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고시촌 둥지’ 향락업소 실태

“공부요? 아가씨 유혹에 허송세월 합니다”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신림동 들어간다”는 말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리한 ‘고시촌’은 각종 고시학원과 고시원 등이 밀집해 있어 ‘고시의 메카’로 여겨져 왔던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곳의 고시생들은 고시촌의 ‘이상한 변화’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고시촌 도처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유흥·퇴폐업소들이 고시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이에 <일요시사>는 ‘유흥의 메카’라는 오명을 쓴 채 열병을 앓고 있는 고시촌의 상태를 진단해봤다.

키스방, 전화예약 안하면 출입조차 못해
향락업소 빠져 수험 포기한 고시생 숱해


지난 18일 오후 6시30분쯤 찾은 신림동 고시촌. 고시학원과 고시원, 독서실이 즐비한 거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XX섹시바’ ‘XX토킹바’ ‘XX남성 전용 마사지’ ‘XX남성 스트레스 클리닉’ 등 이름부터 수상한 냄새가 풍기는 간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중 한 토킹바의 문을 열고 내부를 들여다봤다. 이른 시간임에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여성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 뒤 말을 건넸다. 시시콜콜한 몇 마디가 오간 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외로움’ 달래려 출입

2년 째 신림에서 고시를 준비한다는 고준엽(28·가명)씨는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운을 뗀 뒤 말을 이었다. 2년 전 처음 신림에 왔을 당시 고씨는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굳힌 상태였다. 그런 그였기에 공부하러 고시촌까지 들어와서 토킹바나 섹시바 등을 출입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의 굳은 결심이 꺾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장 무서운 적은 외로움이었다”라고 말한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대화할 상대도 없었다. 3개월 정도가 지나자 그는 외로움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 때 토킹바가 눈에 들어왔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심정으로 들어간 토킹바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여성종업원과 얘기를 나누며 술 한 잔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싹 풀어지더라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킹바 방문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고씨는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토킹바 방문을 자제하려 했다. 하지만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눈에라도 안 띄면 가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매일 오가면서 보이니 더 참기 힘든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성종업원 역시 그의 말에 맞장구 쳤다.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림에서 3년 넘게 지내고 있다는 그녀는 “실제로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학원, 독서실에 가고 밥도 홀로 먹는다. 이처럼 쓸쓸한 환경에 있다 보니 토킹바 등을 많이 찾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곳에서 고시생과 주민을 구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늘진 얼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니는 사람은 십중팔구 고시생이다”라고 귀띔해줬다.

이쯤 되니 집 떠나 고시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가까스로 짐작이 간다. 그런데 고씨는 고시생들의 고충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밝힌 고시생의 또 다른 적은 바로 ‘중압감과 스트레스’다. 그렇다면 고시생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이에 대해 묻자 고씨는 “이쪽으로 오는 길에 보지 않았나. 밖에 나가면 키스방이니 안마방 같은 게 널려있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엔 ‘남성전용’이라는 ‘은밀한 사인’으로 퇴폐업소임을 밝히던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퇴폐 안마방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안마방=퇴폐업소’라는 공식이 성립됐다고. 때문에 오히려 일반 안마방에서 ‘건전’이라는 말을 내거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는 “안마방을 이용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며 “업주에게 ‘김XX에게 소개 받아서 왔다’고 하면 OK”라고 귀띔해줬다. 그에 따르면 퇴폐안마방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손님만을 상대한다. 심한 경우 전혀 다른 간판을 내건 채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손님만 받고 있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키스방의 경우는 한술 더 뜬다. 전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방문해 본 키스방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벨을 누르자 인터폰을 통해서 “손님 예약 번호가 어떻게 되십니까”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수차례에 걸쳐 협상을 시도 했으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지난 해 6월부터 관악구가 신림동 고시촌 일대의 유흥 및 퇴폐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음에도 퇴폐업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밖으로 나와 토킹바 여성종업원이 일러준 대로 ‘어깨 축 늘어져 있는’ 이들에게 몇 차례의 인터뷰를 더 시도해 봤다.
“빠져들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에만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몇몇 고시생들을 제외하고는 고시촌에 파고든 퇴폐업소들을 문제 삼고 있었다.

신림동 원룸에서 5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현호(30·가명)씨는 “전역 후 처음 신림동으로 왔을 땐 퇴폐업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최근 2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고시준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유흥시설에서 시간을 탕진하다 심지어 수험 자체를 포기하는 남성 수험생들을 여럿 봐 왔다”고 털어놨다.

현재 신씨는 월 2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그는 “옮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서울 어느 지역에서도 이 가격에 방을 구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싸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신림 고시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단속피해 비밀영업

이는 비단 신씨의 문제만이 아니다.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신림으로 몰려드는 것은 고시학원이 밀집돼 있다는 이유 외에도 저렴한 방값이 한 몫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신씨와 같은 이유로 신림 고시촌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고시 합격의 꿈을 키우는 수험생은 줄잡아 3만명. 고시촌에 자리한 유흥 및 퇴폐업소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오늘도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지친 고시생들의 발걸음은 퇴폐업소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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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