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세계가 주목하는 사진작가 남현범

거리를 찍으면 패션이 된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가 주목하는 스트리트패션 사진작가 남현범씨의 'Unique Street'전이 오는 2월24일까지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남 작가는 우리나라 스트리트패션 사진가 1세대로 유명 패션지인 <GQ> <마리끌레르> <에스콰이어>와 함께 프라다·팬디 등의 광고사진을 촬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정형화된 패션사진이 범람하던 시기 남 작가는 자신만의 사진으로 승부해 세계 최정상급 포토그래퍼로 도약했다.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은 2015년 첫 전시로 사진작가 남현범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1세대 스트리트패션 사진가인 남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엄선된 패션사진을 포함해 패션위크의 열기를 담은 작품 100여점을 관객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1세대

남 작가의 사진에는 패션이 있고 상황이 있으며 이야기가 있다. 그에겐 패션을 읽을 줄 아는 안목과 대도시의 독특한 에너지를 포착할 줄 아는 감각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남 작가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꼽힌다. 그와 작업한 모델들은 훤칠한 한국인의 유머러스함과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한다. 아름다운 결과물은 덤이다.

유명 패션지 <ELLE-France>는 남 작가에 대해 "남현범은 거리에서 패션을 포착해냄과 동시에 생동감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독특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또 <Vogue-Japan>은 "스트리트패션 사진을 아트적인 감성으로 표현하는 이 시대 최고의 포토그래퍼"라고 극찬했다.

남 작가의 작품들은 그가 세계를 누비며 만난 사람들을 기록해낸 결과물이다. 남 작가는 1년에 7∼8개월을 런던·파리·뉴욕 등 해외에서 지낸다. 참가하는 패션위크만 어림잡아 20개가 넘는다. 남 작가는 "북적이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와 엉뚱한 상황들. 나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데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멋지게 차려입은 셀러브리티를 중심으로 그와 상반되는 관객 또는 여행자들이 한 화면에 담긴다.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한 유명인과 그 유명인을 바라보는 팬들, 우아한 포즈를 잡고 있는 모델과 그 모델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감각적으로 대비된다.

에비뉴엘 아트홀서 'Unique Street'
각국 돌며 유명 패션잡지들과 협업

때론 폭설이 내리는 차가운 이미지가 군중이 운집한 뜨거운 이미지와 교차된다.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은 각 인물들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작가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우연의 순간을 역동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담아냈다. 과장이나 꾸밈없는 사진들은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남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세종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서 늙어가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마음은 패션에 있었다. 2010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스트리트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사진을 올렸다.

남 작가의 블로그는 일일 방문자가 3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사진을 본 해외 패션잡지들은 앞 다퉈 계약제의를 했다. 그가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이 아니다. 유투브의 인기로 빌보드에 진입한 가수 싸이처럼 남 작가의 블로그는 자생적 세계 진출의 발판이 됐다.

세계로 진출

남 작가는 자신의 사진집 <패션위크>를 출간하면서 "당시 대부분의 매체는 내 엉뚱한 사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기존에 나온 사진들은 '패션피플'로 포커스가 집중됐다.


남 작가의 생각은  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패션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업계 종사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패션을 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화려한 조명의 런웨이를 벗어나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여러 상황을 프레임에 넣어 시선을 분산시켰다. 결과적으로 남 작가의 선택은 적중했다.

 

<angeli@ilyosisa.co.kr>

 

[남현범 작가는?]

남현범 작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했지만 패션과 사진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를 그만두고 2010년 밀라노 패션위크에 나가 스트리트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이 촬영한 스트리트 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사진을 보고 계약을 요청한 업체는 프랑스 <VOGUE>와 미국 <STYLE.COM>이었다. 이후 <ELLE> <Bazar> <MarieClaire> <GQ> 등 국내외 잡지와 웹사이트에 사진을 실었다.

PRADA, miu miu, Fendi, TOD’S, H&M, Topshop 등 다양한 해외 패션브랜드와 광고촬영 및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Onstyle <남작가의 헬로페피> <도전 슈퍼모델>,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등에 출연했다. 개인 전시로는 Street fashion exhibition by Tod’s(2012), Photography Canon(2013) 등이 있고, 사진집 <STREET FSN> <FASHION WEEK>를 출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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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