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 (4) 스타 연예인에게 안티팬은 필요악?

요즘 스타 연예인에게 안티팬은 그야말로 ‘필요악’이다. 안티팬이 없는 스타가 있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안티팬과 열성팬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래서 안티팬도 무관심보다 낫다며 위안을 삼는 연예인도 생겨나고 있다. 여하튼 극성스러운 안티팬으로 인해 연예인들이 치러야 하는 곤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티 땜에 못살아” VS “안티는 나의 힘”

연예인에게 안티팬은 공포의 대상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너무 예쁘기 때문에, 이런 성격 싫어 등 별의별 이유로 악성 댓글을 단다.
악성 댓글도 관심표현이라고 하지만 심한 악성 댓글 한 줄에 스타는 상처받고 한 걸음 물러나게 되는 심리적인 위축감을 갖는다.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너 같은 얼굴도 연예인 하냐?’, ‘이년 너무 고쳤네’, ‘너네 엄마 아빠 보기 부끄럽지 않냐?’ 등의 심한 댓글로 자신에게 아무 해도 가하지 않은 연예인들을 공격한다.
인터넷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연예인들에게 상처 주는 안티팬의 행동도 많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은 신체적 위협이다.
지난 2001년에는 god의 멤버 윤계상의 집에 락스로 보이는 세척제가 들어간 음료수가 배달돼 윤계상의 어머니가 음료수를 마시고 치료 받았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역시 방송 녹화 도중 팬을 가장한 안티 팬에게 접착제가 든 쥬스 테러를 당해 병원에 후송됐었다. 문희준과 열애설이 났었던 간미연은 팬들로부터 카터칼 조각과 혈서, 간미연 사진의 눈 부분을 오려낸 사진 등을 받았었다.
이 밖에도 나훈아가 서울시민회관공연 중 괴한으로부터 사이다병 테러를 받은 사건, 송혜교 모친이 염산과 환각제 뿌리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은 사건 등 연예인들을 위협하는 악성 팬들이 상당하다.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일수록 안티팬도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팬들이 순수하게 건네는 음식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감정이 도를 넘어 스토커로 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잊을 만하면 연예인 스토킹 사건이 나온다. 더욱이 단시간이 아닌 장시간 동안 스토킹 당한 스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김창완의 경우 남성 팬에게 13년간 스토킹 당했고, 비도 5년 동안이나 ‘조종망상증’에 시달리는 팬으로부터 스토킹 당했다. 최진실은 98년 자신의 집 엘레베이터에서 납치될 위기에 놓였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모면했지만, 대신 매니저가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이 밖에도 고유진, 이현우, 김미숙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오랜 기간 동안 스토킹을 당했다. 이러한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인기피증에 걸려 연예활동에 차질을 빚기도 하고,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그들로 인해 잦은 이사를 하며, 혼자 외출 할 시에는 스토커가 따라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다니지도 못하기 때문에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연예인들은 공인이기 때문에, 또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 때문에 신체적 위협, 스토킹을 당해도 법적 대응보다는 주로 참거나 선처하는 경우가 많다. 끊이지 않는 연예계 스토킹 사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안티 없는 연예인이 있을까. 아무리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연예인이라도 안티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연예인 중에는 안티를 극복하고 비호감에서 호감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안티를 극복한 연예인하면 떠오르는 스타는 바로 해체된 H.O.T의 멤버 문희준이다. 문희준에 대한 무차별적 악플은 안티의 비호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대중매체의 잘못 된 보도나 내용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특히 문희준의 군입대를 둘러싼 근거없는 의혹도 악플 양산의 원인이 됐는데 문희준이 현역으로 군입대를 당당하게 하고 군복무를 성실하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플은 급감했다. 최근 제대한 문희준에 대한 악플은 크게 줄어들고 그의 성실한 군복무로 인해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해 선플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비디오 파문으로 많은 안티가 생겼던 백지영도 ‘사랑 안해’ 등 연이은 히트곡의 양산과 편견과 어려움 속 재기를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던 사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악플은 사라지고 있다.

안티팬 심해지면 신체적 위협·스토킹 가해
최진실 98년 집 엘레베이터에서 납치될 뻔
문희준·백지영·솔비·서인영…‘비호감’서 ‘호감’으로
안티가 있어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극복 위해 싸워야

이혼 파동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로 악플이 급증했던 최진실도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복귀해 빼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찬사를 이끌어내면서 악플을 극복했고 병역비리 적발로 안티와 악플을 양산했던 장혁도 제대후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예전과 다른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여 악플을 급감시켰다.
이밖에 연기력 부족과 각종 스캔들로 악플이 많았던 한고은도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인데다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 악플을 줄였고 근거 없는 소문과 예전모습의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악플이 양산됐던 김아중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여 악플을 급감시켰다.
안티를 극복하며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 ‘호감녀’로 급부상한 연예인도 있다.
안티를 양산하며 예능계에 데뷔한 대표적 경우로는 최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가상 신혼생활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여자출연자 솔비와 서인영이 있다. 솔비는 KBS 2TV ‘상상플러스 시즌2’에, 서인영은 Mnet ‘서인영의 카이스트’에도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솔비는 무뚝뚝한 표정과 당돌한 이미지로 특유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지만, 당당하게 내뱉는 말들과 남다른 외모로 안티를 양성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앤디와 커플로 출연하며 당당히 호감녀로 변신한 솔비는 ‘상상플러스 시즌2’에서는 이효리의 맞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인영은 ‘개념없어’ 보이는 된장녀 이미지가 굳어지며 안티를 양산했다. 외모 역시 화려해 이 같은 이미지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카이스트’에 출연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름대로의 귀엽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탤런트 김성은은 KBS 2TV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음치 컨셉트를 유지하며 잠시 안티의 성원에 힘입는 듯했으나, 오히려 깜찍하고 엉뚱한 모습의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연기자로 줄곧 활동해 오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우다.
신봉선 역시 안티를 통해 먼저 이름을 알린 1번 주자다.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오버’하는 캐릭터로 어필하며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신봉선은 묵묵히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했다. 이후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메인 MC로 성장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예능계 여걸들은 각자 개그맨, 연기자, 가수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휘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시작이야 어떻든 이들의 안티가 팬으로 돌아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안티가 있어도 이에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극복을 위해 싸웠다는 점이다. 가끔은 이들에게 큰 힘이 돼 주는 안티는 이들에게 팬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스타로 거듭난 과정을 보면 안티를 극복하는 법도 예능인으로 우뚝서기 위해 꼭 배워야 할 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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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