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연봉킹’ 리스트

일당 6000만원 회장님 하루 4000만원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대기업 경영인들의 연봉이 공개돼 화제다. 오너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은 이도 있어 관심을 끈다. 가히 샐러리맨의 신화라 부를만하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의 연봉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미등기임원’이라는 이유로 월급봉투를 가리고 있다. 등기이사만 아니면 연봉공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등기임원 가운데 지난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전문경영인은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었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된 12월 결산법인들의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으로는 삼성전자의 정보통신·모바일(IM)부문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이 회사로부터 145억7200만원을 받아 전문경영인 최고연봉을 기록했다.

월급쟁이 CEO
오너 뺨치는 연봉
 
월급쟁이 직장인 신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연봉은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7억3200만원, 특별상여(기타 근로소득) 91억1300만원 등이다. 2013년 상여금이 지난해 지급되면서 연봉이 많이 뛰었다. 지난해 124억원보다 134.6% 급증해 20억원을 더 받았다.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1억2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시장의 연봉은 직원 143명치다.
 
신 사장에 이어 삼성전자 내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93억8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급여 20억8300만원, 상여 65억5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7억5500만원이다. 그 다음으로 윤부근 CE(소비자 가전)부문 사장이 54억9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1억1400만원, 기타 근로소득 6억5300만원이다. 이어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39억을 받았다. 급여 11억2300만원, 상여 22억9700만원, 기타 근로소득 4억4400만원이다. 고연봉자 대부분 삼성전자 차지다. 박상진 전 삼성SDI 사장은 34억4000만원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다. 급여 7억7000만원, 상여 18억2100만원, 기타근로소득 1300만원, 퇴직소득 8억3600만원이다.
 
고연봉은 삼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대차그룹 박승하 부회장은 퇴직금을 제외하고도 연봉 29억원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3억5000만원을 받았다. 1년 새 급여가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56억원에 달한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48억5000만원을 받았다.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은 16억원을 기록했다.
 
SK그룹에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이 2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LG그룹에서는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22억원을 받았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이 42억원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이 부회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김 부회장의 경우 퇴직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급여와 상여 부분에서는 이 부회장이 15억원 이상 많다.
 
GS그룹에서는 서경석 GS부회장이 10억원을 받았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가 9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이재경 두산 부회장 16억5200만원, 이상운 효성 부회장 12억5600만원, 장재영 신세계 대표 7억6100만원, 최창식 동부하이텍 대표 11억3000만원 등이다.
 
대기업 오너·CEO 고액연봉 공개
적게 수억원서 많게는 수백억원
 
업계별로 보면 건설업계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20억18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1억9500만원, 상여 8억1700만원, 기타 근로소득 600만원이다. 정유·화학업계에서는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이 22억7000만원을 받았다. 금융계에서는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73억6300만원을 받았다. 급여 4억6100만원, 상여 8억9600만원, 이연보상 11억800만원, 퇴직금 46억2100만원, 복리금 500만원이다. 급여 7억5000만원, 상여 15억1000만원이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이 56억2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7억6100만원, 상여 28억4200만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가 18억62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15억800만원, 상여 등 3억5400만원이다. 가구업계에서는 최양하 한샘 대표가 17억6307만원을 받았다. 급여 13억5100만원, 상여 4억4200만원이다. IT·게임업계에서는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42억4500만원을 받았다. 급여 1억8000만원, 상여 6500만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40억원을 벌었다.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챙긴 사람들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1조1517억원으로 전년대비 6.4%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270억원으로 전년대비 55% 늘어났다. 하지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보다 약 20% 많은 15억7642만원을 받았다. 전액 급여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도 실적 악화로 직원들의 연봉을 동결시킨 가운데 임원 연봉은 오히려 증가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의 연봉은 2013년 16억7167만원에서 2014년 27억6500만원으로 늘었다. 구자영 S-OIL 부회장의 경우 13억1298만원에서 15억1500만원으로 늘었다.

실적 악화 됐는데
오히려 연봉 늘려
 
오너 경영인 중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연봉이 가장 높다. 정 회장은 총 215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는 현대차(57억2000만원)·현대모비스(57억2000만원)·현대제철(115억6000만원) 등 계열사 3곳으로부터 받은 금액이다. 현대제철 등기이사 퇴직금 108억원도 포함됐다. 그 다음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의 연봉은 178억9700만원이다. 이중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김 회장은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143억8000만원을 받았다.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은 92억3100만원을 받았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79억400만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6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땅콩회항’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14억8000만원을 받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57억9000만원을 받았다.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은 56억200만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44억3578만원, 구본무 LG그룹 대표는 44억23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3억5000만원, 조석래 효성 회장은 40억6300만원을 받았다. 또 정지선 현대백화점 대표는 38억9700만원, SK가스·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은 29억9000만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7억8400만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인 부럽지 않은 샐러리맨들
총수일가 월급봉투 꽁꽁 싸매
 
이처럼 각 기업 임원들의 월급봉투는 일반 직장인들과 차원이 다르다. 로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재벌 총수 일가들은 연봉을 속 시원히 공개하지 않았다. 등기이사가 아니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등기이사 연봉 공개 의무는 연간 보수 5억원이 넘는 상장기업 등기임원에게만 적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의 월급봉투는 베일에 싸여 있다. ‘등기임원 연봉공개’는 오너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공개 대상이 등기이사로 한정돼 있어 미등기임원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이 오히려 재벌가의 연봉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이후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 승계 단계지만 경영에 책임지는 등기이사직은 피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의 차녀인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임원 및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서현 사장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이 사장의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가 등기이사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은 26억1500만원을 받았다. 2013년 30억900만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줄어든 금액이다. 특별상여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삼성계인 신세계그룹도 연봉 공개를 꺼리고 있다. 대주주 일가 모두가 미등기임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등기임원 연봉공개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되기 직전인 2013년 초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정황상 연봉 공개 회피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도 등기이사에 미포함 돼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마찬가지다.

등기이사만 공개
총수 연봉은 ‘쉿’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미등기임원)과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두산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미공개 상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연봉이 0원이다. 최 회장은 법정에서 실형을 받아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이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구속집행 정지 관계로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기업분석전문업체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39개 주요 그룹사 가운데 15%이상이 오너 일가의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CXO연구소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239개 그룹사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37개 그룹의 오너들이 미등기임원으로 보수 공개 의무를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벌 후계자들 경영능력 평가해보니…
 
국내 주요 재벌 총수일가 3·4세 경영자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한 결과 낙제점에 가까운 평균 35.79점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재벌 총수 일가 경영권 세습과 전문가 인식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롯데 신동빈, 한진 조원태, 두산 박정원, 신세계 정용진, 효성 조현준, 현대 정지이, OCI 이우현, 금호 박세창, 대림 이해욱 등 11명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임원 경력 5년 이상인 그룹 총수의 자제들이다.
 
평가는 대학교수, 민간연구소·증권시장 전문가 등 50명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의 경영능력 평점은 100점 만점에 평균 35.79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롯데 신동빈, 두산 박정원, 현대차 정의선 등은 각기 45.9점, 43.4점, 41.6점을 얻어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했다.
 
그 외의 인물들은 신세계 정용진(41.3점), 대림 이해욱(38.9점), OCI 이우현(35.78점), 삼성전자 이재용(35.75점), 금호 박세창(34.3점), 효성 조현준(30점), 현대 정지이(27.7점), 대한항공 조원태(18.6점) 순으로 점수를 얻었다.
 
함께 조사한 ‘경영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 항목은 10점 만점에 평균 2.74점이 나왔다. 롯데 신동빈이 4.44점으로 최고점을 얻었으며, 삼성전자 이재용은 1.60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