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겨울별미 특집 ③거제-외포 대구탕

알 꽉 찬 대구 “겨울철 귀족 납시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을 아는 미식가들은 겨울이면 거제 외포리로 모여든다.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대구 산란기고, 이때 잡히는 대구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큰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
입 호사시키고, 풍경으로 눈 행복하게

경남 거제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외포리는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로 둘러싸인 진해만이 대표적인 대구어장이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새끼대구가 찬 바닷물을 따라 멀리 베링해까지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 산란하러 돌아오기에 겨울철 거제도는 대구가 풍년이다.
한때 지나친 어획으로 대구가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대구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구가 거제 앞바다로 돌아왔다.
요즘 대구잡이 배는 매일 새벽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간다. 어장에 설치한 그물을 걷어 올리기 위해서다. 대구잡이에는 통발 모양 호망을 사용한다. 호망은 길그물과 포위망, 그리고 끝에 원추형 통그물이 붙어 있다. 야행성인 대구를 잡기 위해서는 하룻밤 이상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대구가 밤에 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물에 꿰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처럼 생긴 망에 가둬지므로 60~70cm 대구가 산 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새벽 조업이 끝난 대구잡이 배는 외포에 모여 대구를 내려놓는다. 크고 위협적인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해보이는 대구는 오전 10시부터 외포 어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사는 랩을 하듯 빠르게 말하고, 중개인들은 연신 수신호를 한다. 매일 낙찰가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겨울철 대구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구잡이 배가 모이고 경매가 열리다 보니,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많다. 먹자골목이나 대구탕거리라는 이름이 다소 어색하지만, 포구를 따라 식당 10여 곳이 늘어섰다. 메뉴는 대구탕, 대구찜, 대구회가 대표적이다.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으뜸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진하고 약간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약간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개운

거제에서는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대구찜은 조금 특별하다.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맛을 내는 것은 다른 지역의 조리법과 같지만, 거제에서는 생대구 살이 부서지지 않게 김치에 싸서 찐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겨울철에 대구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만, 생대구회의 식감은 질기면서 물컹하다. 대구 살에 수분이 많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맛도 밍밍하다. 그래서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가 맛있다고 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되어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아침 해장국으로 일품, 뽀얀 대구탕
담백함·신맛 어우러진 특별한 대구찜

대구가 여행객의 입을 호사시켰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행복하게 만든다. 장승포에서 배로 20분이면 도착하는 지심도는 이맘때 동백이 한창이다. 짙푸른 잎사귀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정열적이고 강렬한 동백이 산책로에 뚝뚝 몸을 떨군다. 해안절벽과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 탄약고 등도 볼거리다.
바람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제격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왼편에 바람의 언덕, 오른편에 신선대가 자리한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이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길 만한 넓은 바위다. 바다를 향해 서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두 팔 벌려 포즈를 잡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돌고래 천국 거제씨월드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다면 거제씨월드가 제격이다. 큰돌고래 16마리, 흰돌고래 4마리가 쇼를 펼치는 국내 최대의 돌고래 체험 파크다. 점프하고 춤추는 돌고래 쇼가 평일 2회, 주말 3회에 걸쳐 20분간 펼쳐진다. 물속을 걸으며 돌고래와 교감하는 시 트렉도 경험할 수 있다. 돌고래를 직접 만질 기회도 있다.

거제도의 황홀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는 거가대교가 제격이다. 어스름한 새벽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사장교(4.5km)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기술력이 더해진 합작품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거가대교에 오색등이 켜지면서 다리의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밤을 밝힌다. 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불빛이 노란 줄처럼 이어지며 멋을 더한다. 거가대교는 사장교와 수심 48m의 침매터널(3.7km)로 구성되며 거제도와 부산의 거리를 40분대로 줄였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도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다. 사자바위가 위용을 드러내는 바다의 수평선 위로 붉은 얼굴을 드러내는 태양이 장관을 이룬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지심도→장승포항→거제씨월드→외포 대구탕거리→거가대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바람의 언덕→신선대→거제씨월드→거가대교
둘째 날 : 지심도→장승포항→외포 대구탕거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지심도 www.jisimdoro.com
· 거제씨월드 www.geojeseaworld.com

문의 전화
· 지심도 055-681-6007
· 거제씨월드 055-682-033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거제(고현)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자가운전 정보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고현→거제대로→외포교차로→외포 대구탕거리

숙박 정보
· 라이트하우스호텔 :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3, www.geojelighthouse.com (굿스테이)
· 베니키아호텔거제 :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www.benikeahotel.kr (베니키아)
· 애드미럴호텔 : 거제시 서간도길, 055-687-3761
· 하늘테라스펜션 : 장목면 옥포대첩로, 055-638-3578
· 모네의 정원 : 장목면 유호4길, 055)635-1164, 010-3765-8300, www.mone-garden.com

식당 정보
· 외포효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6340, www.055-635-6340.mbiz114.com
· 양지바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외포등대횟집 : 꽃게장, 장목면 외포5길, 055-636-6426
· 항만식당 :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거제맹종죽테마공원,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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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