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개발' 옥스필드CC 기업회생 악용 고발

빚잔치 하게 되자 ‘문닫고 배째라’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원제 골프장인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원과의 합의는 없었다. 졸지에 800억원가량의 입회보증금을 날리게 된 회원들은 '옥생회'라는 비상대책기구를 조성하고 집단 대응에 돌입했다. 옥생회 가입 회원은 500명에 달한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한일개발 소유의 옥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회원제, 이하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옥스필드C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옥스필드CC의 회생절차 개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옥스필드CC는 골프장 완공 전 회원권 586여억원어치를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14억원의 누적적자(2009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0년 영업개시 이후 66억여원의 적자를 냈고 2011년 45억여원, 2012년 23억여원, 2013년 37억여원 등 매년 20억~70억 적자를 지속했다. 2013년 기준 옥스필드CC의 누적적자는 311억원이다. 

전체 부채 중
회원권 채무 62%

옥스필드CC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중·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적자는 가중됐다. 강원권 골프장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연 입장객이 18홀 회원권 골프장 평균보다 2만명가량 많았음에도 불구, 코스관리비와 판관비를 과다 지출하고 과도한 차입금과 빈약한 자기자본으로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옥스필드CC는 개장 5년 만에 입회보증금 반환시기가 돌아오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옥스필드CC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향후 절차는 채권자들의 채권 신고가 취합되면 법원에서 임명한 조사위원들이 옥스필드CC를 방문, 회사 측이 제출한 채권금액과 채권자가 제출한 채권금액의 내용이 맞는지 여부와 부실 발생사유 등을 조사한 후에 오는 3월20일 제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확정된 채권금액 조정안과 회사가 제시하는 회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생신청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회사)가 채권자,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일부 부도덕한 회원제 골프장의 사주들은 이를 악용, 회원들의 입회금을 거의 반환하지 않으면서, 파산절차를 통해 사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를 통해 헐값에 인수하면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모 지역에 있는 A골프장이다. A골프장은 회생절차신청 후 골프장을 사주의 관계사인 B사에 26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은 한 푼도 반환되지 않았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오히려 막대한 차익을 남겼을 뿐이다. 이는 회원제 골프업계에서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옥스필드CC 또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인해 한일개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회사 측과 사주에 의한 여러 가지 불법행위와 비리혐의에 관한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업체 한일개발 회원들 몰래 법정관리
입회보증금 반환시기 다가오자 '나몰라라'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다름 아닌 회원들이다. 옥스필드CC도 마찬가지다. 대출기관인 금융기관은 이미 한일개발 소유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했고 한일개발의 주요 재산 또한 이미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는 상태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다르다.

한일개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개시신청서 중 회원권채권 변제안에 따르면 회원권자들이 회원권을 반납하고 퍼블릭으로 전환동의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보유한 채권자에게 2021년 2%, 2022년 2%, 2023년 2%, 2024년에 14%를 상환하여 총 20%의 채권액만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은 한일개발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원 지위를 상실함은 물론, 2021년에 200만원, 2022년에 200만원, 2023년에 200만원, 2024년에 1400만원만을 지급받게 된다. 1억원의 채권을 가진 회원이 10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마저도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옥스필드CC의 재무구조를 보면 부채총액은 1172억원(입회보증금 785억원, 금융권 차입금 387억원)이다. 반면 자본금은 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만5420%에 이른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채권자인 농협과 제1·2저축은행의 신탁자산 담보권 행사다. 공매에 의해 진행되는 신탁재산의 담보권 행사는 회원권채무 승계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높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법원에 의한 강제 파산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법원이 옥스필드CC를 청산하는 게 옥스필드CC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옥생회'가 조성된 이유다.

옥생회는 '옥스필드를 생각하는 회원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옥스필드CC의 회원들 중 대부분인 500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기구로, 옥스필드CC 측의 기업회생신청사건에서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모임이다. 옥스필드CC 회원채권자인 황극성, 이강의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교통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회원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원권 뺏기고
돈도 날리고

이들은 우선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채권금액의 62%를 소유한 회원들이 회생신청에 반대해 골프장을 공매절차로 이끈 뒤, 금융권이 공매절차에 진입하고자 하면 공매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공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생법상 이해관계인인 회원채권자들이 별도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바 회원들의 결집으로 회원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생계획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회원지주제 회원제나 회원지주제 대중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회원부담이 커서 불가피하게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우가 도래하더라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매각방향을 결정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옥생회 측은 "오래 전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 왔던 경영주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금융권에 대항해 조직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회원들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회원 결집"이라며 "전체 채권의 50%, 회원채권자 2/3이상의 의견을 모은다면 회원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의 인가와 실행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생회는 또 "모든 회원권자들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법원에 회원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비록 회원권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더라도 불의에 대항하는 운동이라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옥생회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청화의 신동원 대표변호사는 "회원 개개인을 대신해 회원채권자의 채권신고 및 수정을 진행하고 부실과 부정이 포함되지 않은 회계자료가 제출되어 정확한 조사보고서가 제출될 수 있도록 회생사건의 진행에 조력할 것"이라며 "법인은 법원에 전체회원의 의견을 전달하고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위원, 조사위원과의 면담을 통한 회원권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돈 못 받아도
불의는 못 참아


<일요시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옥스필드CC에 연락을 취했지만 관계자는 "옥생회라는 단체가 조직된 것은 일부 회원들이 골프장으로 관련 건을 문의해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채권 신고 시간으로 별 다른 입장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입회보증금을 둘러싼 회원들과 골프장 운영업체와의 갈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재판부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왔다. 통합도산법은 회원권을 담보권 없는 채권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담보권을 통해 우선순위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먼저 회수하고 남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반면 회원들은 통합도산법과 충돌하는 체육시설법 27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제 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사망, 영업 양도, 합병의 경우 그 상속인, 영업양수인,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은 기존 회원의 권리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골프장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고 회원의 채권을 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은 골프장 운영업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골프클럽Q안성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골프클럽Q안성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통합도산법(기업회생법)을 적용해 회원들에게 입회보증금 원금의 17%만 돌려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10년 뒤까지 20% 돌려주겠다"
채권자 '옥생회' 결성하고 집단대응 예고

옥생회와 법무법인 청화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인원들이 제각각 모여 골프장과 대립하던 것과는 달리 옥스필드CC의 경우 850여명의 회원 중 500명이 규합해 법원도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 이유다.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판단은 향후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은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진 옥스필드CC를 포함해 삼공개발의 신라CC(인가), 동양레저의 파인크리크CC·파인밸리CC(인가), 캐슬파인리조트의 캐슬파인CC(진행 중), 광릉레저개발의 광릉포레스트CC(진행 중), 오션뷰의 오션뷰CC(진행 중) 등 7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20개 회원제 골프장이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자본잠식 골프장은 75개(대중제 포함 174개)다.

입회금 반환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골프장 수는 지난해 51개(2조9525억원), 올해는 57개(3조4598억원)다. 2000년 이후 분양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입회금 반환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회원제 골프장이 죽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 투자비의 95% 정도를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원제 골프장 전체 이용객 중 절반이 회원이고, 회원 10명 중 6명이 입장료를 면제받고 있어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골프회원권값이 폭락하고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이 불가피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48억원이다. 1억∼5억원 이하가 23.7%, 1억원 이하도 9.2%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2621%, 업체당 평균 부채액은 1251억원이다.

옥스필드CC 측
"할 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회원제 골프장의 해결방안으로 대중골프장 전환을 최선책으로, 주주대중제로의 전환을 차선책으로 꼽는다. 자금력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재산세·종부세 등이 낮아지는 등 소비세를 면제받아 평균적으로 입장료 4만~5만원 인하를 통해 이용객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고 회원들을 골프장 운영회사의 주주로 하는 주주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회원들은 입장료 할인과 부팅혜택 등을 포기하는 대신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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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