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화 한계 넘은 동양화가 차영규

자연 벗삼아…"생명을 그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동양화가 차영규는 한국화의 한계를 넘어 현대미술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전통 채색화를 바탕으로 화려한 색상과 신비로운 조형성을 더한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인의 귀감이 됐다. 한지로 빚어낸 보석 같은 아름다움은 그가 꿈꿨던 '자연'을 닮았다.

"꽃이 좋아 꽃을 따라, 냇물이 좋아 시냇물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왔습니다. 산이 좋아 산을 바라보면서 산촌으로 들어왔습니다. 해맑은 자연의 품이 좋아 별을 따라 은하수가 펼쳐진 장작골에 들어왔습니다. 나의 작업도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파 한지 속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한지로 작업

'한국화의 장인'으로 알려진 차영규 작가가 지난달 28일부터 갤러리그림손에서 '자연을 벗삼아'란 전시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닥나무를 직접 갈아 만든 한지 위에 담아 낸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을 향한 예술가의 끝없는 동경. 도시를 떠나 강원도 강릉 어느 산골마을에서 그려낸 색색의 생명들은 밤하늘을 수놓은 우주만상의 황홀함을 드러냈다.

차 작가는 동양화가 지닌 특유의 깊이감과 색채, 섬세한 필치, 몽환적 화면 등을 구현해 온 중견작가다. 전통 진채화에 대한 내공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1960년대부터 그림을 그려왔으니 화가 경력만 해도 50년이 넘는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황조근정훈장도 받았다. 훌륭한 경력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그림을 향한 위대한 노력이다.

차 작가는 작업에 필요한 한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제작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한지에 스민 물기는 자연을 닮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빨강·파랑·노랑 등 그가 사용하는 원색은 질리지 않는 충만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때론 평면으로 때론 입체로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소개하는 듯하다.


화가 경력 50년…전통 채색화로 귀감
화려한 색상 섬세한 필치 몽환적 화면

차 작가는 산천에 피어나는 색색의 생명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크건 작건 생명이 태동하는 땅 위에 있는 형상들은 이상적인 형태로 그림에 표현됐다. 차 작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꿈꿔왔다. 지난 2000년 자신이 쓴 작가노트에는 "작업은 삶의 일부다"라고 쓰여 있다. 아름다운 것을 그리려 노력한 시기, 유토피아는 항상 먼발치에서 아른거렸다.

그렇지만 차 작가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밝은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작업과 삶,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지금의 차 작가는 행복하다. 그는 "소박하게 자연 속에서 숨 쉴 수 있고, 그릴 수 있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에 오직 감사할 뿐이지요"라고 적었다.

차 작가 그림의 주된 특징은 한지의 형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한지는 인간이 사용해 온 가장 고전적인 표현재료 가운데 하나다. 차 작가는 단순히 한지를 재료로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닥나무를 직접 갈아서 종이죽으로 만들고 그것을 손으로 빚어서 형상을 만들거나 형틀로 주조한 후 서서히 건조하고 채색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모나지 않고 구불거리는 선과 겹겹으로 이어진 조형, 오랜 기다림에서 우러나온 색감이 어울린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유려함은 여유의 미학으로 발전한다.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채 손 끝에서 한지로 피어나는 삼라만상을 그린다. 이는 차 작가가 생각한 자연과의 교감을 가장 완전하게 담아낸 방식일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

차 작가에게 작업은 단순히 형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 그는 한지를 통해 자신이 느낀 자연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자연은 사슴과 꽃, 바다와 태양으로 변해 청아하고 맑은 기운을 생동케 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그림을 보는 관객도 어느덧 낙원 앞에 와 있다.

 


<angeli@ilyosisa.co.kr>

 

[차영규 작가는?]

▲홍익대 미술학부 동양화과 졸업 및 경희대 교육대학원 졸업
▲갤러리그림손, 금호미술관, 조선화랑, 파리 이집트문화원(프랑스), 공아트스페이스 등 개인전 15회(1976∼2015)
▲현대미술전(예술의전당) 수교기념전(가나·미얀마·방글라데시·케냐) 현대한국화 정립전(서울시립미술관 등) 기타 초대전 출품(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스페인 마드리드) 등 그룹전 및 초대전 500여회(1964∼2015)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금호미술관, KT, 서울지하철6호선 연신내역 벽화, 주가나 한국대사관 등 작품소장
▲강릉원주대 예술체육대학 학장 및 시립강릉미술관 관장 역임
▲대한민국미술대전, 경인미술대전, MBC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등 심사위원 역임
▲현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및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학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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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