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유인나의 ‘성추행 고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유인나는 지난 13일 SBS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해 전 소속사의 유명 가수 출신 이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연예계 관련 종사자가 연예인 지망생을 욕보이는 경우가 간혹 발생해 소속 연예인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까지 입히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인나 “17세 때 기획사 이사가 성추행” 고백
가수 J씨도 성폭행 당해…나체사진 촬영 협박도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유인나의 ‘성추행 고백’ 발언 내용은 유인나가 17세 때 들어간 대형 소속사의 이사가 승용차로 자신을 집에 바래다주던 도중 스킨십과 키스를 시도했다는 것. 그녀가 급히 얼굴을 돌려 입술이 뺨에 닿았는데, 문제의 이사는 이 사실을 함구하도록 강요했고, 유인나는 집에서 울면서 500번도 넘게 볼을 닦았다고 했다.
방송 직후 유인나의 전 소속사와 유인나를 성추행한 문제의 가수 출신 이사에 관련된 검색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어린 학생을 꾀해 그런 행동을 하다니, 꼭 밝혀야한다”, “파렴치한이다” 등의 비난도 쏟아졌다.
이번 발언으로 ‘뜨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꾐으로 신인연예인에게 성추행, 더 나아가 성상납까지 일삼는 소속사의 횡포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비단 유인나 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실력 있는 매니저들의 눈에 들기 위해 성상납을 하는 신인연예인들은 과거 연예계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매니저들이 연예계에서 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사 여가수를 상습 성폭행 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모 연예기획사 대표 B씨가 소속 여성그룹 멤버 J씨를 상습 성폭행 한 것. B씨는 J씨가 전 소속사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접근해 “우리 회사를 통해 스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지난 2007년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폭행 하는 등 2008년 초까지 3차례 J씨를 성폭행 했다.
또한 B씨는 J씨가 “가수를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J씨의 나체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연예인 지망생인 16살 A양을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 한 모 연예기획사 실장 Y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Y씨는 연예기획사 직원들이 모두 다 퇴근하자 A양에게 “가수 오디션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며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로 불러내 성폭행 했고, 그 과정에서 Y씨는 반항하는 A양을 폭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려지지 않은
사고와 스캔들 많아
같은 해 4월에는 ‘연기자 및 가수지망생 모집’이란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 온 여고생 2명에게 “유명 가수가 되려면 성상납을 해야한다. 유명 가수로 키워주겠다”며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모 인기그룹의 음반제작자였던 모 기획사 대표 K씨가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K씨를 고소한 여고생 중 한 명은 가수지망생이고, 다른 한 명은 탤런트 지망생이었다. 가수지망 여고생은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K씨의 말에 속아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에 호소한 것. 탤런트 지망 여고생은 동거를 하다시피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오다 역시 속은 것을 알고 고소장을 냈다.
특히 K씨는 고소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친구까지도 은밀히 만나 성적노리개로 삼아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길거리 캐스팅’ 접근하는 매니저 경계
한밤중 술자리 자주 불러내면 의심해야
돌아보면 유인나의 고백 전에도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성추행 또는 성상납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었다.
2009 아시아 모델 어워드 레이싱모델 부문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이수진은 “이메일 등을 통해 제의 받은 적이 있다”며 “하루 스폰서 비용으로 500만원을 제시했다”고 전했으며 플레이보이 모델 이파니 또한 “엑스트라 시절 성상납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스폰서는 대가성 성상납을 보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 말이다. 이렇듯 일부 기획사들은 부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부당한 요구도 감수하겠다는 연예 지망생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광고 보고 찾아 온 여고생
“키워주겠다” 성관계 요구
연예인의 성공신화만을 보고 연예계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에게 ‘내 말만 잘 들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주문을 걸 듯 말이다.
화려한 이미지만이 연예인을 규정하는 척도로 인식하며 대박 환상을 좇는 연예계 지망생들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그들이 꿈을 이용하는 기획사들의 비겁하고 추악한 횡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예계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스타지망생들에게 불량 매니저 구분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매니저가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싸이더스, SM, 예당 등이 바로 대형기획사 범주에 드는 매니지먼트 사다. 좋은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기획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연락해 확인해 보면 된다. 일단 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회사는 신생기획사다. 신생기획사들은 아무래도 전통 있는 대형기획사들에 비해 교육환경 등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둘째, ‘길거리 캐스팅’에서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연예학원들도 일반인들을 써서 길거리에서 학원생을 이 같은 방법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되기 위해선 학원에 등록해 연예인의 자질을 먼저 익혀야 하고, 학원 수강 뒤에는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알선하겠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매니저들은 자신이 직접 돈을 투자해서 가수나 연기자를 만든다. 한 마디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기획사는 ‘문제의 기획사’라고 보면 된다.
셋째, 매니저가 스타급 연예인과 친분을 강조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스타급 매니저들은 대부분 다방면에서 들어오는 부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자신의 일을 숨기려 한다.
넷째, 한밤중에 여자 연예 지망생들을 술자리에 자주 불러내는 매니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 후원해 줄 사람을 소개해 준다느니, PD나 영화감독에게 보인다는 명목을 대지만 이 같은 자리에 참석할 경우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 모 연예인 매니저는 “현재 연예계에 관련 된 한사람으로 이런 사건 때문에 한편으로 억울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극소수의 얘기인데 우리가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며 “이 같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예지망생들이 불량한 매니저와 선량한 매니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