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검찰 대기업 수사 다음 타깃

"재벌비리 이슈 갈 데까지 끌고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기업 사정 정국이 올 4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 수사의 핵심 인물들이 속속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와의 전면전'이 성과를 낸 것으로 홍보될 전망이다. 재계의 반발 속에 정부는 또 다른 대기업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부만 도려내겠다"던 검찰의 공언은 지켜질 수 있을까.

재계가 아우성이다. 대기업 사정 정국에 온갖 경로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며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언론은 앞 다퉈 김 회장의 말을 받아썼다. 검찰 수사가 대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논지였다.

재계 아우성
검찰 의지는?

그러나 대기업 수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실질적인 기소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포스코와 경남기업, 동국제강에 대한 수사는 혐의 입증을 위해 퍼즐을 맞추는 단계다. 핵심 피의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알 수 없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0일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검찰의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전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잡지 못하는 ‘용두사미’ 수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코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기획된 첫 특수 수사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간 기업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다. 대표적인 수사가 바로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 등 박근혜정부의 굵직한 대기업 수사는 대부분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졌다.


현재까지 나온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기업 수사를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검찰 출입기자들은 신세계, 동부그룹 등이 연루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더는 기사화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달 17일 작심한 듯 발언했다. 대검찰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수사 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김 총장의 발언은 일부 재계의 '민원'을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재계 길들이기
정계 길들이기

한 대기업 관계자는 "퇴사자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검찰이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억울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스코 수사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음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며칠 발품 뛰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몇 개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이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대기업 사정 정국의 서막을 알린 포스코 수사는 경남기업, SK건설 등 건설업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포스코(포스코건설)와 경남기업 수사는 출구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두 수사 모두 사실상 BH(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셈이라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없다'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SK건설 건은 다르다. 새만금방수제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SK건설은 김 총장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수사를 앞두고 있다. 위에서 내린 수사가 아닌 '아래'에서 올린 수사다.


포스코·경남·동국…잇단 수사
'김진태식' 특수수사 시험대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을 시험할 수 있는 수사지만 검찰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담합에서 더 나올 부분(비자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SK건설을 비롯한 관련 기업의 조사가 끝나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중행보로 재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기업 사정 태풍이 '기업 길들이기'는 아니라면서도 은근히 별건 수사를 통해 묵은 비리를 들추는 형국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를 통해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대신 두산그룹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확대해석을 경계했던 검찰은 이날 대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수사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박 회장은 중앙대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박 전 수석에게 특혜를 준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임한 지 1년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가가 있는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관련 정황도 대부분 파악했다. 박 전 수석이 두산엔진으로부터 사외이사 급여로 58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사회에 8번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또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통합,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박 전 수석은 동대문 두산타워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두산그룹의 특혜를 받아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는 의혹, 자신의 장녀 박모씨를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채용시키는 과정에서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든 고리는 두산그룹과 연결돼 있으며, 박 회장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의 방향이 이명박정부에서 두산그룹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재보선 앞두고
박 지지율 상승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다 털면 우리도 힘들고 기업도 힘들다"라면서 "서로 물고 뜯으면 이득 보는 사람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검찰 공식적으로는 '기획수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검찰 직원을 뺀 나머지 시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꺼냈다는 분석에 수긍하고 있다. 또 4·29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사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바꿔 말하면 검찰의 타깃이 된 기업 입장에선 29일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딜레마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의 시작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에 대한 혐의를 찾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대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 기업이 압수수색을 당하면 우리가 장부나 자료를 몽땅 가져가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다.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손해를 본다. 때문에 대기업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뺏긴 자료를 일찍 찾으려면 어느 정도 우리와 협상해야 한다. 검사는 그 협상 지점을 잘 안다. 처음부터 죄가 없다고 버티다가는 곤란해지는 것이다."

관련 설명을 적용하면 현재 검찰 수사의 두 축인 포스코와 경남기업은 서로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최근 경남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이미 회사는 경영악화가 진행돼 법정관리·상장폐지까지 내몰린 상태다. 성 회장은 금전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수사의 강도도 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된 성 회장을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압수수색으로부터 18일 만에 수사의 정점에 이른 것이다.

검찰은 이주 내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성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성 회장이 지난 정권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수사가 의외의 곳으로 전개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반대로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경남기업보다 수사 착수가 빨랐음에도 '윗선'에 이르지 못한 검찰이다. 수사의 분수령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혹을 정리해가는 중인데 그 시점은 4월 중순 정도가 아니겠느냐"라고 예측했다.

'부패와의 전면전' 올인
업군별 수사확대 가능성

변수는 포스코 현 경영진의 개입이다. 법조계에서는 포스코가 받고 있는 피해가 큰 만큼 회사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적당한 선에서 '제물'을 찾아 올릴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자금이 워낙 복잡한 경로로 상납됐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전언이다.

각각 철을 다루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향후 수사가 제철업계로 번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제철은 제철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오히려 롯데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파생된 유통업계로의 수사 가능성이 더 그럴 듯 하게 회자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혹은 신세계그룹 전체를 향한 수사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 설설설
진짜 수사는?

현 권력지형상 주목되는 기업은 A사다. 언론에 오르내리진 않았지만 지난 정권과 관계가 있어 잠재적인 사정 대상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B사는 몇몇 하청업체가 임금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줬는데 관련 비자금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명망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특수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서가 관련 사건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첨단범죄수사부의 칼끝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최근까지 주로 다른 수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상반기 내에 독자적인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소문에 검찰은 불편해하고 있지만 정작 불편해하는 쪽은 부정한 돈을 만든 기업 쪽이 아닌가 싶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출신 모시기 경쟁

대기업들이 법조계 고위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요 상장사 400개 정기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15.5%에 달했다. 법원·검찰 출신은 5.8%, 법무법인 출신은 9.7%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CJ오쇼핑은 검찰총장을 지낸 김종빈 화우 고문변호사를, CJ대한통운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최찬묵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4연임시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국제강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진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주사 한진그룹이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G전자는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GS에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오리온그룹에 고문으로 영입되며 논란을 빚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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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