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

검찰 무리수?…벌써 출구전략 찾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포스코 수사가 암초에 부딪혔다. 수사의 중심이 비자금 용처에 맞춰지면서 혐의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란했던 시작과 달리 벌써부터 '배임죄' 얘기가 나오는 등 사실상 출구전략을 찾는 모양이다. 첫 관문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그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언론이 대단한 것처럼 얘기 하는데 성진지오텍 건은 별 의미가 없다. 이미 과거에 한두 차례씩 의혹이 제기됐던 것들이다. 지금과 같은 '먼지털이'로는 안 된다. 수사가 잘되고 있는지는 '그곳'을 들추는가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
레임덕 기로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전하며 언론에 친숙한 몇몇 이름을 꺼냈다. '영포회' '정준양' '박영준' '이상득' '이명박' 등등.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 핵심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 의문을 표했다. "다른 대기업 수사와 비교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관계자가 지칭한 '그곳'은 동양종합건설이다. 최근 사정당국은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을 출국금지했다"라고 발표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인도 제철소 건설공사를 포함해 2009년부터 4년간 포스코에서 해외공사 7건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수주된 공사 규모는 2400억원에 달했다.

동양종합건설이 포스코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시기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재임 기간과 대부분 일치한다. 포스코 안팎에선 '정준양이 배성로와 사적인 친분 때문에 해외공사 수주를 밀어줬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회장님'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번 포스코 수사에 착수하면서 동양종합건설과 관련한 폭넓은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동양종합건설의 법인계좌와 배성로 회장의 개인계좌를 동시에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보다 그의 측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의 금전 거래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비자금을 조성했더라도 정준양 측에게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관련 부분까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언론사 사주를 겸직한 배 회장은 대구·경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관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배 회장의 인맥'으로 불렸다. 포스코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포스코 잡도리
동양종건 관건

사정권에 들어온 동양종합건설은 펄쩍 뛴다. 해외공사 수주 특혜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 회장 측은 "(포스코를 믿고) 해외공사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라며 "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 회장과 이른바 영포회 간의 커넥션 의혹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 기준 2010년 2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동양종합건설은 이명박 대통령 퇴임 무렵, 무려 6배 이상이 증가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동양종합건설은 국가가 발주한 관급공사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 4대강 공사 당시 낙동강 5개 공구 가운데 3곳에 입찰했고, 3곳 모두 계약을 따냈다. 30공구에서는 공사를 책임진 포스코건설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정권에서 동양종합건설은 일종의 '금기어'였다고 한다. 'S라인'(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힘의 결이 다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쪽이 황보건설과 가깝게 지냈다면 영포회 쪽은 동양종합건설을 비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로써는 검찰 수사의 방점이 정·관계로 흘러간 비자금 확인에 있는 만큼 관련 주장의 진위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동양종합건설을 온전히 수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포회 내부 결속이 강해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역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영포회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한 포스코 출입기자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취재원들이 배 회장을 '대구의 박연차'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입장에서 동양종합건설은 드러나선 안 되는 '저수지'다. 여기서 말하는 저수지는 돈이 고여 있는 곳이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보다 배 회장에 대한 수사가 훨씬 민감하다고 전해진다. 이는 수사 첫 개시를 동양종합건설이 아닌 성진지오텍으로 했던 이유로 추정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성진지오텍조차 바로 겨누지 못하고 포스코 동남아사업단을 우회했다. 지난 2월 포스코 수사를 앞두고 만난 사정기관 관계자는 "명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묵은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것인데 '의도'는 있지만 '계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의 고민은 압수수색을 위한 구실 찾기에 있었다.

동남아 비자금 규명 암초 "속도 더뎌" 
동양종건 배성로 회장 출금 '승부수'
기획은 청와대가 수습은 검찰이?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 내부 관계자를 통해 포스코 안에서 일어난 동남아사업단 감사 결과를 접했다. 이를 '크로스체킹'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정보가 샜다. '정준양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일부 인사들은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로부터 '억대 인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도 은폐된 감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 상무급 간부 2명이 베트남 파견업무(고속도로 공사) 중 보직해임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복수 경로로 전해진 비위 사실과 사건 개요는 이랬다. 두 박모씨(모두 구속)는 2010∼2012년 포스코건설이 운영 중인 동남아사업단에서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직원 10여명과 공모해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을 이용했다. 1인당 20억원씩 백머니(뒷돈)를 챙겼고, 남은 돈은 어디론가 상납했다. 두 박씨는 즉시 귀국했다.

이제부터 본 게임
정동화 구속 고비

그러나 포스코는 별도 조치 없이 이들을 대기발령 상태로 놔뒀다. 올 초 정기인사에서도 비상근 임원직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측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상무인 권모씨를 동남아사업단으로 급파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은 전임자인 두 박씨와 후임자인 권씨 모두 '정동화의 측근'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이번 수사에서 정 전 회장만큼이나 비중 높은 인사로 거론된다. 검찰은 '양정(정준양·정동화)'의 구속을 통해 '대기업 사정'을 '영포회 게이트'로 확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인 최모 전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 전무는 두 박씨가 베트남법인장(동남아사업단)으로 일할 당시 한국 본사의 담담 상무였다. 두 박씨가 만든 돈이 최 전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 전 부회장에게 갔다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 검찰은 "우리도 밝히고 싶은 부분이다"라며 "최 전무의 비자급 상납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 검찰은 비자금으로 확인된 107억원 중 47억원가량이 하도급업체를 거쳐 국내로 반입됐고, 이 과정에서 최 전무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두 박씨는 비자금 조성 및 전달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최 전무는 '꼬리'일 뿐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비자금 상납에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전 부사장 등 연결고리는 최소 대여섯명에 이른다는 것이 검찰의 조심스런 설명이다. 때문에 정 전 부회장까지 복잡하게 얽힌 자금흐름은 단박에 규명될 가능성이 낮다.

그 윗선인 정 전 회장과 더 윗선인 친이계 인사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달은 넘게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야말로 '구름 같은 이야기'다. 차라리 자원외교나 방위사업 비리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책임론이 대두될 확률이 높다. 포스코 수사가 처음 의도했던 바가 무엇이든 일부 언론이 추측하는 것처럼 MB를 직접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월26일 <세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정부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 사정이 핵심 과제였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판을 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화상 국무회의에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뿌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벌려 놓은 기획은 검찰이 실행하고 있다. '기획수사'인 탓에 여론전은 하지만 수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내부 고발자'를 찾아왔다.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재판 과정까지 '양정'의 비리를 일관되게 진술해 줄 핵심 증인을 구했다.

증거는 있나
선심성 봐주기?


그러나 포스코 안팎의 상황을 지켜보면 그 같은 조력자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당장 언론은 포스코가 쏟아내는 홍보기사에 잠식됐고, 일부 검찰 관계는 수사 정보를 포스코 쪽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두 박씨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에게 '플리바게닝'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들의 '입'을 열지 않고는 더 이상 수사를 위로 뻗어나갈 수 없어서다. 현재 수사팀 밖에서는 비자금 용처 규명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정준양 개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준양체제 당시 포스코가 인수한 부실기업 쪽으로 언론의 초점을 바꾸려는 시도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은 배임건과 관련한 의혹을 모두 묵살했다. 이제 와서 묵은 비리를 재수사하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27일 오후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다급한 검찰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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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