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6>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라이벌 인터뷰



여야가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의원을 추대했으며 민주당은 박지원 정책위의장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집권중반기이자 18대 국회 후반기 정치권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투쟁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변화의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 국회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은 정치권 안팎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여야 원내대표…당내 갈등 ‘화합카드’ 여야 ‘협상카드’
4선 중진, 파워 재선…역량 충만, 시험대 오른 정치력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야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회의 일과 목전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는 이들의 하루 일정을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나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중심축이 돼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기만 하다. 이들에게 신임 원내대표로서의 각오와 앞으로 하고자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교적 압도적인 지지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러한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김무성 원내대표(이하 ‘김’): 정치를 복원하고, 당내 갈등을 해소하며,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내가 적임자임을 의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지금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의원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가 살아있는 생산적인 국회,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치겠다.
더불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주신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지원 원내대표(이하 ‘박’): 민주당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며 변화와 개혁을 호소했고, 내가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의원들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한 경험과 지난 2년간의 열정적인 의정활동과 당무활동에 대해 평가해 줬다.
또한 박지원의 열정과 경험이라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숙한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의원들이 당과 지도부에 요구하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1년간 더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

- 각각 집권여당,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소감은 어떠한가.
▲ 김: 여러 가지로 막중한 시기에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지만,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도 생긴다. 사심 없이 열심히 해보겠다.
▲ 박: 민주당은 10년의 성공한 집권경험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반대만 하고, 장외투쟁만 하는 야당이 돼서는 안된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말로 하자는 것이다. 나는 야당인 민주당에서 시작해 다시 야당인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내 경험과 열정으로 민주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당 안팎의 현안 중 원내대표가 되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결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당내 화합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류, 비주류를 떠나 모두가 함께 만든 정부이다. 또,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만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인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마음을 열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애고 당을 화합시키겠다.
또한 친서민 민생법안들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 될 수 있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법안을 국회 파행의 협상 고리로 삼지 않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다.
▲ 박: 안으로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여관계에서는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금 그릇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나라당과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협상할 일이 있으면 감동적으로 협상해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말’로 해결되는 여야관계를 만들고 싶다.

- 여당의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야당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1년 동안 협상을 벌일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서로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김무성 의원과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박지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김: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을 전반적으로 깊이 경험한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며, 나와는 개인적으로 ‘형님, 동생’할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 야당이지만 무조건 반대, 장외투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해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런 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면서, 서로 유연한 자세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협상의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다.
▲ 박: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정경험과 정치경력을 골고루 갖춘 중후한 여당 중진의원이다. 개인적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들께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여야관계, 정치의 실종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김 원내대표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 이번 여야 원내대표 선출 후 ‘대화정치’에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5월 국회의 가동 여부를 비롯해 하반기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 산적한 현안에 여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김: 정치는 절충이다. 양쪽의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 각자 자신의 생각만 극단적으로 고집하게 되면 결국 모두 지게 된다. 이럴 때, 서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해 양쪽의 정신을 다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산적한 현안들이 많지만 대화와 양보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것은 찾고, 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과 귀를 열고 살펴 나가겠다.
▲ 박: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한나라당에서 반대하던 5월 국회도 나와 김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하면서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반기 원구성은 지방선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상반기에 여야간 합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위위원장 등의 기본틀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20여 회 이상 약속한대로 원안을 추진하면 된다. 4대강 사업은 국토를 절단내는 환경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다른 이슈를 묻어보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제의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논의할 의향이 있다.


- 여야간 대화만큼이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어수선한 당을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생각하고 있는 당 화합 방안은 무엇인가.
▲ 김: 화합을 하려면 우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해를 씻어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잊을 것은 잊고 미래를 생각하려 한다.
또한 당내 화합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통해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큰 틀 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진정으로 호소 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서로간의 마음의 벽도 차차 허물어지리라 믿는다.
박: 현재 당헌당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경선하게 돼 있어서, 당 대표에서 떨어지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1등이 당 대표를 맡고 뒤 이은 이들이 최고위원을 하면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없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본다.
거기에 민주당의 취약지역인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 제주 등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지역과 소통하면 지역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원내대책회의와 고위정책회의에도 당과 지도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 의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정착되면 화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원내대표를 맡은 직후 6·2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원내대표라서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 김: 야당은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가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가 국민들께 당당하고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집권 10년 동안 우리 경제·안보·외교 전반을 어렵게 만들었던 무능 세력이었지만, 우리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경제회복을 이뤄냈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간 선거는 집권당이 불리한 선거이다. 국민들은 항상 오만함을 견제하고 더욱 잘하라고 채찍질 하고 싶은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국민들께 진심을 담아 호소해 보겠다.
▲ 박: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2년 반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민심은 이미 이명박 정부를 떠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한나라당이 독점해 온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명숙, 경기 김진표, 인천 송영길의 트리오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여기에 강원 이광재, 충북 이시종, 충남 안희정, 부산 김정길 등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에서 바람을 일으켜 준다면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도 꼭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나도 원내대표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현 정국 최대 현안으로 천안함 사태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김: 천안함의 46용사, 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그리고 평생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온 국민의 슬픔이자 비극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안보태세를 더욱 확고히 점검하고 정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태의 핵심은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 원인만 밝혀지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정부와 군은 사고발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내용만 이렇다 저렇다 언론에 흘리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거들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의 외교분쟁은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날 정도이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천안함 침몰 사고의 배후로 북한이 확실해진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나.
▲ 김: 현재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침몰 원인에 대해 다각도의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천안함 특위를 가동하고 있어 우선적으로는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전 이후 김신조 사건, 도끼만행사건,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많은 사건들이 모두 북에 의해 벌어졌으며, 앞으로도 내부결속을 위해 얼마든 이런 사건을 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던 ‘주적’ 개념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군과 한나라당, 일부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북한 배후설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원인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 <일요시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본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 화제와 특종에 강한 신문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정진하고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 박: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드린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요시사가 바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


김무성은 누구?

▲1951년 부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정책과정
▲부경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주) 전무이사, 삼동산업(주)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국회행정실장, 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한양대학교 총동창회 회장 직무대행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
▲중동고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
▲제15·16·17·18대 국회의원
▲제17대 박근혜 경선후보 조직총괄본부장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박지원은 누구?
▲1942년 전남 진도
▲단국대 상학과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제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문화관광부 장관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대통령비서실 실장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