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림' 안철수 비밀결사조직 의혹 & 실체 해부

분명 신당 추진 맞는데 “아직은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만든 네트워크 조직 ‘새울림’이 정치권에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새울림은 사실상의 신당창당준비조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새울림에는 안 의원의 최측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울림’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개혁정치의 길을 열어가려는 정치활동가들의 단합을 위한 네트워크 조직이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새울림 서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새울림 경기’는 올해 1월 결성돼 조직정비가 한창이다.

새울림 경기는 네트워크 내일의 기획위원이었던 오창훈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새울림 서울은 이미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발족해 8차례나 정례모임을 가졌지만 언론에는 이 같은 사실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철수의 히든카드?
전당대회 견제

당시만 해도 사적인 모임에 가까웠고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조용하게 모임을 이어오던 새울림이 지난 1월부터 확 달라졌다. 지부별 발족식을 개최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2·8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이라 정치권의 이목은 새울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새울림은 지난달 27일 관악구 평생학습관에서 서울 관악·영등포지부 발족식을 대대적으로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근 탈당설이 제기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야권 재개편 태풍 몰고 올까?
친안계의 마지막 몸부림일까?

천 전 장관은 발족식에서 ‘개혁정치의 미래’라는 내용으로 강연을 하면서 “최근 정치권 안팎에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 새로운 비전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국민과 역사에 대한 의무”라며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울림은 서울·경기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새울림이 사실상 안 의원의 신당창당을 위한 조직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새울림의 대변인 격인 오창훈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를 통해 새울림이 사실상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오 변호사는 “새울림의 명시적인 목적이 창당은 아니지만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신당 창당은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 갈 것이고 아직 명시적으로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선언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음 떠났나?
탈당 준비중?

그런데 새울림 측은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들이 만든 신당창당 준비조직인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와는 선을 그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하고 있는 원탁회의는 이미 17개 시·도 권역별 지역모임을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신당 창당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원탁회의에서 집행위원을 맡고 있던 강연재 전 새정치연합 부대변인과 강동호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등이 갑자기 원탁회의와 결별하고 새울림에 참여했다. 그들이 원탁회의와 결별한 이유는 원탁회의가 너무 성급하게 창당을 준비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안 의원과 거리를 두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탁회의가 한때 안 의원과 한배를 탔었지만 안 의원에게 실망하고 안 의원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새울림은 한때 안 의원과 한배를 탔었고 여전히 안 의원을 지지하며 외곽에서 안 의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안 의원은 측근들이 외곽에서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은 좀처럼 새울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새울림의 오창훈 변호사는 “원탁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은 안 의원과 완전히 선을 그겠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안 의원이 꼭 와야만 움직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안 의원이 온다고 하면 굳이 배제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안계(친안철수)가 원탁회의와 새울림으로 나뉜 것에 대해 내부 알력다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오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원탁회의와의 연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외곽에서 신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과의 연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무섭게 세를 불려나가고 있지만 새울림이 중도·진보를 표방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모임은 지나치게 좌클릭 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를 앞두고 서로 연대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연대한다 해도 정책적인 이견 차가 너무 커 불협화음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안 의원과 선을 그을래야 그을 수 없는 최측근들이다. 새울림 서울 이계안 대표는 정치권에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안철수신당의 서울시장후보로까지 거론됐었던 인물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 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이계안 대표를 공천하기 위해 물밑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민주당 세력의 거센 반발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계안 대표는 아직 새정치연합 탈당 선언도 하지 않았다.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안 의원의 최측근이 외곽에서 사실상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계안 대표와 안 의원을 싸잡아 성토하는 분위기다.

또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동호 전 내일 기획위원, 오창훈 변호사,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대선비망록인 <안철수는 왜?>라는 책을 출간해 정치권을 뒤흔들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당권 출사표를 던진 문재인 의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책에는 안 의원이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거나 “나를 지지한 사람들이 문재인을 지지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문재인 측에서는 이것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다”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친노와 선긋기
미묘한 파장

심지어 저자들은 책에서 “민주당에서 처음에는 ‘안철수가 사퇴할 거다’라는 설을 퍼뜨리더니 안 먹히니까 ‘현재대통령은 문재인, 미래대통령은 안철수’라는 설을 퍼뜨렸다”며 일종의 민주당 대선 공작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자신과 논의하고 출간한 책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문 의원의 당대표 행보를 견제하고자 책 출간을 허락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책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크다. 따라서 다가오는 2·8전당대회에서 친노계가 승리한다면 새울림의 창당 작업도 더욱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새울림에는 벌써 1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국 조직화에 나서게 되면 새울림에 참여하게 되는 인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죽어도 친노와는 상종 못한다
사실상 신당 창당 준비 '시끌'

새울림은 전국조직화와 함께 앞으로 김부겸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오거돈 전 장관, 박영선 의원 등을 강연 형식으로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정치권에서 탈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라 눈길을 끈다.

오거돈 전 장관은 부산시장선거 당시 무소속을 고집했고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직접적으로 탈당가능성을 거론했다.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새울림 출범에 대해 한 언론인터뷰에서 “안 의원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내부의 자극을 위해서라도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안 의원도 새울림의) 움직임을 다 알고 있고 향후 워크샵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그저 안 의원의 이름을 팔아 외부에서 세력화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이 안 의원과 너무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안 의원의 사조직 격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신당 창당?
당내 조직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게 되고 공천과정에서 전횡을 하게 되면 안철수 사람들은 총선에서 몰살당할 우려가 있다. 그때 가서 친노에게 속았다며 당을 뛰쳐나와 신당을 준비한다고 해도 늦는다”며 “새울림을 통해 외곽에서 은밀히 세력을 모으다가 전당대회 결과와 총선 공천 과정을 지켜보고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고 당에 계속 남을 생각이라면 이들을 입당시켜 당내 조직화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 의원의 비밀 하부조직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의 측근들이 만든 새울림은 향후 정치권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까? 정치권이 새울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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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