 갖춰진 백골(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에는 옻칠을 한다. 묽게 탄 옻을 바르고 1~2일 말린 뒤 고운 사포로 문지르기를 여덟 차례 반복하면 붉고 투명한 광택이 난다.
제작 기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변죽 기법이다. 변죽은 상 가장자리다. 상판 가장자리를 따라 아교를 칠하고 홈을 판 변죽을 둘러서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변죽 이음매에는 대못을 쳐서 견고함을 더한다. 변죽을 대는 이유는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는 목재의 특성으로 상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 과정 통해 완성되는 나주반
소반 직접 만들며 느끼는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50년 이상 나주반을 만들어 온 김춘식 장인은 우리의 전통 생활 문화 속에서 형성된 기물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는 나주반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담긴 명품으로 인정받아 후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체험을 하고 있다. 한 가족이 하나의 소반을 제작할 수 있으며, 주중(월·수·목·금요일)은 오전과 오후, 화·토요일은 오후에 진행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시간은 3시간이다.
나주에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흐른다. 그 강을 따라 영산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던 어선이 홍어라는 특산품을 전해줬다. 홍어 하면 흑산도나 목포를 떠올리는 이들은 영산포와 홍어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고려 말에는 전라도 섬 지역에 왜구가 자주 침입했다. 흑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와서 정착한 곳이 나주의 영산포다. 이들은 뭍으로 와서도 흑산도 인근에 나가 어로 활동을 했다. 여름이면 돌아오는 길에 생선이 썩어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홍어는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돛단배를 타고 흑산도와 영산포를 오가던 시절, 삭힌 홍어는 나주의 명물이 되었다.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 홍어 음식점과 도매상 40여곳이 들어서 ‘홍어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홍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포구의 진한 향수가 전해지는 듯하다.
홍어의 거리 입구 영산교 아래에는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다. 1976년 영산강하굿둑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물이 나주까지 올라왔다. 영산포는 내륙 항구지만, 한때 호남 최대의 포구로 이름을 떨친 조선 시대 남해 물류의 집결지였다. 서해에서 잡은 해산물과 남도 들녘에서 거둔 곡식이 황포돛배를 타고 모여들었고, 나주에서 전국으로 보내졌다.

사연 많은
나주의 명물

면포에 황톳물을 들인 깃발을 달고 영산강을 누비던 황포돛배가 유람선으로 다시 태어나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영산포에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회진리까지 왕복 10km 구간을 운항한다. 황포돛배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다 보면 개가 물을 마시는 형상, 슬픈 사랑의 주인공 아랑사와 아비사가 꼭 껴안은 형상의 바위 절벽이 눈에 띈다. 황포돛배 선착장에는 영산강을 드나드는 배를 인도하던 영산포등대가 있다. 191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륙하천에 세워진 등대다.

나주금성관도 돌아볼 만하다. 나주는 1896년 광주에 도청이 들어서기 전까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관할구역을 순행할 때 업무를 보던 곳이자, 중앙의 사신이 지방에 오면 묵던 곳이 나주금성관이다. 정면 5칸에 측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이지만, 칸 넓이나 높이가 다른 건물보다 커서 정청의 위엄을 더한다. 현재 금성관, 동익헌, 서익헌, 망화루 등이 복원되었다.

나주금성관 앞에는 곰탕골목이 있다. 곰탕은 남도의 맛과 풍요로움, 나주의 넉넉함이 배어 있는 향토 음식이다. 양지, 사태, 쇠머리 등 소의 여러 부위를 삶은 국물에 밥을 말아 낸다. 하루 종일 끓이면서 국자로 기름을 걷어 국물이 맑고,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나주금성관→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나주금성관→남고문(나주읍성 남문)→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둘째 날 : 나주영모정→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 복암리 고분군→나주영상테마파크

관련 웹사이트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xe 

문의 전화
·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2
· 나주반전수교육관  061-332-2684
· 황포돛배   061-332-1755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대중교통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 (07:10, 10:10, 12:35, 15:35, 18:35) 운행, 4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1323
기차> 용산역-나주역 : KTX 하루 6회(05:20~18:2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나주 IC→양천교차로 좌회전→831번 지방도(노안삼도로)→동신대 앞→산정삼거리 좌회전→돌고래사거리 우회전→나주반전수교육관

숙박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 힐모텔 : 나주시 완사천길, 061-332-5046
· 궁무인텔 : 나주시 송월2길, 061-336-7588

식당
· 영산홍가 : 홍어회, 나주시 영산포로, 061-334-0585
· 영산포홍어 : 홍어회, 나주시 영산3길, 061-337-5000
· 남평할매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4-4682
· 노안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www.나주곰탕.kr

주변 볼거리
도래전통한옥마을, 불회사, 나주 복암리 고분군, 나주영상테마파크, 나주 반남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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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