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민원 급증 속사정

“섹스동영상 삭제해 주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애인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유출됐다며 ‘야동(음란동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보통 ‘XX녀’란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다 뒤늦게 화면 속 여성이나 그 대리인이 민원을 제기해 삭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삭제된 야동은 지난해 무려 14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 개방 풍조 확산과 디지털기기 관리 미숙으로 인해 벌어지는 풍경이다.

  
‘일반인’ ‘XX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성관계 동영상은 대부분 커플들이 셀카로 찍은 것들이다. 성관계를 가지면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하더라도 보관을 목적으로 동의를 얻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24일 나왔다. 상대 동의하에 촬영했고 외부로 유포하려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사생활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복성 유출
혹은 실수
 
그렇다면 동영상 속 커플이 헤어진 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촬영 시점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상대방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영리 목적으로 영상을 공개하면 가중처벌이다. 연인시절에 동영상 한번 잘못 찍었다가 자신의 알몸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내가 나오는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해달라”는 민원이 1404건이었다. 하루 약 4명 꼴로 ‘야동 민원’을 넣었다. 동영상 속 주인공들은 영상이 유포된 사실조차 몰랐거나, 알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이 같은 민원은 한 해 수천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야동 유출에 따른 고민을 토로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직장인 여성 A씨는 3년 전 소개팅을 통해 남성 B씨를 만났다. A씨는 잘생긴 외모와 번듯한 직장을 갖고 있는 B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주말 데이트의 종착점은 언제나 모텔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B씨는 A씨에게 ‘섹스 모니터링’을 제안했다.
 
스마트폰으로 자신들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해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에 A씨는 정색을 하며 거부했다. 그러나 B씨의 끈질긴 설득 끝에 동영상 촬영을 허락했다. A씨와 B씨는 스마트폰을 삼각대로 고정시킨 채 성관계를 가졌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몇 달 동안 연애를 했다. 그러다 마음이 맞지 않아 이별을 맞이했다.
 
문제는 헤어지고 3년 뒤에 터졌다. A씨는 단짝 이성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다. 야동을 검색하던 중 A씨로 의심되는 야동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즉시 그 야동을 재생했고 동영상 속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게 됐다. A씨는 ‘멘붕’에 빠졌다. 야동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유출된 상태였다. A씨는 B씨의 휴대폰 번호를 급하게 찾았지만 알 수 없었다.
 
신고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남자친구가 알게 될까 조마조마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였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컸다. A씨의 야동은 여전히 인터넷 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하루 3.8건 요청
 
일반인들의 성관계 동영상의 유출은 최근 증가 추세다. 방심위에 따르면 ‘본인 성관계 동영상’ 삭제 요청은 2013년에는 1166건이 제기됐다. 2013년과 2014년 1년 사이 20%가 증가했다. 방심위에 제기되는 개인 초상권 침해 관련 전체 시정요구 중에서 이런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13년에는 초상권 관련 시정요구가 1964건 접수돼, 본인 성관계 동영상(1166건)의 비중이 59%였다. 2014년에는 초상권 관련 시정요구 1679건 가운데 개인 성행위 영상이 1404건으로 83%를 차지했다.
 
유출된 동영상은 올라오기가 무섭게 파일 공유 서비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유포자는 대부분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별한 뒤 보복성으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주요 유출 경로다. 이들에 의해 유포된 동영상의 제목은 보통 피해 여성의 특징을 짧게 묘사한 ‘XX녀’ 혹은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XX대학교 12학번XX녀’ 등이다.
 
 
방심위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영상 유출이나 삭제 민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영상을 찍으려면 전용 촬영 장비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져서 무선 인터넷 속도도 점점 빨라져 신속한 촬영이 가능하게 됐다. 영상을 찍는 것도 쉽지만 그만큼 유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 일반인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SNS에 퍼져
지인들 볼까 두려워…고민하다 고해성사
 
성관계 동영상 삭제 요청은 인터넷으로 받는다.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곳의 인터넷 주소(URL)는 필수 입력 사항이다. 피해자 본인이 삭제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위임장을 받은 대리인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민원이 제기되면 방심위에서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차단 조치한다. 영상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우 해당 게시판 운영자나 포털사이트 등에 요청해 삭제한다.
 
해외로 퍼져나가면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넷 망 사업자(SKT·KT·LG유플러스)에 요청해 국내에서 해당 정보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보가 무한 복제되는 인터넷 특성상 영상이 한번 유포되면 사실상 100% 차단 및 삭제는 어렵다.
 
방심위 관계자는 “좋은 감정에서 찍었던 동영상이 유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유출에 조심한다기보다는 무엇보다 찍지 않은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개인 성관계 동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방심위는 개인 성관계 동영상 민원이 제기되면 삭제 조치와 함께 민원인에게 유포자를 추적해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동영상 유출 피해자들은 자신이 나온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하지만 해외 음란사이트로 퍼지는 순간 모든 건 물거품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출된 성관계 동영상을 지우는 대행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성관계 동영상 유출본 상당수는 보복성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기기 분실로 인한 유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폰, 컴퓨터 수리기사 등이 기기를 다루면서 고객 신상정보와 고객의 기기 속 영상을 합쳐 유포한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전 남친 섹스동영상
현 남친 볼까 두려워
 
과거에는 ‘일반인’을 검색하면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복수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출한 ‘몰카’ 야동 일색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영상 속 자막 또는 파일 이름에 개인 신상정보가 들어 있는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 천지다. ‘일반인’ ‘XX녀’ 등 자연스러운 야동이 인기다. 그런데 야동의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안양 XX동 XXX’ ‘광주 XX여상 3학년 XXX’ 등 구체적인 주소나 소속, 이름 등이 적혀 있는 영상과 전혀 상관없는 신상정보를 담은 야동들이 나돌고 있는 것은 ‘생생함’을 추구하는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 이름을 빌려와 영상 제목을 지어 호기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본다. 
 
이 같은 행위는 영상 속 인물과 신상정보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 및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된다. 최근 들어 S넷 B닷컴 등 음란물 사이트 또는 파일공유 사이트에는 일본AV(Adult Video) 등 연출 제작된 야동보다는 ‘실제상황’을 다룬 몰카 및 셀카 음란물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온다. 일반인 야동에 불을 지핀 건 과거 ‘가수 백양’ ‘탤런트 오양’ 등 연예인들의 음란물 영향이 컸다. 
  
문제는 이 같은 야동 유출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한 번쯤은 봤을법한 ‘선배녀’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선배녀로 불리는 동영상 속 여성은 자신의 야동이 수년 간 인터넷을 떠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모든 걸 내려놓고 자살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검색하면 ‘XX녀’시리즈 넘쳐
삭제 안 돼…수치심에 자살 결심
 
‘딱풀녀’라는 이름의 야동도 마찬가지다. 인천 모 여자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이모양은 자신의 얼굴이 나온 야동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학교 인근 아파트 28층에서 투신해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다. ‘강의실녀’라는 이름의 야동 속 여성도 자살했다는 글들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모 대기업에서 계약직 비서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루머지만 ‘XX녀’ 자살설은 여전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모텔 몰카도 여전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모텔에 미리 투숙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원격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당사자를 협박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모텔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설치해 원격조종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협박한 혐의로 30대 이모씨를 구속했다.

몰카 촬영하고
금품 협박까지

이씨는 지난 2월21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동구의 한 모텔에 미리 투숙한 후 객실 내 화장대 아래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자신의 집에서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28일 첫 번째 동영상에 찍힌 투숙객의 신원을 알아내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돈을 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이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영상 촬영 사실과 협박 등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자에게 요구한 돈의 액수나 연락처를 알아낸 방법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전자기기에 해당 영상 말고도 여러 건의 영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의 영장실질검사를 담당한 서울 동부지법 양재호 판사는 “이씨가 자료를 삭제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디지털 유산 상속 논란
죽어도 그대로 ‘어찌하리오’
 
페이스북이 구글에 이어 ‘디지털 유산 상속’ 정책을 내놨다.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을 지정된 사람이 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해당 이용자의 페이스북 계정은 열람만 가능했다.
페이스북은 제도 도입 배경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유산 상속’ 정책에 의해 이를 상속받은 이용자는 고인 계정에 접속,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추모에 관한 알림 글 등을 개제할 수 있게 된다. 단 고인의 프로필에는 ‘추모(Remembering)’라는 머릿글을 달아 악용을 방지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사용자와 상속자 간 소통을 가능케 했다.
 
다만 고인의 개인적 메시지와 같은 개인 정보는 상속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며 생전에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싶을 경우 사망 후 계정이 폐쇄되도록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구글은 ‘휴면계정관리자’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계정에 대해 만일 사태에 대비해 사진, 이메일, 문서 등의 데이터를 다른 사람에게 미리 보내도록 설정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이용자는 휴면 계정이 되기 위한 미접속일을 미리 설정하고 데이터를 보낼 지인을 10명까지 지정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잊혀질 권리’에 대한 정책을 실시하자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디지털 상속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이를 둘러싼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에서 이용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어 디지털 자산을 상속자에게 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주요 포탈 업체들은 이용자 사망 시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계정 접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속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도 “상속인에게 피상속인의 계정 접속권을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에 대한 위로 차원에서 사망자의 공개된 게시물에 대한 백업 정도를 지원하고 민법상 재산권으로 보장되는 사이버머니나 뮤직, 전자책 등 웹콘텐츠 사용권만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계정을 해제하거나 탈퇴하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사망자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규정 마련 여부는 검토단계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16년까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화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도 지난해 5월이 돼서야 사법제도 비교연구회를 중심으로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국내에 디지털 유산 관련 소송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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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