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겨울별미 특집 ③거제-외포 대구탕

알 꽉 찬 대구 “겨울철 귀족 납시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을 아는 미식가들은 겨울이면 거제 외포리로 모여든다.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대구 산란기고, 이때 잡히는 대구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이다.

큰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
입 호사시키고, 풍경으로 눈 행복하게

경남 거제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외포리는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로 둘러싸인 진해만이 대표적인 대구어장이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새끼대구가 찬 바닷물을 따라 멀리 베링해까지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 산란하러 돌아오기에 겨울철 거제도는 대구가 풍년이다.
한때 지나친 어획으로 대구가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대구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구가 거제 앞바다로 돌아왔다.
요즘 대구잡이 배는 매일 새벽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간다. 어장에 설치한 그물을 걷어 올리기 위해서다. 대구잡이에는 통발 모양 호망을 사용한다. 호망은 길그물과 포위망, 그리고 끝에 원추형 통그물이 붙어 있다. 야행성인 대구를 잡기 위해서는 하룻밤 이상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대구가 밤에 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물에 꿰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처럼 생긴 망에 가둬지므로 60~70cm 대구가 산 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새벽 조업이 끝난 대구잡이 배는 외포에 모여 대구를 내려놓는다. 크고 위협적인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해보이는 대구는 오전 10시부터 외포 어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사는 랩을 하듯 빠르게 말하고, 중개인들은 연신 수신호를 한다. 매일 낙찰가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겨울철 대구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구잡이 배가 모이고 경매가 열리다 보니,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많다. 먹자골목이나 대구탕거리라는 이름이 다소 어색하지만, 포구를 따라 식당 10여 곳이 늘어섰다. 메뉴는 대구탕, 대구찜, 대구회가 대표적이다.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으뜸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진하고 약간 기름진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약간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개운

거제에서는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대구찜은 조금 특별하다. 고춧가루로 매콤하게 맛을 내는 것은 다른 지역의 조리법과 같지만, 거제에서는 생대구 살이 부서지지 않게 김치에 싸서 찐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겨울철에 대구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만, 생대구회의 식감은 질기면서 물컹하다. 대구 살에 수분이 많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맛도 밍밍하다. 그래서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가 맛있다고 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되어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아침 해장국으로 일품, 뽀얀 대구탕
담백함·신맛 어우러진 특별한 대구찜

대구가 여행객의 입을 호사시켰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행복하게 만든다. 장승포에서 배로 20분이면 도착하는 지심도는 이맘때 동백이 한창이다. 짙푸른 잎사귀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정열적이고 강렬한 동백이 산책로에 뚝뚝 몸을 떨군다. 해안절벽과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 탄약고 등도 볼거리다.
바람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제격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왼편에 바람의 언덕, 오른편에 신선대가 자리한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이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길 만한 넓은 바위다. 바다를 향해 서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두 팔 벌려 포즈를 잡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돌고래 천국 거제씨월드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다면 거제씨월드가 제격이다. 큰돌고래 16마리, 흰돌고래 4마리가 쇼를 펼치는 국내 최대의 돌고래 체험 파크다. 점프하고 춤추는 돌고래 쇼가 평일 2회, 주말 3회에 걸쳐 20분간 펼쳐진다. 물속을 걸으며 돌고래와 교감하는 시 트렉도 경험할 수 있다. 돌고래를 직접 만질 기회도 있다.

거제도의 황홀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는 거가대교가 제격이다. 어스름한 새벽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사장교(4.5km)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기술력이 더해진 합작품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거가대교에 오색등이 켜지면서 다리의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밤을 밝힌다. 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불빛이 노란 줄처럼 이어지며 멋을 더한다. 거가대교는 사장교와 수심 48m의 침매터널(3.7km)로 구성되며 거제도와 부산의 거리를 40분대로 줄였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도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다. 사자바위가 위용을 드러내는 바다의 수평선 위로 붉은 얼굴을 드러내는 태양이 장관을 이룬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지심도→장승포항→거제씨월드→외포 대구탕거리→거가대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바람의 언덕→신선대→거제씨월드→거가대교
둘째 날 : 지심도→장승포항→외포 대구탕거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지심도 www.jisimdoro.com
· 거제씨월드 www.geojeseaworld.com

문의 전화
· 지심도 055-681-6007
· 거제씨월드 055-682-033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거제(고현)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자가운전 정보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고현→거제대로→외포교차로→외포 대구탕거리

숙박 정보
· 라이트하우스호텔 :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3, www.geojelighthouse.com (굿스테이)
· 베니키아호텔거제 :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www.benikeahotel.kr (베니키아)
· 애드미럴호텔 : 거제시 서간도길, 055-687-3761
· 하늘테라스펜션 : 장목면 옥포대첩로, 055-638-3578
· 모네의 정원 : 장목면 유호4길, 055)635-1164, 010-3765-8300, www.mone-garden.com

식당 정보
· 외포효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6340, www.055-635-6340.mbiz114.com
· 양지바위횟집 :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외포등대횟집 : 꽃게장, 장목면 외포5길, 055-636-6426
· 항만식당 :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거제맹종죽테마공원,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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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