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오너 4세시대' 열전

창업주 증손자들 드디어 기지개 '쫘~악'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창립 60주년을 넘기면서 경영권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주의 2세와 3세에 이어 4세들에게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춘 재벌가 증손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4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어느덧 실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향후 한국경제의 전망을 쥔 이들의 넓어지는 보폭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벌가 자녀들
세대교체 시동 
 
최근 범삼성가 4세 중 처음으로 사내이사가 탄생했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이 한솔케미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재벌가 4세가 사내이사로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부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1남2녀(연주·희주·현준) 중 장녀이기도 하다. 조 부사장은 한솔그룹 내에서는 3세지만 범삼성가에서는 4세가 된다.
 
1979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웰즐리대학교를 졸업해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글로벌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한솔케미칼에는 지난해 합류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달 18일 한솔케미칼 주식 6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조 부사장의 보유 주식수는 기존 600주에서 660주로 지분율 0.01% 정도를 보유하게 됐다. 한솔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오너는 조 부사장이 유일하다.
 
조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솔케미칼은 그린포인트 글로벌 미텔슈탄트 펀드 등과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달러 투자를 직접 지휘했다. 지난해에는 OCI의 자회사인 OCI-SNF 지분 50% 인수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인해 경영 보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한솔그룹 내 계열 분리,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솔그룹은 1991년 고 이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 이인희 고문이 삼성으로부터 분리, 독립해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한솔그룹은 조동혁 명예회장이 1대 주주(14.34%)인 한솔케미칼과 동생 조동길 회장이 실권을 쥐고 있는 한솔제지 계열로 나뉜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제지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에 편입돼 있지 않은 회사다.
 
유학 마친 4세들 속속 실전 경영수업
고속 승진…이미 전면 나선 황태자도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라텍스, 제지용 케미칼, 고분자응집제, 차아황산소다, BPO에 이르는 정밀화학분야와 전자소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448억원이다. 이중 영업이익은 184억원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이자 범삼성가의 장손 이선호 CJ제일제당 사원도 CJ그룹 내 시스템 통합회사 지분을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아 주목을 끈 바 있다. 지난해 CJ그룹 계열 IT서비스 업체인 CJ시스템즈는 헬스, 뷰디스토어 CJ올리브영과 합병을 완료했다. 그러면서 간판도 CJ올리브네트웍스로 바꿨다. 이후 이선호씨는 이 회사의 지분 11.3%를 보유한 3대 주주로 등재됐다.
 
 
이 회장은 CJ시스템즈 2대주주로 31%가 넘는 지분을 보유했는데, 이중 절반인 15.9%를 합병 직전에 이선호씨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선호씨의 CJ올리브네트웍스 3대 주주 등극이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신인 CJ시스템즈는 계열사 물량을 발판으로 거침없이 성장했다. 2013년 계열사 물량이 2770억원 매출 중 82%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254억원에 웃돌았다. 지주회사인 CJ와 합병을 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선호씨는 2013년 지주사인 CJ에 입사해 그룹 미래전략실을 경험하고 이후 CJ제일제당 영업지점과 바이오사업관리팀 등 계열사를 돌며 후계수업을 받는 중이다.

초고속 승진에
지분상속 척척
 
두산그룹도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용만 회장 3세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회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외부행사에 치중하면서 경영에는 한 발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그룹 후계구도상 창업 4세 중 선두에 위치한 인물은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겸 두산건설 회장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은 그룹 4세 중 유일하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두산의 지분율도 6.40%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박용곤 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겸 두산 최고운영책임자(COO) 박진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박 부회장은 두산의 지분율을 4.27% 보유하고 있다. 그룹 총수인 박용만 회장의 지분 4.17%다. 지분으로 봤을 땐 4세 두 명이 더 앞서고 있다.
 
이어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 산업차량·모트롤 부문 사장이 두산 지분을 3.64% 보유하고 있다. 차남인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은 2.98%을 보유하고 있다.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은 2.69%를 보유 중이다. 그리고 최근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씨가 광고 관련 개인사업을 접고 오리콤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경영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박 부사장의 지분율은 1.96%다.
 
독특한 행보로 존재감 부각
승계 대비하면서 보폭 확대
 
박 부사장은 낙과 등 상처가 나 상품가치가 떨어진 과일로 만든 잼인 ‘이런쨈병’을 직접 론칭했다. 오리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의 두 번째 아이템은 3년 전 구상됐다. 당시 박용만 회장은 태풍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덜어주고자 낙과를 구입해 전 계열사 임직원의 집으로 선물했다. 박 부사장은 “조금 먼저 떨어지거나 나뭇가지에 살짝 스쳤다는 이유로 맛이나 영양 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거래가 되지 않는 유통구조와 편견을 이런쨈병 같은 브랜드를 통해 조금씩 바꾸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쨈병의 수익금 전액은 자연 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에 돌려준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미혼모를 방지할 목적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출시했다. 이 또한 수익금 전액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그간 박 부사장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룹 총수의 장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동생 박재원 두산 인프라코어 부장과 달리 박 부사장은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제작 전문업체 빅앤트를 설립했다.
 
이후 박 부사장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기업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등 그룹 일을 나서서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박 부사장은 이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경영 후계 구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독특한 행보가 향후에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슬슬 나타나는
그들의 존재감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 구광모 LG상무도 눈에 띈다. 구 상무는 부장 승진 2년 만에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금껏 LG가 후계구도를 보면 항상 장자들이 그룹을 경영해온 것을 미뤄볼 때 구 상무가 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임원 승진은 앞으로의 경영행보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범LG가인 GS그룹에도 4세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GS가 4세들이 주식 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GS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서 4세 승계작업에 불을 당겼다. 그 후보는 허준홍 GS칼텍스 상무, 허서홍 GS에너지 가스 프로젝트 추진 부문장, 허원홍 GS건설 상무, 허윤홍 GS건설 상무 등이다.
 
이중 허서홍 부문장은 GS 4세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끌어올린 인물이다. 허 부문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으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20차례에 걸쳐 GS 주식 23만4000주를 매입했다. 허 부문장이 5개월여간 사들인 주식 규모는 102억원에 달한다.
 
코오롱그룹도 4세 경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장도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지원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인 이 부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경북 구미공장과 인천 송도 소재의 코오롱글로벌을 거치고 지난해 4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그룹사 4세들의 존재감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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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