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성접대’ 제의 같은 어두운 이면이 많다는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조사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4월27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2월 여성연기자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2%가 사회 유력인사나 방송관계자에 대한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여성연기자 10명 중 6명꼴로 성접대를 해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여자연기자 설문…60% “성접대 제의 받아”
‘성상납’ 거부 땐 캐스팅 등 불이익 48%
연기자의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고, 몸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는 등의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연기자도 58.3%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하는 표본을 추출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음에도 국가 기관이 여성연예인의 인권침해 실태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처음 조사해 공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부분적으로 비쳤던 ‘연예계의 속살’을 상당 부분 객관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연기자 111명과 지망생 약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심층면접해 조사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성적 피해가 컸다.
다이어트·성형 권유 예사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등의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거나(21.5%), 성폭행 등 명백한 법적 처벌 행위가 되는 범죄 피해를 받은 경험(6.5%)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인 피해 증언도 확보됐다. 20대 중반의 한 여성 연기자는 “기획사 대표가 세상과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 모텔로 끌고 갔어요. 옷을 실컷 사주고 저를 집에다 데려다 주는 줄 알았는데 모텔로 데려가더라고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이라고 말했다.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한 연기자중 48.4%는 제의를 거부하고 나서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 등 연예활동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등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를 받은 경험도 많았다. 다이어트 권유는 연기자가 72.3%, 지망생이 54.6% 받았으며, 성형수술 권유는 지망생이 58.7%로 연기자(55.6%)보다 더 많았다.
또 모든 활동에 대한 일방적 승인과 지시, 일거수일투족 감시·통제와 같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 등 경험은 대부분 연예인이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연예계 스폰서의 심각성도 재확인됐다. 연기자의 55% 이상이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심층면접을 통해 드러난 사례들은 충격적이었다.
어렵게 연예인이 됐다하더라도 좋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솔직한 답변이다. 때문에 몇몇 기획사들은 스폰서를 확보하고 소속 연예인과 사업체의 안위를 책임져줄 인사들에게 소속연예인에게 스폰서를 강요한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나돌고 있다. 연예인 스폰서 일을 한다는 한 관계자는 “스폰서를 가장한 섹스 커넥션이 적지 않다”며 “스폰서를 둔 연예인들을 물어보는 것보다 스폰서 없는 연예인들 답변이 더 빠르고 간단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신인 여자연예인을 한 재력가와 연결시켜주고 10%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고백했다. 이는 전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을 설득한 뒤 ‘스폰’을 해줄 물주를 찾아 나서는데 당사자가 오케이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 게 이곳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이에 인기연예인을 꿈꾸는 당사자는 군말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스폰서로 받은 비용의 절반은 소속사 운영비, 아니 신인의 홍보비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연예가에 종사한 일부 관계자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폰서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무던히 강조,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엿보게 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충격적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유명연예인보다 신인과 지망생들이 스폰서 제의에 빠지기 쉽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수밖에 없다. 연예계 생활을 길게 본다면 이 같은 유혹은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스폰서를 연결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표 주자’는 강남 룸살롱이나 유명 바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하룻밤 술값으로 수백 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룸살롱 등에는 정, 재계 거물부터 돈이 넘치는 졸부들까지 두루 드나든다. 손님들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포주들은 단골 손님을 중심으로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매니저 A씨는 “매니저가 스폰서를 연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연예인과 직접 거래한다. 통상 스폰서에게 받은 금액의 10%를 주선자가 챙긴다. ‘부가세를 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금융주치의’라는 별명을 가진 일부 프라이빗 뱅커들도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고객들의 은행 거래를 직접 주관하는 터라 재산 규모를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예인이 원하는 금액을 지불할 능력을 갖춘 스폰서를 절묘하게 찾아낸다.
이들은 통상 ‘소개팅’을 미끼로 연예인을 소개시켜준다. ‘스폰서’를 ‘소개팅’으로 포장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 성공 혹은 돈을 담보로 한 섹스 혹은 은밀한 만남이 목적이다.
‘스폰서’ 은밀하고 교묘하게
중개인의 역할을 자처하는 기업관계자도 있다. 이들은 CF와 연계돼 다수의 연예인 혹은 연예 관계자들과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롭게 CF 모델로 발탁되기 위해, 혹은 전속 모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만남을 원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런 만남이 장기 스폰서로 연결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 연예인의 경우 CF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 고위급의 골프 회동에 오곤 한다. 거의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기쁨조’ 역할을 한다. 이 연예인이 고위급과 잠자리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해당 제품의 CF 모델 자리를 유지하는 걸 보면 그에 걸맞은 대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