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17)천세명 지포럼에이엠씨 대표

유령회사로 사라진 돈 어디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7화는 71억7100만원을 체납한 지포럼에이엠씨(대표 천세명)다.

지포럼에이엠씨는 2006년 3월부터 등록세 등 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61억23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포럼에이엠씨는 2003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2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10억4800만원이다.

선인상가 투자

지포럼에이엠씨의 등기상 대표는 천세명씨다. 그러나 2006년까지 언론 지면에는 대표이사인 진호준씨가 더 많이 등장했다. 1992년 설립된 지포럼에이엠씨는 부동산 M&A 컨설팅기업으로 소개됐다. 등록 업종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이다.

지포럼에이엠씨가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배경은 다소 복잡하다.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외국계 자문사의 개입, 상가 임차인(실제 상인인 전차인과는 별개)과의 소유권 분쟁 등 여러 사건이 얽히고 설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포럼에이엠씨는 용산 선인상가를 매입 후 되파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럼에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 지포럼에이엠씨 입장에서 보면 투자에 실패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선인상가는 1997년까지 선인산업이 소유했다. 그해 11월 선인산업이 부도를 내면서 채권단은 선인상가를 경매에 넘겼다. 2001년 선인상가를 분할 관리하던 임차인들은 조합을 만들어 상가 소유권을 선낙찰 받았다. 당시 임차인 조합은 2002년 7월까지 남은 매수대금 853억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를 앞두고 임차인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2002년 7월 법원 경매에 참가한 지포럼에이엠씨가 선인산업과 1400억원에 선인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포럼에이엠씨는 곧장 건물을 점유하고 있던 임차인 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청구 소송 등을 제기했다. 지포럼에이엠씨는 법의 힘을 적극 이용했다.

당시 보도 내용을 살피면 지포럼에이엠씨는 회사 자본금이 2억5000만원에 불과한 작은 시행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 진씨는 한미은행으로부터 상가를 인수 할 목적으로 1400억원을 투자 받는 데 성공했다. 임차인들은 관련 대출 과정에 편법이 있었다며 청와대에 진정을 넣었으나, 금융감독원은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씨가 선인상가를 인수한 자금은 대한전선에서 나왔다. 지포럼에이엠씨가 한미은행의 금융상품(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면서 대한전선이 맡긴 돈을 쓴 것이다.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대한전선 역시 "선인상가를 인수하려 했던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한미은행의 자의적인 투자였다"라고 발뺌했다. 더구나 임차인 조합은 법원 경매를 앞두고 몇 차례 잔금 납부를 연기하는 실수를 범했다.

소유권을 얻은 진씨는 우선 조합 측이 임명한 강제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진씨의 손을 들어 줬다. "강제관리인에 대한 자격을 박탈하라"고 판결했다. 지포럼에이엠씨는 석달 만에 선인상가의 경영권마저 거머쥐었다.

서울시 61억2300만원 
국세청 10억4800만원
선인상가 매매로 728억원 차익

그런데 선인상가는 법정관리 때문에 지포럼에이엠씨의 뜻대로 리모델링 하거나 전차인들을 내쫓을 수 없었다. 임차인 조합도 여전히 자신들의 권리를 시위를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진씨나 지포럼에이엠씨가 선인상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까지 계속됐다. 지포럼에이엠씨는 2013년 12월 선인상가의 매각을 결정했다. 협상 대상자는 임차인 조합이었다.


임차인 조합은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 4만2500주(85%)를 1328억원에 매입했다. 또 조합은 별도의 합의금 명목으로 800억원을 주기로 사인했다. 총 매각대금은 2128억원이었다. 이대로라면 지포럼에이엠씨는 728억원의 매각 차익을 남겼어야 했다.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포럼에이엠씨가 대한전선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대한전선의 대리인 격인 클레리온캐피털이 협상 전면에 나선 것이다. 클레리온캐피털은 지포럼에이엠씨의 지분 85%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2004년 지포럼에이엠씨는 선인상가의 매각 차익을 클레리온캐피털이 독식했다고 주장했다. 클레리온캐피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클레리온파트너스)로 미국계 부동산자문사인 씨씨(CC)파트너스아시아의 관계사(혹은 동일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클레리온캐피탈은 "지포럼에이엠씨가 대출 만기가 지나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선인상가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불투명한 수익에 대해 과세당국은 세금을 물렸다. 사실상 '공범'인 이들의 책임 공방은 10년 넘게 계속됐다.

2014년 2월 대법원은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웠더라도 주식·출자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과점주주라면 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클레리온캐피털에게 권리를 넘겨받은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용산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간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조세심판을 통해 85억5000만원이었던 세금을 46억원으로 감경 받았다. 이마저도 불복해 "자문만 했을 뿐 실질적인 주주가 아니다"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이랬다.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말레이시아 법인인 셀렉타정션 및 래링턴코퍼레이션 명의로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 4만2500주(85%)를 취득했다. 또 클레리온캐피털은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셀렉타정션과 래링턴코퍼레이션은 1999년 말 이후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였다.

재판부는 씨씨파트너스아시아가 말레이시아 법인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을 신탁 매매했다고 짚었다. 더욱이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법인 발행주식의 51% 이상을 소유한 과점주주였다. 과점주주는 반드시 2차 납세의무를 진다.

해당 판결로 득을 본 곳은 지포럼에이엠씨다. 재판부는 용산세무서의 세액 산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고 "부가가치세 가운데 14억8000만원은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용산세무소가 지포럼에이엠씨에 부과한 세금은 75억6000만원이다.

10년만의 결론

이처럼 지포럼에이엠씨는 법을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부과된 세금을 낮출 수 있었다. 다른 고액체납자(혹은 법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금은 내지 않고 버티면서 변호사 수임료에 거액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관련 사건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사라진 돈의 행방이 궁금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선인상가 매각 이후 상권이 쇠락했다는 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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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