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혹은 쪽박' M&A 대물 리스트

‘역전에 역전’재계 서열 요동친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금호산업, 동부건설, KT렌탈. 인수합병(M&A)시장에 등장한 매물이다. 군침이 뚝뚝 떨어질 정도다. 이밖에 C&M,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이 이어지면서 대기업간 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억달러대로 주춤했던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규모가 2013년 400억달러대로 확대된데 이어 지난해 800억달러에 육박했다. M&A 건수는 2013년 482건에서 지난해 46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굵직한 거래가 연이어 성사되면서 오히려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건수↓ 규모↑
 
지난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과 OB맥주, 다음카카오 등 M&A가 대표적이다. 올해 M&A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사업구조조정 개편이 시작됐고 정부의 M&A 관련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가장 탐나는 매물은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아시아나개발 등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겠다는 열망이 강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다.
 
사실상 인수 자금만 마련되는 되는 상황. 대체로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중견기업 3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합의했고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등 인수 의지를 분명이 한 데다가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투자펀드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법정관리에 돌입한 동부건설도 매력적인 M&A 매물이다. 동부건설을 품에 안을 경우 공공공사 수주 능력이 극대화되고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해 물류사업을 강화할 수 있고 센트레빌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 등을 손에 넣게 된다. 동부건설 매각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오는 4월 채권자집회를 거치면서 시장 합류가 예상된다.
 
KT렌탈을 둘러싼 인수전도 뜨겁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최근까지 한판 제대로 벌였다. 지난 1월28일 오전 마감한 본입찰에는 SK네트웍스와 롯데그룹이(롯데쇼핑·호텔롯데) 각각 단독으로, 한국타이어는 아트라스비엑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했으며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업체 에스에프에이도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과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도 참여했다.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는 SK네트웍스였다. 렌터카와 수입차 정비소 사업을 신사업으로 하고 적극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KT렌탈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AJ렌터카, 현대캐피탈을 단숨에 제치고 렌터카 업계 1위에 등극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KT가 KT렌탈 매각을 ‘프로그래시브딜(경매호가 매각방식)로 결정하자 SK네트웍스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1조원대 ‘통 큰 베팅’을 한 롯데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금호산업 동부건설 KT렌탈 인수전 ‘후끈’
최대 몸집 홈플러스 누구 품으로 ‘관심’
 
유선방송 업계 3위 C&M도 새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1월15일 인수 유력 후보들에게 안내문을 발송, 매각절차에 들어갔는데 CJ헬로비전,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력 후보는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다. 이들이 C&M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 1위 업체인 KT와 함께 양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C&M 매각 대상 지분(93.81%)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 이상이다.
 
오릭스에 넘어간 현대증권에 이어 KDB대우증권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초 산은지주가 연내 매각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만큼 증권업계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약 1억4000만주)다. 1조4000억~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대우증권의 업계 위상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 매각 대금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 인수후보자는 KB금융지주다. 전체 증권사 20위에 머무르고 있는 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번에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사모펀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다 실패한 교보생명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있으며 해외자본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대우증권과 함께 KDB생명,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등을 묶어 파는 패키지딜 가능성을 내비쳐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HK저축은행과 KT캐피탈, SC캐피탈 등도 펀드 만기와 기업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열정페이, 고객정보 장사, 갑질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달 8일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회장이 해외 자산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설에 선을 그었지만 매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2조~3조원의 매각 대금이 형성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 매물이 M&A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하락과 함께 원활한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많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신호가 보이면 선제적 투자 방식으로 M&A가 진행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매물이 쏟아질 경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자 저주’ 우려 
 
실제로 아주캐피탈은 우선협상자까지 선정했지만 매각 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아주그룹은 매각 철회 이유로 실적 개선을 내세웠지만 최근까지 본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인 일본계 금융사 제이트러스트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주그룹과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의 영업력과 시스템 등에 대한 가치평가, 일본자본 진입에 대한 고객과 직원들의 우려 등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욕 과시’ 삼성전자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M&A(인수·합병)에 거침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간 벌써 8번째 M&A를 성사시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인수한 22개 기업의 36.3%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비디오 관련 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의 인적자산 인수를 시작으로 같은해 8월에는 미국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 ‘스마트싱스’와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했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미국 서버용 SSD 캐싱 전문업체 ‘프로시멀 데이터’를 품에 안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브라질 통합문서 출력관리 서비스 전문업체인 ‘심프레스’를 시작으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지난 4일 미국 산업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해>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