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재수 학원가 신풍속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청춘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재수를 안 해본 이와 인생을 논하지 마라.’ 재수생 사이에서 곧잘 하는 말이다. 수험생에게 ‘재수’는 인생에서 겪는 가장 쓰라린 경험 중 하나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재필산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재수는 대입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화가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는 법. 재수생만 알고 있는 그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노량진에 있는 한 대학입시재수학원 강의실. 자습시간이지만 모의고사라도 보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재수생 대부분은 앉아 있기 편한 추리닝을 입었다. 자리에서 졸던 학생들이 나와 강의실 뒤편 스탠딩 테이블에서 서서 공부한다. 게시판에는 ‘재수생들이 지켜야 할 것’ 이라는 제목의 규정문이 걸려있다. 규정문에는 ‘강의실에서 음악을 듣지 않을 것’ ‘절대 잠을 자지 않을 것’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다. 복도에는 생활지도선생들이 돌아다니며 매의 눈으로 학생들을 지켜본다.
 
싹트는 이성교제
 
해마다 2월 전국 재수학원이 개강한다.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60만∼100만원 선이다. 이외에 교재비나 연간 모의고사비는 별도로 낸다. 재수생 김모(20·여)씨는 “그냥 돈 주고 고등학교 다시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학원은 일명 ‘스파르타 교육’으로 통한다. 아침 7시부터 학원에 들어와야 하는데, 학생 출결카드를 소지해야만 입실할 수 있다. 모든 출결상황은 학부모한테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수업을 하며, 점심시간은 30∼40분이 주어진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후 수업을 한다.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오후 수업 시간에는 학원생들이 질의 및 응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한 뒤 7시부터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야간자율학습이지만 의무다. 주말도 똑같이 학원에 들어와 6시까지 공부한다. 재수생들은 고3들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 재수학원 생활지도선생인 A씨는 “빡빡하게 하루일과를 계획해야. 재수생들이 한눈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는 공부 관리뿐만 아니라 재수생들의 생활 규칙을 정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학원마다 재수생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생활지도선생이 있다. 지각 및 결석생을 단속하며, 지각 시 체벌 후 입실시킨다. 체벌은 정신교육이라고 불리는 훈육이 있으며,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나기, 반성문 쓰기가 있다. 재수기숙학원 경우 사안별로 회초리 1회에서 10대로 체벌을 하기도 한다.무단지각, 조퇴, 결석은 제적 사유가 된다.

“고등학교 4학년 기분”
2∼4월 살벌하게 공부
 
심지어 복장 검사까지도 한다. 남자는 원색 두발 염색(빨강, 탈색) 등 지저분하거나 튀는 복장을 규제한다. 여자는 짙은 화장,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 노출이 심한 패션, 하이힐 등을 제한한다. 아침 조회 때 담임선생한테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며, 학원 내에서 휴대전화 및 기타 전자기기 사용은 금지다. 
 
A씨는 “2∼4월 초까지 학생들이 살벌하게 공부한다. 벚꽃이 필 때 즈음 놀러 가기 좋은 날이 오면 마음이 뒤숭숭해지면서,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며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매번 똑같은 사건사고가 반복된다”고 전했다.
 
흔히 학원은 만남의 장이라고 불린다. 재수학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록 재수를 시작할 때는 1년 동안 공부만 할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한결같을 수 없는 게 재수생의 마음이다. 노량진에 있는 모 재수학원은 재수생 간의 이성교제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학원생 규칙’에 따르면 “원내 이성교제 적발 시 정학 및 제적처리한다”고 명시했다. 또 원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적인 대화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벌점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재수학원 상담원 B씨는 “재수생에게 연애는 사치며,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재수생은 상대적 박탈감이 있어서 심리적 초라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어도, 누가 건드리면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데 그 혈기왕성한 시기에 어떻게 연애가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수생 사이에서 ‘썸’은 차고 넘친다고 한다. 재수생이었던 유모(25·여)씨는 “다들 엄청난 의지와 목표로 오직 공부만 하자는 생각이 있다”며 “재수 초반에는 서로 말도 잘 안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원생끼리 친해지며 나중엔 같이 다니는 그룹이 나뉜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친해진 부류 중에서 '러브라인'이 형성된다. 그쯤 되면 주위 사람들도 다 눈치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당시 반에서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연애한 이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벚꽃 필 즈음 뒤숭숭
같은 사건·사고 반복
 
이 외에도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끼리 서로 싫어하기도 하며, 심지어 싸움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학원가에서 도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뒷담화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한서삼’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 한성대, 서경대, 삼육대’까지 대학교 인지도 순으로 나열해서 줄인 말이다. 재수생이라면 이 말을 마치 마법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재수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 있다. 적어도 자신이 지원했던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를 원한다. 재수학원 상담사 B씨는 “처음 재수를 시작할 때는 높게 잡는 게 좋다. 그래야 동기가 생긴다. 실제로 재수생들도 기대치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반면 재수학원 상담사 C씨는 “사실 재수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1년간 그렇게 공부를 했어도,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게 재수다”고 말했다.     
 
2012년 재수를 했던 박모(23)씨는 “대부분 재수생이 최소 '중경외시(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를 목표로 한다. 나도 그랬다”고 말하며,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쓸 때는 그 기준점이 점점 내려간다. 나중에는 ‘국숭세단(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라도 됐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가기는커녕 작년 성적으로도 갈 수 있을 수준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수의 성굥률이나 성적 향상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고등학교 3학년 4850명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3년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재수를 선택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이 고3 때와 비교해 평균 0.75 등급 올라, 성적 향상 폭이 1등급에도 못 미쳤다. 
 
저녁 술판은 기본
 
입시업체 스카이에듀가 재수생들의 입시 결과를 자체 분석한 자료를 봐도 성공한 재수생은 45%로 절반도 안됐다. 30%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5%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C씨는 “재수는 정말 본인 실력에 비해 수능 점수가 안나왔을 때 봐야 성과가 있다. 대부분 학생이 재수를 해도 그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재수하는 이유는 상위권에 대한 열망과 본인은 성공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 서울’ 합격자 재수율
 
서울에 있는 이른바 ‘인 서울’ 대학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 이 3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11일 입시기관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 2014학년도 4년제 대학 189곳의 입학생 36만3655명 가운데 졸업생은 7만39명으로 19.3%였다. 

하지만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은 2만6520명으로 31.8%나 됐고, 수도권 대학의 경우에도 전체 입학자 13만3506명 가운데 29.1%인 3만8805명이 재수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7년간의 통계에서도 ‘인 서울’대학의 졸업생 비율은 2010학년도 28.4%, 2011학년도 33.1%, 2012학년도 33.6%, 2013학년도 33.8% 등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했다.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2014년 지원자격별 현황을 발표한 서울대의 경우 전체 입학생 3366명 가운데 재수생이 581명으로 전체에 17.3%이다. 전년도 14.1%보다 증가했다. 중앙대 역시 2015학년도 신입생 3584명 가운데 졸업생이 32.8%인 1176명이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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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