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기업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

톱스타 골퍼는 ‘움직이는 광고판’

 영국 최대의 다국적 금융서비스기업 바클레이스, 미국 최대의 민간 상업은행 웰스파고, 세계적 외환거래전문은행 도이치뱅크, 물류회사 페덱스까지…. 골프대회는 기업 골프마케팅의 장이다. 미국 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미국 LPGA투어 나비스타 클래식 등에서 자사 제품 미니어처를 활용한 티잉그라운드의 티 마커가 눈길을 끈다.

대회 후원 통해 글로벌기업 가치 상승
고객 초청부터 경품까지, 다양한 이벤트

스크린골프업체도 동참, 후원기금 마련
선호도 높고 평생 즐길 스포츠 인식

앞서 언급한 바클레이스, 도이치뱅크, 페덱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골프대회 후원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에 브랜드를 노출시킴으로써 글로벌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여 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 침체 속
선전하는 골프마케팅

골프는 여전히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 그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다 해도 마케팅의 키워드로 굳건하게 버티는 분야가 바로 골프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드는 스타 골프선수 후원과 대형 골프대회 개최, 소규모의 아마추어골프 이벤트까지 폭넓은 범주에서 기업들이 골프를 매개 삼아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왜 골프일까? 무엇보다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소비자들이 골프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골프라는 말 자체가 위화감 조성이나 ‘그들만의 게임’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 건 옛날이야기다. 10여 년 전부터 ‘가장 해보고 싶은 스포츠’를 묻는 설문에 단연 1위로 꼽힐 만큼 골프는 선호도가 높은 운동이 됐다. 가격 거품이 대폭 꺼진 골프용품, 회원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골프장의 증가, 스크린골프 활성화 등으로 골프는 더욱 대중과 가까워졌다. 골프는 선망의 대상이자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지녔다는 말이다.
요컨대 골프마케팅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소비자와 이미 골프를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반응(매출 증대 효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마케팅은 크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의 예로는 아마추어골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 프로골퍼와 동반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프로암(Pro-Am)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연습장이나 골프장에서 유명 교습가의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골프클리닉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체나 국내외 자동차 업체 등이 VVIP고객을 위한 초청 라운드나 레슨 기회를 제공하는 것, 골프대회에 홀인원 경품을 내거는 것 등도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관람의 기회를 주는 마케팅은 기업체의 프로골프대회 주최, 프로골프선수 후원, 대회 관람권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거액을 들여 선수를 후원하는 이유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철저한 상업주의로 포장된 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골프마케팅은 시대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여성과 생활, 정보기술(IT), 기부, 문화 등은 골프마케팅과 밀접한 단어들이다.
프로골프 투어에서 성적을 좀 내는 선수라면 대부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대회 기간이 아닌 날에도 좀처럼 쉴 수가 없다. 스폰서 주최의 원포인트 레슨 등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프로암대회나 원포인트 레슨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고객들은 TV나 인터넷으로만 눈동냥 하던 프로들의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기업들은 우수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기업들이 프로선수에게 후원하는 금액은 많으면 1년에 수억원에 이르지만 결코 터무니없는 액수는 아니다.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확신하기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다. 메인스폰서들의 경우 선수들의 모자에 새긴 로고로 기업이나 브랜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1년에 수억원
결코 많지 않다

용품 후원업체는 자사의 제품을 쓰는 고객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라운드 행사를 여는데 이때 계약 선수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용품업체들은 최근 몇 해 전부터 VIP 초청라운드에 특정 홀의 홀인원 부상으로 고급 승용차를 내건다. 프로대회에서나 보던 ‘귀한’ 상품이 고객 대상 행사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BMW, 아우디 등 수입차가 많은데 실제로 홀인원이 나와 ‘대박’을 터뜨린 고객들이 꽤 된다.
기업들 사이에서 고객 초청 라운드가 일반화된 요즈음 이처럼 차별화된 이벤트와 경품으로 기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경쟁 아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수고객 초청 골프대회에 인기가수의 공연이 편성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여행상품권과 대형TV 등이 아낌없이 내걸린다. 유명 프로골퍼를 섭외해 고객에게 원포인트 레슨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고객 초청라운드에는 언제나 신청이 폭주한다. 계획했던 것보다 몇 팀씩 예약을 더 잡아야 하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 기업 측으로서는 우수고객들을 필드에서 만남으로써 고객의 신상과 취향 등을 직접 파악하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드에서 얻은 펄떡거리는 정보를 통해 기존 고객의 가족화와 함께 잠재 고객에 대한 접근 방법까지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관리·홍보
효과 1석2조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골프존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고객들과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이 어우러진 대회를 열어 문화·예술 분야 후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골프존 하면 떠올리는 스크린골프를 넘어 ‘토털골프문화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 중인 골프존은 선운산CC(현 골프존 카운티 선운) 인수를 기점으로 이 같은 스킨십 마케팅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까지 발을 뻗었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에서 LPGA투어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부터다. 골프존의 최신 연습 시뮬레이터인 GDR(Golfzon Driving Range) 2대를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 기증했는데 투어프로들과 갤러리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김영찬 골프존 대표는 “최고의 골프투어인 LPGA와 골프존과의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은 글로벌 골프 역사에 매우 뜻 깊은 만남으로 새겨질 것”이라며 “앞으로 역량 있는 수많은 LPGA선수들과 함께 글로벌 골프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하고 긴밀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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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