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몸캠피싱단 '기막힌 수법' 공개

한국 변태들 등친 조선족 공갈단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모바일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장면을 녹화해 지인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 일명 ‘몸캠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중국에 근거를 둔 몸캠 공갈단은 8개월여 동안 763명의 남성으로부터 20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냈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했다. 도대체 몸캠피싱의 뿌리는 무엇일까.


 
‘몸캠피싱’은 화상채팅으로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녹화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다. 보통 여성이 먼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면서 유혹하고 남성에게는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한다. 그런 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보내는 파일을 여는 순간 남성의 휴대전화 속 모든 연락처는 여성에게 넘어간다. 여성은 녹화된 장면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다.

알몸 미끼로
수천만원 요구
 
자영업자 남모(23)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의도한 대로 여성과의 접촉에 성공한 남씨는 상대 여성의 적극적인 유도로 화상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음란행위를 했다. 하지만 자위의 짜릿함은 잠시뿐이었다. 남씨가 남근을 잡고 자위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중국인 몸캠피싱 공갈단에 녹화됐다.
 
공갈단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사진을 지인들에게 뿌리겠다”며 남씨를 협박했다. 남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들이 요구한대로 급하게 11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공갈단의 협박은 계속됐다. 액수가 점점 커지자 남씨는 감당할 수 없어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공갈단은 남씨 장인에게 알몸사진을 보냈고 결국 남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다.
 

중학생 김모(16)군은 방에서 화상채팅을 즐기다 공갈단의 협박에 걸려들어 20만원을 송금하고 음란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공갈단은 “어린놈이 공부는 안 하고 못된 짓을 한다”며 오히려 훈계를 했다.
 
이렇게 공갈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공갈단은 대포통장을 쓰기 위해서 돈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 37명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을 3∼5개씩 개설해 보내도록 했다. 개인통장은 개당 50만∼100만원, 법인통장은 150만원에 거래돼 또다시 피싱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화상채팅에 끌어들인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일명 몸캠피싱 공갈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스마트폰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에게 이른바 ‘몸캠’을 시킨 뒤 돈을 뜯어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국인 진모(2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통장을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권모(23)씨 등 한국인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진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들로부터 협박당한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신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16∼59세까지
다양한 피해자
 
진씨는 피해 남성들에게 화상채팅 중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음란행위를 유도해 영상을 녹화했다가 지인에게 전송하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 일당이 “음란행위 영상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자 겁을 먹은 노모(36)씨는 3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763명의 한국 남성들이 20억원을 송금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다 환전상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진씨와 함께 구속된 중국 출신 신씨 등 2명은 서울 대림동에서 환전상을 하며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여 동안 보이스피싱 사기조직들로부터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곳곳에 정착한 중국인 상인 수십명에게 돈을 보낸 뒤 수수료(0.5%)를 제외한 돈을 위안화로 바꿔 불법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화상채팅 접속자 음란행위 유도
남성 760명 상대로 20억원 뜯어
 
신씨 등이 중국으로 보낸 돈은 하루 최대 4억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송금한 310억원 가운데 진씨의 피싱 사기금(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290억원)는 다른 사기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 피해금이 대규모로 중국에 넘어가는 경로가 우리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몸캠 협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해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19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영상채팅 이용자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공갈·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보이스피싱 국내 인출총책 조선족 김모(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 2월28일부터 최근 10일까지 김씨 등은 송모씨(38·여) 등 3명으로부터 5330만원을 송금받은 뒤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게 접근해 “회사에 손해가 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을 적립할 통장이 필요하다” 등의 말로 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았다. 또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몸캠피싱 알몸영상으로 협박해 뜯어낸 돈을 이들의 통장으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도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20억원을 뜯어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인출책 이모(27·여)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이씨 등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글을 본 뒤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고수익에 현혹돼 인출책으로 가담했고 송씨는 1억6000만원을 인출해 600만원을, 김모(24·구속)씨는 50일 동안 12억원을 인출한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택시 이동 등 행동수칙 지시서를 만들어 인출책을 관리했다. 그리고 이들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미리 받아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초등학생을 상대로 몸캠 피싱 협박을 한 김모(23)씨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다단계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초·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2012년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만난 초ㆍ중학생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받고 성관계 요구 협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혀 집행유예 상태였다.

중국 기업형

몸캠 영업단
 
김씨는 자연스럽게 몸캠을 제안했고 어린 학생들의 알몸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1년여간 접촉한 여학생의 수는 300여명이나 됐다. 김씨는 점점 수위를 높여 피해자들에게 자위 동영상을 요구했다. 상대가 이를 거부할 시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몸캠 피해자 중 일부는 공갈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도 한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갈단의 요구에 무대응 전략을 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낳게 된다. 몸캠 당사자의 가족, 친구, 직작동료 등 지인들을 카카오톡 그룹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요.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단체 카톡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알몸 녹화해 지인들에 유포 협박
장인에 영상 보내 이혼 당하기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하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앞으로 어떡하냐” 등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몸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급기야 몸캠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 때문이었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린 바 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앞서 8월 충북 제천에서도 김모(34)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했다. 몸캠피싱의 위험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다뤄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차단솔루션 설치
악성앱 신속삭제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달 25일 화상채팅을 하며 찍은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이른바 몸캠피싱에 사용된 모바일 악성코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범행을 심층 조사한 결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이용해 악성앱과 사이트를 제작하는 개발자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악성앱의 소스 코드를 통해서는 ‘빛나게 살자(또는 스파클링 라이프)’라고 알려진 조선족이 운영하는 QQ존(블로그의 일종)을 찾아냈다. ‘빛나게 살자’는 연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시물에서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몸캠 피싱에 사용된 악성코드들을 분석한 결과 범죄자들은 주소록 및 온라인계정 등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문자메시지를 가로채는 등의 기능을 하는 안드로이드 데이터 유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추적한 악성코드 유포지 및 경유지 등의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국내 관계기관에 제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를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최신의 모바일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해 스마트폰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서방파’ 일망타진? 실상은…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5)씨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2013년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업체 S사와 식음료업체 S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2∼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사채 등을 동원해 우량 중소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식으로 ‘무자본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에 함께 가담했던 전직 경영진들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유흥가에서 이권다툼을 벌여 상인과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폭들이 최근에는 기업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리 대부업과 투자업체를 가장한 주가조작, IT업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및 자금세탁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영화 <신세계>에 등장하는 골드문그룹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양새는 기업이지만 본질은 조폭인 것이다.
 
검찰은 최근 주요 조직이 새로운 후계자 그룹을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명단과 역할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른바 ‘신세계 조폭’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폭력조직이 올린 범죄수익은 898억원에 이른다. 조폭들이 구축한 불법 사행시장은 1조7682억원 규모다. 대검찰청은 조만간 지방검찰청을 지휘해 ‘조폭과의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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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