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개발' 옥스필드CC 기업회생 악용 고발

빚잔치 하게 되자 ‘문닫고 배째라’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원제 골프장인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원과의 합의는 없었다. 졸지에 800억원가량의 입회보증금을 날리게 된 회원들은 '옥생회'라는 비상대책기구를 조성하고 집단 대응에 돌입했다. 옥생회 가입 회원은 500명에 달한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한일개발 소유의 옥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회원제, 이하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옥스필드C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옥스필드CC의 회생절차 개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옥스필드CC는 골프장 완공 전 회원권 586여억원어치를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14억원의 누적적자(2009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0년 영업개시 이후 66억여원의 적자를 냈고 2011년 45억여원, 2012년 23억여원, 2013년 37억여원 등 매년 20억~70억 적자를 지속했다. 2013년 기준 옥스필드CC의 누적적자는 311억원이다. 

전체 부채 중
회원권 채무 62%

옥스필드CC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중·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적자는 가중됐다. 강원권 골프장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연 입장객이 18홀 회원권 골프장 평균보다 2만명가량 많았음에도 불구, 코스관리비와 판관비를 과다 지출하고 과도한 차입금과 빈약한 자기자본으로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옥스필드CC는 개장 5년 만에 입회보증금 반환시기가 돌아오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옥스필드CC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향후 절차는 채권자들의 채권 신고가 취합되면 법원에서 임명한 조사위원들이 옥스필드CC를 방문, 회사 측이 제출한 채권금액과 채권자가 제출한 채권금액의 내용이 맞는지 여부와 부실 발생사유 등을 조사한 후에 오는 3월20일 제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확정된 채권금액 조정안과 회사가 제시하는 회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생신청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회사)가 채권자,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일부 부도덕한 회원제 골프장의 사주들은 이를 악용, 회원들의 입회금을 거의 반환하지 않으면서, 파산절차를 통해 사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를 통해 헐값에 인수하면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모 지역에 있는 A골프장이다. A골프장은 회생절차신청 후 골프장을 사주의 관계사인 B사에 26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은 한 푼도 반환되지 않았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오히려 막대한 차익을 남겼을 뿐이다. 이는 회원제 골프업계에서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옥스필드CC 또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인해 한일개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회사 측과 사주에 의한 여러 가지 불법행위와 비리혐의에 관한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업체 한일개발 회원들 몰래 법정관리
입회보증금 반환시기 다가오자 '나몰라라'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다름 아닌 회원들이다. 옥스필드CC도 마찬가지다. 대출기관인 금융기관은 이미 한일개발 소유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했고 한일개발의 주요 재산 또한 이미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는 상태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다르다.

한일개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개시신청서 중 회원권채권 변제안에 따르면 회원권자들이 회원권을 반납하고 퍼블릭으로 전환동의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보유한 채권자에게 2021년 2%, 2022년 2%, 2023년 2%, 2024년에 14%를 상환하여 총 20%의 채권액만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은 한일개발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원 지위를 상실함은 물론, 2021년에 200만원, 2022년에 200만원, 2023년에 200만원, 2024년에 1400만원만을 지급받게 된다. 1억원의 채권을 가진 회원이 10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마저도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옥스필드CC의 재무구조를 보면 부채총액은 1172억원(입회보증금 785억원, 금융권 차입금 387억원)이다. 반면 자본금은 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만5420%에 이른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채권자인 농협과 제1·2저축은행의 신탁자산 담보권 행사다. 공매에 의해 진행되는 신탁재산의 담보권 행사는 회원권채무 승계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높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법원에 의한 강제 파산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법원이 옥스필드CC를 청산하는 게 옥스필드CC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옥생회'가 조성된 이유다.

옥생회는 '옥스필드를 생각하는 회원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옥스필드CC의 회원들 중 대부분인 500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기구로, 옥스필드CC 측의 기업회생신청사건에서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모임이다. 옥스필드CC 회원채권자인 황극성, 이강의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교통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회원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원권 뺏기고
돈도 날리고

이들은 우선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채권금액의 62%를 소유한 회원들이 회생신청에 반대해 골프장을 공매절차로 이끈 뒤, 금융권이 공매절차에 진입하고자 하면 공매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공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생법상 이해관계인인 회원채권자들이 별도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바 회원들의 결집으로 회원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생계획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회원지주제 회원제나 회원지주제 대중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회원부담이 커서 불가피하게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우가 도래하더라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매각방향을 결정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옥생회 측은 "오래 전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 왔던 경영주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금융권에 대항해 조직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회원들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회원 결집"이라며 "전체 채권의 50%, 회원채권자 2/3이상의 의견을 모은다면 회원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의 인가와 실행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생회는 또 "모든 회원권자들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법원에 회원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비록 회원권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더라도 불의에 대항하는 운동이라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옥생회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청화의 신동원 대표변호사는 "회원 개개인을 대신해 회원채권자의 채권신고 및 수정을 진행하고 부실과 부정이 포함되지 않은 회계자료가 제출되어 정확한 조사보고서가 제출될 수 있도록 회생사건의 진행에 조력할 것"이라며 "법인은 법원에 전체회원의 의견을 전달하고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위원, 조사위원과의 면담을 통한 회원권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돈 못 받아도
불의는 못 참아


<일요시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옥스필드CC에 연락을 취했지만 관계자는 "옥생회라는 단체가 조직된 것은 일부 회원들이 골프장으로 관련 건을 문의해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채권 신고 시간으로 별 다른 입장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입회보증금을 둘러싼 회원들과 골프장 운영업체와의 갈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재판부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왔다. 통합도산법은 회원권을 담보권 없는 채권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담보권을 통해 우선순위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먼저 회수하고 남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반면 회원들은 통합도산법과 충돌하는 체육시설법 27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제 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사망, 영업 양도, 합병의 경우 그 상속인, 영업양수인,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은 기존 회원의 권리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골프장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고 회원의 채권을 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은 골프장 운영업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골프클럽Q안성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골프클럽Q안성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통합도산법(기업회생법)을 적용해 회원들에게 입회보증금 원금의 17%만 돌려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10년 뒤까지 20% 돌려주겠다"
채권자 '옥생회' 결성하고 집단대응 예고

옥생회와 법무법인 청화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인원들이 제각각 모여 골프장과 대립하던 것과는 달리 옥스필드CC의 경우 850여명의 회원 중 500명이 규합해 법원도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 이유다.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판단은 향후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은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진 옥스필드CC를 포함해 삼공개발의 신라CC(인가), 동양레저의 파인크리크CC·파인밸리CC(인가), 캐슬파인리조트의 캐슬파인CC(진행 중), 광릉레저개발의 광릉포레스트CC(진행 중), 오션뷰의 오션뷰CC(진행 중) 등 7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20개 회원제 골프장이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자본잠식 골프장은 75개(대중제 포함 174개)다.

입회금 반환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골프장 수는 지난해 51개(2조9525억원), 올해는 57개(3조4598억원)다. 2000년 이후 분양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입회금 반환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회원제 골프장이 죽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 투자비의 95% 정도를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원제 골프장 전체 이용객 중 절반이 회원이고, 회원 10명 중 6명이 입장료를 면제받고 있어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골프회원권값이 폭락하고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이 불가피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48억원이다. 1억∼5억원 이하가 23.7%, 1억원 이하도 9.2%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2621%, 업체당 평균 부채액은 1251억원이다.

옥스필드CC 측
"할 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회원제 골프장의 해결방안으로 대중골프장 전환을 최선책으로, 주주대중제로의 전환을 차선책으로 꼽는다. 자금력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재산세·종부세 등이 낮아지는 등 소비세를 면제받아 평균적으로 입장료 4만~5만원 인하를 통해 이용객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고 회원들을 골프장 운영회사의 주주로 하는 주주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회원들은 입장료 할인과 부팅혜택 등을 포기하는 대신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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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