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낸 호반건설 먹구름 잔뜩 낀 이유

‘안면몰수’ 돈 앞에 친구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 건설업체 호반건설이 올 상반기 최대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신세계 등 국내 사모펀드들도 참여를 확정 지었지만 호반건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한다면 건설업계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경우 역효과가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주식 5.16%(171만4885주)를 장내매수한 데 이어 사흘 연속으로 지분을 수중에 넣으며 지분율을 6.16%(204만8000주)까지 늘렸다. 그러면서 금호산업 인수합병(M&A)의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줄곧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경영권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었다.

회장님 욕심? 
 
당초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에 대해 단순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간의 친분을 익히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지난 1월 21∼22일 이틀간 총 33만1000주를 장내매도하면서 지분율을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인 4.95%(170만주)까지 낮추면서 인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듯 했다. 이 과정에서 200억원대 차익을 누리고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주일 뒤 상황이 달라졌다. 호반건설은 딜로이트안진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선정하며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했다. 호반건설의 자금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고 인수전 참여 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인수전 참여는 일찌감치 예측됐고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25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항공·물류·관광·운송·식음료 등의 부대수익 사업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호반건설 외 사모투자펀드(PEF)도 대거 참여했다.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금호산업의 채권단 지분 57.5%에 대한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사모펀드로는 IBK투자증권, 케이스톤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 등 4곳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단순 투자라더니…금호산업 인수 나서
‘산 넘어 산’ 잡아도 승자의 저주 우려
 
금호산업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을 업으면 자연스럽게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된다는 얘기다.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던 박 회장이 어떤 전략으로 나설지도 주목된다. 
 
채권단은 4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통상 이 단계에서 매각절차가 일단락된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경우 박 회장이 매각 대상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서 우선협상대상자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박 회장이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은 사라진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와 본격적인 금호산업 매각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금호산업 인수가격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1만2000원이던 금호산업 주가는 채권단의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2만8000원 선까지 뛰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에 3300억원의 사재를 털어서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산업을 되찾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을 ‘백기사’로 호출하거나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이번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6000억원 정도는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주택공급 사업을 통해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 줄줄이 워크아웃과 회생, 부실 등 어려움을 겪은 반면 호반건설은 2010년 이후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은 2013년 기준으로 매출액 1조1935억원, 영업이익 13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호반건설은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대 1조원으로 예상되는 금호산업을 단독 인수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 결과적으로는 많은 걸을 잃는 ‘승자의 저주’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욕으로 내상이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다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자수성가형 경영자다. 김 회장은 자사의 분양현장 이외 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에 가까웠다. 이번 금호산업 인수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한 마디 언급이 없다. 호반그룹 전체 매출은 총 2조5000억원에 달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M&A 현주소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쏟아짐에 따라 ‘제값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졸업을 앞둔 회사는 물론 대기업 그룹의 ‘선택적 집중’전략에 따라 상당수 대기업들이 매각 추진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금호산업을 포함해 동부건설도 매력적인 인수합병 매물로 꼽힌다. 동부건설의 경우 공공공사 수주 능력,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한 물류사업 경험, 센트레빌 브랜드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오릭스가 현대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KDB대우증권의 매각 작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HK저축은행과 KT캐피탈, SC캐피탈 등도 펀드 만기와 기업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 C&M, 대형 유통사인 홈플러스 등도 새로운 주인을 맞을 예정이다. 이처럼 대기업 매물이 인수합병 시장에 줄줄이 쏟아지자 가격 하락은 물론 원활한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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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