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날 풀리니 날뛰는' 속옷 변태들 천태만상

분홍 팬티에 망사스타킹 신고 ‘인증샷’

[일요시사 사회2팀] 최용환 기자 =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취향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사회통념상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도 존재한다. 남자가 여자속옷을 즐겨 입는다면 어떨까. 장난으로 한두 번 입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꾸준히 여자속옷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신상 브래지어를 입고 ‘인증샷’을 올리며 자신의 몸매를 평가 받는 남자들의 모습에 돋보기를 대봤다.

 
‘유니섹스(남녀겸용패션)’가 대중화되면서 남녀 간 패션 장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다. 여자가 남성스럽게 입는 보이쉬룩도 이제는 익숙하다. 그에 반해 남자가 여성스럽게 꾸미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그런데 남몰래 여자속옷을 입는 남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독특한 취향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여자속옷을 즐겨 입는 남자들이 모인 A카페에는 매일 수많은 인증샷이 업데이트된다.

개인의 취향?
변태 성욕자?
 
여자속옷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A카페는 지난해 11월28일 개설된 신생커뮤니티다. 회원 수는 700명 미만으로 멤버 목록은 비공개로 되어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커뮤니티치고는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사진게시판이 그랬다. 남자들이 여자속옷을 착용한 사진들 일색이었다. 일부 사진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A카페 회원들은 큐빅이 박힌 분홍색 리본팬티, 검정색 망사팬티, 꽃무늬팬티, 전신스타킹, 티팬티, 비키니 등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너무 잘 어울려요’ ‘엉덩이 죽이네요’ ‘어디서 사셨어요?’ 등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일부는 “푹신해서 좋다”며 생리대까지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러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생리대의 제품명까지 공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전신 망사스타킹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타킹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관련 제품을 문의하는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A카페 회원들은 ‘셀카’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필수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는 ‘셀카봉’을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촬영장소는 방, 화장실 등 실내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진이 포착됐다. 공원으로 보이는 공공장소에서 한 남자가 여자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은 채 아래서 위로 포커스를 맞추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근육도 탄탄한 편이었다. 남자의 가슴, 팔과 다리에는 털이 가득했다. A카페에는 이처럼 눈살 찌푸려지는 사진이 넘쳐난다.
 
또한 일부 회원은 아내의 몸을 몰래 찍어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아내가 입던 속옷을 입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A카페 회원들의 주 연령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대부분 중년남성으로 추정된다. 미혼자와 기혼자가 골고루 섞여있는 모습이다. 간혹 미성년자로 보이는 회원들의 활동도 눈에 띄었다. 몇몇 남자들은 날씬한 체형으로 여자와 다름없는 몸매를 뽐내기도 했다.
 
‘여자속옷 입는 남자’ 변태카페 기승
망사 팬티·브래지어 광적으로 집착
 
이들이 여자속옷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직접 구매, 의류수거함, 중고 속옷거래 등이다. 직접 구매는 말 그대로 여자속옷 매장에 들어가서 자신의 몸에 맞는 팬티와 브래지어를 구입하는 것이다. A카페 회원들이 여자속옷을 수집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 다음으로 의류수거함을 꼽을 수 있다. 다소 황당하지만 회원 중 일부는 인적이 드문 시간을 선택해 계획적으로 의류수거함을 뒤진 뒤 여성 속옷만 쏙 골라낸다.
 
중고 속옷 거래도 빼놓을 수 없다. <일요시사>는 앞서 지난해 11월 ‘중고 속옷거래 실태’에 대해 다루면서 중고거래 카페에서 여성이 입었던 속옷을 돈을 주고 구하는 이들의 변태적인 실상을 공개한 바 있다. 지금은 이러한 거래가 더욱 더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중고속옷 거래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A카페 회원 중 일부는 여성의 분비물이 묻어난 팬티를 원한다. 중고속옷 팬티를 입고 ‘인증샷’을 올리면 높은 조회수와 넘치는 댓글을 볼 수 있기에 많은 회원들이 앞 다퉈 중고속옷을 구한다.

변태들의 놀이

생리대도 수집
 
여자속옷 입는 남자들이 모인 카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고속옷거래 관련 글도 판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틱톡 아이디를 알려주면서 접근해 오는 여자회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중고카페에서 중고속옷을 팔다 쫓겨난 이들이 A카페로 모인 모양새다. 전부는 아니지만 A카페 회원 대부분은 여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오로지 속옷수집에 열중하고 있다. 
 
A카페 회원 중 일부는 자신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동성애자들의 모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게시판을 포함한 나머지 게시판 글들은 대부분 영상통화나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자신의 몸매를 증명하는 사진을 미끼로 회원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다.
 
 
여자속옷 입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A카페를 통하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여자속옷에 집착하는 남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용은 이렇다. “저는 여자속옷을 입고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여자속옷이 정말 예뻐 보이더라고요. 쇼핑할 때 여자속옷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곤 합니다.
 
브래지어는 집에서만 착용하고 팬티는 밖에 나갈 때도 착용해요. 저처럼 남자가 여자속옷을 입고 생활하는 게 병일까요? 게이는 아닙니다. 남한테 피해는 안 주면서 살고 있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 글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정신과에 가보길’ ‘변태 같다’ ‘집에서만 착용하면 O.K’ ‘개취(개인의 취향) 존중’ 등이었다.
 
이와 비슷한 고민은 또 있었다. 한 인터넷커뮤니티 고민게시판에는 ‘친누나의 팬티를 입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누나가 빨래통에 팬티를 던져 놓고 나가면 가족들 몰래 팬티를 꺼내 냄새를 맡은 뒤 그대로 제가 입어요. 누나 팬티를 입고 밖에 나간 적도 있어요.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이 짓을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인 것 같아요. 저 혹시 문제 있는 걸까요?”
 
여자속옷을 즐겨 입는 이들은 페티시(Fetish)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페티시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이다. 보통 페티시라고 하면 특정 신체부위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사물도 이에 포함된다. 페티시는 ‘주문이 걸린 것’ ‘숭배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주물숭배인 셈이다. 그래서 페티시를 ‘물신’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러한 페티시가 정신분석학에 와서 신체 일부나 특정한 물건에 성적 애착을 느끼는 일종의 도착현상으로 재해석됐다.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이라는 것이다.

엽기적 페티시
‘의상도착증’
 
페티시는 성별을 가리지 않지만 주로 남성에게 나타난다. 흔히 발, 머리카락, 여자속옷과 스타킹, 신발 등에 집착한다. 개중에는 신체 점, 배설물, 겨드랑이 등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신체적 기형에 흥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페티시는 상대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성적 판타지를 이룰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페티시를 갖고 있는 사람 다수가 가피학성 이상성욕 등의 성도착증을 함께 나타낼 수 있다.
 
 
성도착증은 강력한 성적충동과 더불어 성적 흥분을 얻기 위해 비정상적인 대상이나 방법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성적장애의 일종이다. 대개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며 성도착증의 대표적인 예로는 여자속옷이나 스타킹, 구두, 손수건, 밴드 같은 물건들을 수집하고 이것을 성적 공상이나 자위행위를 하는데 사용하는 ‘여성물건애’,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갑자기 노출시킨 후 자위행위를 통해 성적 극치감을 얻는 ‘노출증’, 노출증과는 반대로 타인의 성행위나 성기를 반복적으로 훔쳐봄으로써 성적만족감을 얻는 ‘관음증’, 사춘기 이전의 소아와 성행위를 갖거나 그런 성적 공상을 함으로써만 성적인 흥분감을 느끼는 ‘소아성애증’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주로 중년 이후의 남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성도착증 중 가능 흔한 유형이다.
 
물 만난 동성애자·트랜스젠더

T팬티 입은 근육질 남자 인기
 
그밖에도 영화나 소설의 주제로 많이 등장하는 성적가학증이나 성적피학증의 경우는 비록 발생빈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난폭한 성폭행이나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사건과 관련되기 쉬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앞서의 A카페 회원들의 행태는 ‘의상도착증’에 해당된다. 의상도착증은 도착의 한 형태로 보통 남성에게서 많이 일어나며 심리적 안정감과 성적 흥분에 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또는 상상 속에서 여자속옷을 입는 행동을 가르킨다. 이들은 여자속옷으로 흥분감을 고조시킨다. 속옷뿐만이 아니라 가발을 포함해 여성의 의상 전부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 중에는 혼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부터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류가 존재한다.
 
남자가 여자의 옷을 입는 것은 다중적 기능을 가진다. 특히 이들이 여자속옷을 입고 자위를 통해 사정을 하는 것은 여성과의 동일시와 거세 불안에 대해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는 동성애나 성전환증 개인들이 단순히 옷을 바꿔 입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주물성애적 성질을 갖는다.

“감싸주는 느낌
밀착감이 좋다”
 

의상도착증 개인이 성 전환증 환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여성이 되고자 하는 환승을 키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속옷을 입는 행동의 성적 측면보다는 여성과 동일시로부터 오는 위안이 더 중요해진다. 이런 남성들은 점점 더 자신들을 성전환증 환자라고 생각하고 성전환 수술을 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살을 택하거나 스스로 페니스를 절단하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여성속옷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면 의학적 위기로 간주된다.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초 인기만점' 복조리 알바의 불편한 진실
 
연초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그중 ‘복조리 알바’를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연말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복조리를 들고 찾아오는 청년들을 마주한 적이 있을 게다. 복조리 알바는 과거부터 있었던 계절알바 중 하나다. 복조리 가격은 개당 5000원 선이며 알바생들은 ‘복’과 ‘기부’를 강조하며 판매를 시도한다.
 
복조리 알바생들은 술집 등이 밀집한 번화가뿐만이 아니라 일반 거주지역 아파트 등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면서까지 판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수능을 마친 학생들과 대학생들이다. 청년들은 “아름다우시네요. 복 하나 받아가세요”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해 복조리를 건넨다. 그리고는 판매수익금은 장애인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한다.
 
연초를 맞아 알바를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면서 복조리 알바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짭짤한 수입이 보장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판매자의 글은 이렇다. 
 
“복조리 판매고요. 일 할 땐 멘트만 잘 날리면 됩니다. 출퇴근은 2주에 한 번씩만 가능해요. 물론 숙식 제공하고요. 월 150만원 기본이고 일을 잘하시면 50만원 정도 추가됩니다. 친구랑 같이 지원해서 오면 10만원이 더 추가되고요. 차량보유자 우대합니다. 관심 있으시면 지역, 나이, 성별, 연락처 남겨주세요.”
 
요약하면, ‘월 150만원 보장’ ‘지역·나이 무관’ ‘숙식제공’ 등 꽤 괜찮은 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일단 복조리를 팔아서 알바생 한 명 당 150을 쥐어준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역과 나이가 무관한 것도 수상하다. 숙식제공은 더더욱 수상하다. 이쯤에서 ‘다단계’가 연상된다. 도대체 복조리 알바의 정체는 무엇일까.
 
복조리 판매 알바 구인 글은 포털 카페, 블로그 및 각종 인터넷커뮤니티 등 넓게 퍼져있다. 최근에는 자극적인 사진 등을 걸어놓고 알바생 모집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안내문의 몇몇 문구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최하 20만원’ ‘3시간에 50개 판매 가능’ ‘다단계 절대 아님’. 돈이 급한 순진한 학생이라면 눈이 휘둥그레 진다.
 
그러나 복조리 알바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복조리 알바의 문제점은 복조리 알바 유경험자의 심경고백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그는 돈을 많이 준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복조리 알바를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단계였다고 말한다. 추가로 사람을 데려와야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복조리 판매 방식은 이렇다. 우선 봉고차에 5∼6명 정도를 태운 뒤 특정 구역에 한명을 내려준다. 이내 다른 구역에도 한명을 내려준다.

자신의 구역에 내린 아이들은 해당구역 일대의 식당이나 호프집, 기타 상가들을 돌아다니면서 복조리와 함께 복권을 한 세트로 1만원에 판매한다. 판매금의 일부는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술에 취한 사람이나, 순진한 사람의 경우 별 거부감 없이 복조리를 구입한다. 드물지만 이런 방식으로 복조리를 많이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당초 제시했던 금액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순진한 10대들을 이런 식으로 모아 제2의 다른 범죄를 벌일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아직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10대들이 숙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알바 선택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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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