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터질' 5대 대형사건 관전포인트

4·29 보선 앞두고… 국면전환용 특단의 대책 나온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을 비롯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뚜렷하다. 부동산 경기부양, 청와대 인사개편 등 쓸 만한 카드는 다 써봤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반기 정국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두 가지는 현 정권에 유리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두 달도 못가 열린 6·4 지방선거에서 50%가 넘는 국민들은 사실상 현 정권에 힘을 실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섞인 기자회견 직후 동정론으로 바뀌었다. "박근혜를 지켜달라”" 여당의 선거구호에 지지율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로부터 반년여가 흐른 지난 1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았다. 곧 30% 초반의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1주차(2∼6일) 정례 여론조사(RDD,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P)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1.8%로 직전 조사대비 0.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건1]
방산비리 수사

특히 대구·경북(TK),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의 하락세가 뼈아팠다. 지역별로 대구·경북(48.9%→42.3%), 연령별로 50대(43.2%→39.5%)에서 과반수 지지가 붕괴됐고, 60대 이상(56.6%→51.7%)에서도 '턱걸이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새누리당 지지층(71.6%→69.5%)에서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전체 부정평가는 62.3%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강한 부정평가가 41.1%에 달했다.

취임 3년 차에 돌입한 청와대는 위기 상황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당·청 관계는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곧이어 있을 4·29 보궐선거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과로 파생된 선거라 결과에 따라 정권심판론이 대두될 수 있다. 야성이 강한 지역이라 여당에게 유리한 선거흐름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뒤집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뒷짐 지고 있을 정부·여당이 아니다. 국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은 이곳저곳에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비리 수사다.

방산비리 수사는 생각보다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 국방부 등 7개 기관 10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대대적인 내사에 착수해 군 고위급 장성을 겨냥한 첩보 수집을 벌였다.

지난 1일 합수단은 STX그룹으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했다. 합수단은 전직 해군 소장 출신인 함모씨(사망) 등 모두 5명의 장성을 수사 대상에 올려 최고위급 인사인 정 전 총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합수단 안팎에서 들린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방산비리 수사가 어떤 이유로 시작됐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아직 꺼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지난 정권도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인사들이 특정 무기를 구입하게 하는 등 방위사업에 개입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수사의 방향도 그쪽(MB정권)으로 가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감사원은 외곽지원에 나섰다. 지난 4일 황찬현 감사원장은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병행해 고질적인 방산비리에 대해선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은 방산비리특감단을 운영 중이다.

[대형사건2]
자원외교 국정조사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수사 대상에 일부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기업과 군 관계자, 정권 실세로 이어지는 상납구조가 수사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권력형게이트에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방산업 및 기술 분야 세계 7대 수출국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가운데 8조원가량이 투입된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등 정권 말기 추진된 14조원 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은 복마전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방산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을 엮을 수 있다면 그 공은 현 정권에게 넘어온다. 반대로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청와대 입장에선 득 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는 쪽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다. 국정조사 대상에는 야권이 이른바 '5적'으로 명명한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현 정부 각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국정조사의 '목표'를 묻자 "결국은 청문회장에 MB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 전 의원은 현지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출석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의원과 자원개발에 참여한 몇몇 민간기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가 안팎에선 A그룹의 이름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A그룹은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등과 함께 이 전 의원의 남미 순방을 수차례 수행했다.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등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민간기업 가운데는 의도치 않게 자원개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곳도 적지 않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정부 등살에 못 이겨 예정에 없던 자원개발에 참여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부총리는 모두 21개 사업(투자액 약 14조원)을 명목상 총괄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은 2조원을 넘는다. 이때 입은 손실은 공기업의 부채로 남았다. 특히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NARL)에 모두 2조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약 200억원을 주고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금의 99%를 날린 셈이다.

박근혜 지지율 하락 뚜렷
TK·50대·새누리당 이탈
'적신호' 반등카드에 주목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해외순방을 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체결한 MOU 이른바 'VIP 자원외교'가 4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불투명한) 탐사개발은 35건이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국내로 들어온 수익은 0원이었다. VIP자원외교를 포함한 해외자원개발에는 모두 40조원의 세금이 쓰였다.

[대형사건3]
민주노총 총파업

방산비리 수사와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각각 지난 정권에 대한 청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현 정부에 대항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올 4월 전후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비정규직 확대 등 박근혜정부가 풀지 못한 사회적 갈등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빚어진 정통성 문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4월에 이르러 대규모 시위 양상을 띨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4월 총파업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분쇄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목표로 설정하고 동력 모으기에 나섰다.


앞서 정부는 기간제·파견근로 사용기간 2년 연장과 파견 허용업무 확대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그래법'이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사실상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총파업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노 측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가시화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 입장에서 공무원 집단의 이탈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야권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과 정부 증세정책에 등 돌린 시민들이 시위에 가세할 경우 그 파급력은 이명박정부 당시 있었던 '광우병 촛불정국'에 맞먹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형사건4]
북한인권소 설치

박근혜정부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내정하면서 악수를 뒀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의 의혹은 인적쇄신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지지율 회복의 동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외부 동인을 빌려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집권당의 단골 레퍼토리인 '대북 카드'가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제 설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심의가 재개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을 명시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이견을 드러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올 3월이 호재다.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는 일종의 꽃놀이패로 해석된다. 흥분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면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조치로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월의 하이라이트는 유엔(UN)의 서울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이하 북한인권소) 설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여론을 환기했다. 북한인권소는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들어설 북한인권소는 동북아 국가들의 복잡한 외교문제와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적인 여론이 호의적일 경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형사건5]
정윤회문건 후폭풍

청와대가 규정한 '문건 유출' 수사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었던 '십상시'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박근혜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에 대한 의심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에게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 3인방을 지키면서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결과적으로 당·청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무성 수첩' 파문은 당·청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무엇보다 "문건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일부 내용은 사실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문건에 등장한 기업 B사는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현 정권 실세와의 유착설이 돌았던 곳이다. 향후 B사와 관련한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윤회 문건' 파문은 재점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정기관을 장악한 박근혜정부가 이를 놔둘 리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쪽과 가리려는 쪽의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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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