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자꾸 손벌리는 부영, 왜?

돈 없어 빌리면서 ‘펑펑’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저럴 때가 아닌데…”
 
부영그룹을 두고 재계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다. 불황을 맞아 대부분의 기업이 금고를 닫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런데 부영그룹에겐 딴 나라 얘기다.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은데 말이다.

부영그룹이 사회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100억원 가량 들어간 연세대학교 우정원을 신축해 기증하는 등 지금까지 인재양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100여곳에 달하는 교육시설을 건립해 기증했다.
 
“저럴 때 아닌데”
 
또 수십개 학교에 수억원씩 발전기금을 쾌척하는가 하면 불우 청소년과 유학생들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해외에도 학교를 무상으로 지어주고 있다. 교육시설 뿐만 아니라 노인회관과 보건소, 마을회관 등 비교육시설로도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최근엔 무려 700억원을 투입, 충주에 전국 최초로 노인 전문 교육원을 건립해 국가에 기부하기로 했다. 교육원 건립은 이중근 회장이 대한노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어 부영 측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건립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추진됐다.
 

이중근 회장은 직접 앞장서 각종 지원사업을 챙기고 있다. 저서를 정부기관, 대학 등에 무료로 기증하고 있는 이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대기업 오너로 귀감이 되고 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 이하 직원 연봉을 직급에 따라 15∼30% 인상한 것. 이에 따라 부영그룹 대졸 평균초봉이 3200만원에서 4200만원대로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부영 측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경영 마인드를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너일가는 ‘배당 잔치’를 벌였다. 이 회장은 2013년 대화도시가스(104억원)을 비롯해 부영(92억원), 광영토건(92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 등에서 배당금을 챙겼다. 이중 광영토건과 대화도시가스, 부영대부파이낸스의 배당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광영토건은 순이익의 1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했다. 대화도시가스, 부영대부파이낸스도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부영그룹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사회공헌과 직원들 복지에 돈을 쓰는 것은 물론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문제는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통큰기부·연봉인상·배당잔치에 의문부호
운영자금 없어 잇달아 계열사서 자금 차입 
 
그의 말대로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부영은 당장 돈이 없어 보인다. 계열사에 자꾸 손을 벌리는 처지다. 부영의 사회공헌과 직원들 연봉 인상, 오너일가 배당잔치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일단 외형적인 모습만 보면 자금력은 충분해 보인다. 1983년 창립한 부영그룹은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을 주력으로 재계 순위 21위(공기업 제외)에 올라있다. 2013년 말 기준 총자산은 10조원에 달한다. 
 
 
임대주택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건설사와 달리 안전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들의 선전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 주력사인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을 제외하면 그리 눈에 띄는 계열사가 없을 정도다.
부영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돈을 펑펑 쓰는데 의문을 거둘 수 없다. 부영은 운영자금이 없어 부영주택과 동광주택 등 계열사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형편이다. 예전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돈을 빌려줬지만 최근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영은 계열사인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으로부터 만기연장을 포함해 10차례나 운영자금 용도로 차입했다. 부영주택은 ▲4월17일 100억원 ▲7월16일 60억원 ▲8월18일 62억원 ▲12월29일 200억원을 부영에 빌려줬다.
 
또 ▲4월17일 86억원 ▲4월30일 57억원 ▲5월30일 65억원 ▲12월5일 61억원의 채무를 만기연장 해줬다. 4월17일 86억원의 만기연장과 100억원의 자금차입이 동시에 이뤄지기도 했다. 동광주택은 11월17일과 12월16일 각각 65억원을 부영에 꿔줬다.
 
이렇게 지난해에만 부영이 차입(만기연장 포함)한 금액은 모두 822억원에 달한다. 부영은 지난해 말 기준 부영주택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총 828억원에 이른다. 동광주택에선 370억원을 빌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계열사끼리 자금거래를 많이 한다”며 “하지만 부영의 케이스는 이례적이다.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는 일은 많아도 지주회사가 돈을 빌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부영은 보유자산이 워낙 많아 차입금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랫돌 빼 윗돌 괴
 
불황을 맞아 대부분의 기업이 금고를 닫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런데 부영그룹에겐 딴 나라 얘기다. 펑펑 쓰고 있다. 자사 쓸 돈도 없는데 말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영그룹 직원 보니…
 
30대 그룹 가운데 부영그룹이 고용기여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말 자산규모 기준(공기업 제외) 30대 그룹 종업원 수는 128만2285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청 산정 전체 취업자 수의 5.14%다. 30대 그룹의 종업원 수는 ▲2011년 말 115만7384명(4.77%) ▲2012년 말 122만3655명(4.96%) ▲2013년 말 128만2285명(5.14%) 등으로 증가 추세다.
 
고용기여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그룹이었다. 취업자 100명 중 1명은 삼성그룹에 다니는 직원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종업원 수가 26만2865명으로 비중이 1.05%였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15만4695명(0.62%) ▲LG그룹 14만2761명(0.57%) ▲롯데그룹 9만987명(0.36%) ▲SK그룹 7만9260명(0.32%) ▲KT 6만6584명(0.27%) 등 순으로 많았다.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곳은 부영그룹으로, 종업원이 1499명에 비중은 0.01%에 불과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고용인이 1만명 미만인 곳은 미래에셋그룹(3888명), 동국제강그룹(5270명), 영풍그룹(5267명), OCI그룹(6822명), 현대그룹(8561명) 등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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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