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폐기 수사로 본 '정치검찰' 오명 잔혹사

'대통령과 맞장' 패기 어디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록위마. 검찰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 '사초(史草) 폐기' 수사는 삭제돼야 할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해석한 검찰의 '의도된 실수'였다. "야당을 겨냥한 무리한 기소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립성을 잃어버린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의 치부를 파헤쳤던 검찰은 '이명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자초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참여정부 초기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적개심은 TV를 통해 여과 없이 송출됐다. 정권이 바뀌고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되는대로 피의사실을 흘렸다. 언론은 받아 썼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고인을 기리는 노란 물결로 출렁였다.

노무현과 악연
정치검찰 전락

검찰은 김영삼정부가 하나회를 숙청하자 손꼽히는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정치권은 정적을 제거하고자 할 때 검찰을 이용했다. '정치 검찰'이란 표현은 역대 정부마다 예외 없이 등장했다. '정치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관대하고, 지난 권력에 가혹한 검찰을 꼬집는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늘 살아 있는 권력의 시녀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있었던 대선자금 수사는 오히려 살아 있는 권력에 가혹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뚝심 있게 수사를 밀어붙였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은 '국민 검사'란 애칭을 얻었다.

16대 대선자금 수사는 SK 비자금 수사에서 시작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됐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에서 370억원, LG에서 150억원, 현대자동차와 SK에서 각각 100억원씩을 받았다. '4대 기업'의 후원금만 720억원에 이르렀다.


한화, 대한항공, 대우건설, 금호, 롯데(이상 금액순) 등 대기업도 10억∼40억원의 대선자금을 건넸다. 당비 형식으로 모은 13억원의 비자금까지 더하면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은 848억원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캠프가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말은 독이 됐다.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33대)은 퇴임 후 숭실대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보다 더 썼다면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10분의 2∼3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진보에겐 가혹
보수에겐 관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노무현캠프의 대선자금 규모는 113억6200만원이었다. 삼성만 놓고 봤을 때는 10분의 1보다 적었다. 삼성은 30억원을 노무현캠프에 전달했다. SK의 후원금은 10억원으로 정확히 10분의 1이었다. 이외에도 금호, 현대자동차, 롯데, 대한항공(이상 금액순) 모두 한나라당보다 적은 정치후원금을 노무현캠프에 건넸다. 친노무현 그룹으로 알려진 태광실업조차 한나라당에 두 배 더 많은 돈을 후원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에 분개했다고 한다. 수사의 칼날을 현 정권에 들이민 이유다. 송 전 총장은 같은 강연에서 "더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후원금을 건넨) 기업인을 처벌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안 전 대법관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이 아닌가"라고 되받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금과옥조로 지켜온 지금의 검찰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은 최도술씨(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가 부산지역 중소기업들로부터 걷은 3억3700만원을 비롯해 썬앤문그룹, 대아건설, 서해종건이 건넨 대선자금까지 찾아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외압으로 수사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발끈한 안 전 대법관은 "입증된 대로 기소하고 발표했다"며 "검찰이 한나라당 쪽 피의자들보다 노무현캠프 쪽 피의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놓고 조사하는 것을 본 한나라당 쪽 변호인단이 '지독하다'고 얘기할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은 '독립성'의 상징이었다. 2004년 3월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보고 받지 못한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진장조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송 전 총장은 "조사하고 싶으면 나를 조사하라"고 배짱을 부렸다. 송 전 총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정상 퇴임했다.


후임으로 내정된 김종빈 전 검찰총장(34대)은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김 전 총장은 2005년 10월 '6·25는 통일전쟁'이란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다. 하지만 천 전 장관은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전달했다. 김 전 총장은 "구속수사가 옳다"고 고집했다. 결국 김 전 총장은 '자진 사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대선자금 수사'로 노무현과 대립각
'정치 검사' 박근혜정부서 승승장구

정권이 바뀌고 검찰은 이명박정부에 줄을 섰다. 노 전 대통령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이명박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고등검사장 이상의 검찰 고위직으로 임명했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지키는 한편 참여정부에 대한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 주가조작 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수사도 무혐의 종결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은 황당했다. "증거 인멸에 상부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만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판결 받았다. <검사님의 속사정>이란 책을 펴낸 이순혁 기자는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적당히 하라'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명수사 받아
검찰총장 후보로

참여정부 인사들에게는 가혹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팀 소속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며 "전담 인력만 100여명 가까이 됐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눈을 어찌 속일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최종 판결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검찰 수뇌부는 이른바 TK·고대 인맥으로 채워졌다. 수뇌부에 줄을 댄 김광준 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는 수억원대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망가진 검찰은 '벤츠 여검사'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사건 등으로 잇달아 망신당했다.

그렇지만 권력으로부터 이른바 '하명수사를 받은 검사는 인사 때마다 승승장구했다. 미네르바 사건을 지휘한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명박정부 말기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선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지난 6일에는 대검 차장으로 발탁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

MBC <PD수첩> 사건을 수사한 전현준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검찰 내 요직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쳐 이명박정부 말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 났다. 그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복귀했다.

MB정부 들어 참여정부 출신 줄줄이 폭격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주도 채동욱 보복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입었다. 현 정부의 '리지터머시(정통성)'를 건드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39대)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낙마한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시작부터 내부 견제에 직면했다. 수사팀에 속한 일부 검사조차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고 전해진다.

2013년 6월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참여정부 당시 천 전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대학교수 개인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사건은 사안이 가진 무게가 달랐다.


황 장관은 수사 대상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특별수사팀 입장에서 범죄 사실은 명백했다. 채 전 총장은 황 장관과 맞섰다. 참여정부 이래 정치적인 사건에서 소신을 지킨 지휘부는 채 전 총장이 유일했다.

우여곡절 끝에 채 전 총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채 전 총장은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 직후 옷을 벗었다. <조선일보>의 보도 배경에 청와대 차원의 '뒷조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윗선'을 밝히지 못했다. '법률가의 양심'으로 끝까지 수사를 밀어붙인 윤석렬 전 특별수사팀장은 '항명 파동'으로 좌천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1심 판결의 요지는 "정치개입은 했지만 대선개입은 없었다"이다. 판결 직후 '지록위마'란 사자성어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2013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대선 동안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2심은 원 전 원장의 선거법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신상털기'를 당한 채 전 총장은 여전히 은둔 중이다.

굵직한 수사마다
새누리당 면죄부

후임인 김진태 검찰총장(40대)은 이명박정부 때 있었던 정치 검찰의 행로를 답습하고 있다. 정국을 흔들었던 정윤회 국정개입 파문은 대통령이 내린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무리됐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으로 규정됐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런데 이번 '사초 폐기' 사건에서 법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지 않은 문서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여정부 인사인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 6일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는 대통령의 결재를 얻지 않은 청와대 문건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회의록 유출 혐의를 받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상기 의원, 권영세 당시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관련 회의록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자체 규정했다. 참여정부가 당시 국정원에 보관토록 한 '회의록'임에도 같은 문건에 다른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나아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두 비서관에게 지시해 회의록을 일부러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검찰의 미래를 예견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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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