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필요한 건선 질환, 왜?

원인 불명 건선 꾸준하게 치료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건선’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인원은 2009년 15만5995명에서 2013년 16만3707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증가하였다. 2013년 기준으로 남성이 전체 진료인원의 57.7%(9만4478명)으로 여성보다 1.3배 더 많으며, 최근 5년간 진료인원의 연평균 증가율 또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더 높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으로 발병 추정
기후, 과도한 각질제거, 피부 건조 증상 악화

월별 건강보험 진료인원 변화를 살펴보면,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5월에 가장 많고 9월에 가장 적었으며, 진료인원 수가 가장 많은 달이 4만825명으로 가장 적은 달(3만2721명)에 비해 1.2배 더 많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후 중·장년층이 전체 진료인원의 절반 이상으로 2009년에는 57.7%, 2013년에는 58.8%를 차지했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20세 이상 성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히 증가하는 환자

연도별 인구 10만명당 건강보험 진료인원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진료인원 수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최근 5년 새 20대 이하는 감소한 반면, 30대 이후 대부분의 연령대에서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20대까지는 성별에 따른 증감률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60대의 경우 남성은 2009년에 비해 2013년 약 13% 감소한 반면 여성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건선으로 인한 진료인원 수는 남성이 371명으로 여성보다 1.3배 더 많으며, 이러한 성별의 차이는 40대 이후 나타나기 시작하여 70대 이후 노년층에서 남성이 여성의 2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경향에 대해서 조남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대의 최초 발병률이 가장 높으며, 완치가 어렵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피부질환이기 때문에 연령의 증가와 더불어 환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고 하였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대체로 성별에 따른 유병률 차이는 없으나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발병률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남준 교수는 “건선은 일조량과 습도의 영향으로 주로 겨울에 악화되고 여름에 호전되는 경향이 있지만 약 5% 정도는 자외선에 의해 악화되는 광과민건선인 경우라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3월부터 5월까지 월별 진료인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계절에 따라 질환의 경중이 달라지기보다는 피부 노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기후(일조량이 적고 건조한 겨울), 때밀기 등 과도한 각질 제거 및 피부 건조는 그 자체로 건선을 일으킨다고 볼 수는 없으나 건선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대한건선학회는 건선 환자는 피부를 세게 문지르거나 긁어서 자극을 주거나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고, 몸을 조이는 옷은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에 비해 계절 변화에 따른 피부 기능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보습제를 사용하며,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흡연과 음주를 삼가는 것이 증상의 악화와 재발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하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건선’ 진료에 지출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9년 279억9000여만원에서 2013년 344억6000여만원으로 23.1%(연평균 5.4%) 증가하였다.
진료형태별로 살펴보면 2013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51.8%를 외래 진료비가 차지했고 약제비(47.4%), 입원 진료비(0.8%)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전연도와 달리 최근 외래 진료비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내 치료 증가


최근 5년 새 약제비가 2009년 151억3000여만원에서 20 13년 163억4000여만원으로 8.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외래진료비는 126억8000여만원에서 178억4000여만원으로 40.7% 증가하였고 입원진료비는 59.5%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경향에 대해서 조 교수는 “건선은 대부분의 경우 연고를 사용한 국소치료를 시행하기 때문에 약제비의 비중이 높고, 입원치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이 늘면서 병원 내 치료가 증가함에 따라 입원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또 ‘건선’ 질환의 증상, 원인 및 치료와 관리요령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건선은 초기에 팔꿈치, 무릎 등 접히는 부위와 엉덩이 등에 홍반, 비늘 및 피부가 두꺼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대칭으로 나타나고 경계가 분명한 특징이 있다.
임상적 양상과 치료에 대한 반응은 환자마다 다양하나, 환자의 50~70%에서는 가려움이 동반되고 30~50%에서는 손·발톱에서도 건선에 따른 변화가 나타난다.
건선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건선의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환경적 인자의 반복적인 자극으로 피부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어 피부각질형성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T세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와 함께 여러 면역물질이 생성되어 각질형성세포 분화 이상 및 증식, 혈관 형성, 염증세포 침윤 등으로 인해 건선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이 건선이 발생할 확률이 일란성 쌍둥이에서 60%, 이란성 쌍둥이에서 20%에 달하는 등 가족력이 나타나나 그 외 유전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질환의 발병과 경과에 영향을 미친다. 피부 외상, 춥고 건조한 기후, 일조량 부족, 감기 등 연쇄상구균 감염, 특정 약물 복용, 흡연, 음주 및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염되는 질환은 아니다.
건선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100% 예방하거나 완치하기는 어려우므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증상을 조절하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선의 치료 목표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병변이 완전히 소실되거나 현저히 호전되도록 하고 장기간 재발을 억제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좋은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쓰이고 있는데 크게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 광선을 쪼이는 광치료, 약을 먹는 전신치료 등이 있다. 이 중 1가지만 사용하는 단독치료,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가지 이상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치료, 여러 가지 치료법의 조합을 순서를 정해서 차례로 바꾸어 사용하는 순차치료 등이 있고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를 쓰기도 한다.

증상을 조절하는 질환

치료방법은 건선의 심한 정도, 활성도, 병변의 형태와 상태, 발생부위에 따라 선택하게 되며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치료 접근 가능성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경증인 경우는 국소치료, 중등증인 경우는 국소치료와 광치료, 중증인 경우는 국소치료와 광치료, 전신치료를 모두 시행하고 이들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치료에 부작용이 수반되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건선학회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의를 정하여 꾸준히 한곳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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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