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⑨홍달수 성림교회 장로

돈 없는 체납왕 교회선 전도왕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무려 40조원에 달했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9화는 71억3800만원을 체납한 홍달수 성림교회 장로다.

홍달수 성림교회 장로는 2011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6억59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홍 장로는 2009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모두 4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누적된 체납액은 64억7900만원이다.

71억원 체납

서울시는 2014년 공개한 체납자 명단에서 홍 장로의 나이를 77살로 기재했다. 반면 국세청은 자체 전산에서 홍 장로의 나이를 76살로 표기했다. 어디 쪽의 자료가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시가 작성한 명단의 정확성이 더 높다.

국세청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명단을 전산에 올리면 수치를 수정하거나 체납자를 취합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는 변동된 체납액, 체납자의 나이·주소 등을 수정해 1년마다 공개하고 있다. '명단 공개의 취지를 봤을 때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국세청에 물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할 뿐"이라고 답했다. 정확도를 높일 의사는 없어보였다.

실제로 지난 7화에서 다룬 전길동씨(아한실업)의 나이는 국세청 명단과 서울시 명단에서 무려 7살이나 차이를 보였다. 등록 주소지도 서울 서초구와 경기 성남시로 달랐다. 6화의 주인공인 김태형씨(해동갤러리)도 마찬가지였다. 주소지와 나이가 다르게 적혀 있었다. 2화에서 취재했던 설원식씨의 경우는 대한방직 명예회장이란 직책이 빠져 있었다. 국세청은 "체납 사유가 기업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홍 장로의 직업란에는 유일주택이 쓰여 있었다. 업종은 부동산이다. 홍 장로는 과거 한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댔다가 체납자 신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장로의 주소지로 등록된 서울 성동구 일대를 뒤졌다. 홍 장로의 집은 하왕십리동 금호베스트빌 단지에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하는 부동산 실거래가를 보면 금호베스트빌은 전용면적 59.79∼84.97㎡ 아파트 1채가 2억9000만∼3억75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홍 장로 혹은 부인 소유의 아파트라면 이미 압류가 들어가 있을 터였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홍 장로와 두 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그는 지난해 있었던 첫 번째 통화(11월25일)에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 팔리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홍 장로는 이른바 '거물'로 부르기 어려운 체납자다. 그런데 전체 체납액은 71억3800만원으로 체납액 기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홍 장로는 "주택 개발 사업에 명의를 빌려줬다가 체납자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은 회장인 김광진씨가 4000억원대 배임과 1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 당시 김씨는 차명 차주 및 법인에 1100억원대 대출을 해준 뒤 이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담보를 받지 않거나 미분양 주택·상가를 담보로 부실대출을 해줘 계열 은행에 44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았다.

서울시 6억6000만원·국세청 64억8000만원
스위스저축은행 부실 과정서 피해 황당 주장

홍 장로는 관련 주택대출에 명의만 빌려줬을 뿐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전문제가 생기자 사업자들은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해외로 도피했다고 주장했다. 홍 장로는 "주택사업을 주도했던 기업인 가운데 외국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 장로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부실대출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홍 장로는 이 같은 사정을 과세당국에 뒤늦게 알렸다고 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예금, 보험, 연금까지 모두 압류됐는데 수입도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홍 장로는 '자녀들이 도움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답했다.


두 달이 흐른 1월20일 홍 장로는 기자와의 두 번째 통화에서 "스위스저축은행 재판(현재 1심)이 끝나면 체납액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니 남아 있는 어떤 채무도 없었고, 지금으로선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홍 장로는 지난 통화와 달리 "자녀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보증인의 도움으로 지금은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 연결 당시 홍 장로는 경기 수원에서 열린 한 기독교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홍 장로는 지난해 여름 남양주에서 열린 교회수련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 형태로 공동개최한 수련회에서 홍 장로는 자신의 신앙을 간증했다.

홍 장로는 서울에 있는 성림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공식직함은 원로장로다. 지난해 성림교회가 제작한 소식지를 보면 감사헌금을 낸 것으로 돼 있다. 세금을 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노회가 펴낸 책자(2013년 26호)에서도 홍 장로가 등장한다. 홍 장로는 교회 안팎에서 '전도왕'으로 통했다.

홍 장로는 20대의 많은 시간을 중동에서 보냈다. 현지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에 눈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성림교회와의 의리도 지켰다. 1985년부터 올해로 정확히 30년째 교회를 다니고 있다.

기자는 홍 장로에게 '장로가 되려면 헌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일부 대형교회에선 집사·권사·장로 등 직급별로 안수헌금을 내는 일이 관습화돼있다. 그러나 홍 장로는 "헌금을 내서 장로가 된 것이 아니라 교회가 부탁해서 자리를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석연찮은 이유

교회 소식지에 따르면 홍 장로는 7년 전 중병을 앓은 병력이 있다. 하지만 홍 장로는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꿋꿋하게 전도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홍 장로의 말을 믿는다면 그는 의도치 않은 실수로 세무당국의 표적이 됐다. 서울시38세금징수과는 그의 자택을 불시에 수색했다. '억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홍 장로는 '허허'거리고 웃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세청 '구멍 징세' 실태

국세청이 사망한 사람들에게 국세를 잘못 부과한 탓에 13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이 체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국세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12건의 감사결과를 조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생존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사망 사실을 알면서도 2000년 이후 1940명의 사망자에게 812억여원(3616건)의 세금을 잘못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에게 부과돼 체납된 세금은 가산금까지 포함하면 1298억여원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884명은 1000만원 이상의 상속재산이 있었지만 국세청은 상속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국세청은 또 지난 2013년 8월 세금 불성실 신고자 1487명을 대상으로 '주식 변칙증여 기획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30명이 5억95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기획점검을 종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국세청은 5000만원 이상을 체납하고도 해외에서 5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가 있는 고액체납자 11명에 대해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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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