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비운의 성완종 파란만장 인생사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 궁지몰려 비극적 결말?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 그는 유서를 남긴 채 돌연 잠적하면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은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떵떵거리는 삶을 누렸던 그는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1951년생으로 충남 해미에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엄마를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외삼촌이 쥐어준 10원짜리 지폐 몇 장과 엄마가 식모살이한다는 집 주소뿐이었다. 이후 그는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에 머물며 신문팔이와 약국 심부름을 했다.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다. 
 
여야 넘나드는 
정치권 인맥들 
 
1970년 성 회장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화물운송업을 시작했다. 1976년 서산토건 지분을 인수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30대 중반 대전과 충남지역 3위 건설업체였던 대아건설을 인수했다. 성 회장은 회사가 안정되자 1991년 사재 31억원을 출연해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수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장학과 학술·교육사업, 문화 및 사회복지사업을 벌여왔다. 
 
2000년 성 회장은 충청도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을 창립했다. 생전 그의 화려한 인맥의 원천도 바로 충청포럼이다. 특히 성 회장은 여야와 정권을 넘나들며 탄탄한 정치권 인맥을 구축했다. <일요시사>가 보도한 “‘특사만 2번’ 성완종 인맥창고 충청포럼 해부”에 따르면 성 회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여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실로 화려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청포럼 창립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충청포럼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된다. 주택건설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한 그는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에 눈독을 들였다. 당시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등 경영 부침을 겪었다. 성 회장은 대아건설을 통해 경남기업 지분 51%를 확보했다. 경남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국내 도급순위 20위권 중반의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일약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그가 기업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성 회장은 평소 경남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건축과 토목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계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62년 도급순위 30위권 건설기업 중 최근까지 순위를 유지한 업체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경남기업이 유일하다.
 
성 회장은 정치인형 기업인이만 막상 정치권에서는 유독 부침을 겪었다.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다. 당시 충청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민련 공천을 받으려다가 탈락했다. 2003년 김종필 총재의 특보단장을 맡으면서 자민련 전국구 2번으로 공천을 받았지만 득표율이 저조해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자원외교 검찰 수사받다 목숨 끊어
전날 무혐의 호소 눈물의 기자회견
 
성 회장은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한나라당의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이름을 바꾼 선진통일당의 공천으로 자신의 고향인 충남 서산-태안에서 당선돼 초선의원이 됐다. 이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됐다. 하지만 얼마 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 당선무효형이 선고 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성 회장과 경남기업은 파란만장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매번을 기사회생해 살아났다. 이 때문에 언론은 성 회장과 경남기업이 매번 역대 정권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번 특별사면
3번 워크아웃
 
경남기업은 1951년 설립되며 국내 건설업체 처음으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경남기업은 해외건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경남기업의 굴곡진 역사는 198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대우그룹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우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떨어져 나왔다. 이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남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됐고 같은 해 8월 워크아웃을 처음으로 신청하게 된다.
 
2003년 성 회장은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이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 위기가 터졌다. 이로 인해 경남기업은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남기업은 2011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했다. 하지만 2013년 다시 경남기업은 고질적인 자금난으로 회사는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생전 성 회장은 두 번의 특별사면을 받았다. 성 회장은 2004년 자민련 불법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성 회장은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됐다.  
 
성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행담도 개발 비리에 연루돼 다시 기소됐다. 행담도 개발사업 공사시공권을 받은 대가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1·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7년 12월31일 재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시 특별 사면을 받았다. 

맨주먹으로 성공 ‘자수성가 기업인’
종자돈 200만원으로 2조 그룹 일궈
 
2012년 성 회장이 국회의원이 된 해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2011년 총선을 앞둔 당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구 주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가을 음악회 공연을 무료 관람토록 했다. 또 충남 지역 유력단체인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 선도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기부행위라며 유죄를 판단해 성 회장에게 국회의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법상 실형이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이 상실된다. 성 회장은 즉각 항소했다. 2심에선 청소년 선도 지원금 혐의만 인정돼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 역시 당선무효형이었다.  
 
 

이후 성 회장은 곧바로 경남기업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가 국회의원이 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는 워크아웃 중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성 회장은 복귀 후 베트남 서기장을 만나 상호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경남기업을 살리기에 주력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의 자산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1조원이 웃도는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개시했다.
 
성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16층 뱅커스클럽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 회장은 최근 자원외교 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그는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향해 겨눠진 검찰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명박맨?
박근혜맨?
 
입장 발표에서 그는 “기업과 정치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파렴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정직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추천을 받았으나 첫 회의 참석 후 중도 사퇴했다”며 말했다. 이어 “2012년 총선 선진통일당 서산태안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새누리당과 합당 이후 대선 과정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며 이명박 정권과 결탁해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 회장은 “2013년 워크아웃 신청도 당내가 현역 국회의원이었지만 어떠한 외압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 회장은 해외자원개발 과정 300억원의 융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성공불융자금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은 모두 신청할 수 있다”며 “당사의 모든 사업은 석유공사를 주간사로 해 한국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유독 경남기업만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기업은 2011년까지 총 1342억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다. 석유 및 가스탐사 사업 4건에 653억을 투자했다”며 “이 중 321억원은 성공불 융자로 지원받고 332억원은 지자체자금으로 투자해 모두 손실처리해 회사도 큰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이 암보토비 니켈 사업에 지분율 2.75%로 참가해 689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에너지 특별융자로 127억원을 받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 왜 내가 자원외교의 표적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졌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흐느껴 울기도 했다.
 
지난 9일 성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는 10시간 만에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300m 떨어진 나무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성 회장은 2m 높이의 나뭇가지에 넥타이로 목을 맨 상태였다. 
 
성 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유서에는 “나는 결백한 사람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억울하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자살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은 오전 9시 경남기업의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인이 취임하는 날이었다. 또 오전 10시 성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800억원대 융자금 사기 대출과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250억원가량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사기 등)로 성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회장의 수사 방식의 적절성 여부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받던 중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자원 개발 비리는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어서 흔들림 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서 내용은?
공개시 후폭풍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던 태풍이 성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성 회장이 생전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과 친분을 맺어왔다. 그는 죽기 전에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신에게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에 거론된 인물만 보더라도 일각에서는 ‘성종완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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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단독] ‘김미영 팀장’ 동반 탈옥 비쿠탄 마약왕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서 탈옥한 조직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본지가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를 최초 보도한 이후, 외교부 측은 루카스 베르사민 필리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탈옥한 이들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공적 서한을 전달했다. 현재 박씨에 대한 검거 작전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추적팀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 부서)가 협력하고 있다. 새벽 탈출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약 2년 전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주 구치소로 이감됐다. 3명 모두 불법 고용과 인신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와 차량을 이용해 탈옥했다. 필리핀 교정 당국은 지난 2일, 인원 점검 때 박씨 일당이 탈옥한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마린스 수르 구치소에 대해 현지 제보자는 “담장이 낮고, 보초도 허술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탈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그들은 비쿠탄 교도소보다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들어 이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탈옥한 일당이 도피하는 동안에도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 현지에 콜센터를 차린 보이스피싱 1세대다. ‘김미영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금융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박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금액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근무하다가 수뢰 혐의로 해임된 경찰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해 온 박씨는 2021년 10월6일 마닐라 인근서 붙잡혔다. 당시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이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붙잡힌 박씨는 “필리핀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국내 송환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박씨는)비쿠탄 내에서 식사를 판매하는 아저씨로 통했다”며 “박씨가 송씨, 신씨와 어울리면서부터 교도소 내에 마트를 인수해 장사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증언했다. 보이스피싱과 결합한 마약 유통 대포폰으로 텔레그램 마약방 개설 비쿠탄 교도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죄수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영치금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죄수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조직을 꾸려 보이스피싱, 대포폰, 마약 유통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신씨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동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와 신씨에 대한 새로운 증언들도 쏟아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씨는 불법 유심칩 1개당 한국 돈 약 25만원을 받고 팔았다. 신씨에게 산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철저히 숨길 수 있게 된 송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전달책을 모집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신씨가 재테크 사기,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천명의 회원들은 송씨가 운영하는 마약방으로 초대됐다고 한다. 송씨는 채팅방서 ‘두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또 박씨는 신씨의 도움을 받아 수억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쿠탄 교도소 출신 제보자는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을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라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라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한국 싫어” 가짜 범죄 다수의 전달책이 송씨의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정황은 곳곳서 드러났다. 송씨가 고용한 운반책은 2022년 1월25일, 수원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힌 김모씨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7분께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했다. 앞서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안에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상선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약방 회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전했다. 송씨가 넘긴 마약을 유통하려고 한 사람은 또 있었다. 지난해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강주천은 지난해 6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탈옥 후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강주천은 도피 자금을 벌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배달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밥 먹듯… 탈옥 시도 비쿠탄 관계자들은 이른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이 큰돈을 벌자, 박씨와 송씨 일당도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봤다. 지난해 중순 박왕열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이젠 나보다 송씨가 마약왕에 가깝다”며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내가 보낸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앞서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다. 이 사건은 드라마 <카지노>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탈옥해 두 달 만에 잡혔다. 2019년 10월에는 재판을 받고 구치소로 돌아가던 중 재차 도주해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다. 박왕열은 이 기간에 마약왕 전세계로 거듭났다. 국내 마약 유통·판매 총책이었던 ‘바티칸 킹덤’ 이모씨에게 수억 원대의 마약을 공급했다. 이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등에게 팔렸다. 박왕열의 옥중 마약 유통 의혹은 이미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4월12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 등 3명을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중 한 명은 2022년 12월 NBP서 박왕열을 만나 국내로 밀반입해 보관 중인 마약류를 판매키로 공모하고, 지난해 1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사라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들에게 600만원(도매가)을 받고 공급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씨 일당 등 한국인 범죄자의 강제송환을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 일당은 필리핀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원 모텔서 잡힌 전달책 상선” 박왕열 “이젠 송씨가 마약왕”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 사범들 사이에 만연하다. 현재 필리핀 도피 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범죄자들은 필리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가짜 범죄’를 만든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많게는 3000만원서 적게는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제보자에 따르면 “가짜 케이스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라며 “강간, 사기, 폭행 정도의 가짜 범죄를 만들어 재판에 출석하면서 국내 송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최소 징역 15년서 25년 이상 집행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재판부는 2012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중국과 필리핀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에게 26억여원을 가로챈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송씨의 경우,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 또는 그럴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것에 대한 처벌이 가해진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내려질 수 있다. 필리핀 당국과 한국 정부도 탈옥범들을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서 저지른 다른 범죄의 조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아 한국으로 송환되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특히,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크다.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국내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의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머나먼 국내 송환 이상화 주필리핀대사는 지난 14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필리핀 외교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을 만나 박씨에 대한 조속한 검거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박씨 일당 외에 인질강도 혐의로 수배돼있던 한 남성도 최근 현지 교도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 현지 경찰이 쫓고 있는 한국 국적의 수배범만 박씨 일당을 포함해 6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범들은 대부분 사기 혐의로 수배가 걸려 있었다. 이 중에는 10건 이상 수배가 걸린 수배범들도 있었다. 그만큼 교정시설 보안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