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억 배우’ 오달수

대작엔 꼭…빠지면 서운한 감초 "통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씬 스틸러. 흔히 주연보다 잘나가는 조연을 두고 우린 이렇게 부른다. 그들은 주연보다 등장하는 ‘씬’은 적지만 단 몇 분 안에 관객의 시선을 ‘스틸’해 버리는 능력자들이다. 한국영화에도 이러한 자들이 있다. 고전적으로 감초라 불리는 그들은 밥상에 비유하자면 반찬과 같은 존재다. 반찬이 없다고 해서 밥을 못 먹겠냐마는 싱겁다 못해 넘길 수 없을 만큼 퍽퍽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감초가 없다면? 모르긴 몰라도 영화가 밍밍하다 못해 곤욕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한 달 후 최고의 반찬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온다. 비록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몇 공기는 뚝딱할 수 있는 반찬, 그런 밥 도둑 같은 배우 오달수가 <국제시장>에 이어 스크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제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개장수’역을 맡아 관객에게 더욱 강력한 웃음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벌써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은 2011년에 개봉해 470만명의 관객을 모은 동명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작이다.

대학생 신분
극단에 진출

오달수는 1968년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경상도 사나이’다. 충무로에 진출하기 전까지 줄곧 경상도권에서 지낸 그는 말을 할 때 사투리의 강한 억양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배우로 유명하다. 자칫 배우로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타파해 버린다.

송강호의 연기도 이러한 편견을 깨는데 일조했다. 서울에 있는 한 예술대학교 특강자리에서 오달수는 자신의 억양에 대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사투리 때문에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넘버3>에서 송강호 선배의 사투리 연기가 확 뜨면서 사투리 연기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에 있는 동의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그는 당시 인쇄물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때 단골이던 ‘가마골소극장’에 자주 드나들 기회가 생겼고 그곳의 단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공연을 보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는 당시 연기하던 배우들과 함께 연기자로 나아가게 된다.


1990년부터 그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게 된다. 그곳에서 3개월을 지낸 후 <오구>라는 연극에서 처음 단역을 맡으며 무대에 선다. 이후 <남자충동> <인류최초의 키스> <흉가에 볕들어라> 등 다양한 무대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도 소극장 등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의 삶은 넉넉하지 못했다.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연극 무대에 설 때 월급이 15만원 정도 됐다”며 “다음 월급 날까지 끼니를 해결할 라면을 먼저 사 놓고 나머지를 생활비와 술값 등으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20대 청춘의 시절을 전부 연극에 바친 그이기에 가능한 생활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극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현재 그는 ‘신기루 망원경’ 극단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매번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서 후회한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면서도 “나도 그렇지만 우리 극단의 후배들도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배웠으면 한다. 그래서 극단 후배들이 올리는 공연에 아쉬운 점이 보여도 간섭하지 않는다. 직접 느껴서 자기 살로 만들어야한다”며 후배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누적관객 1억명 돌파
충무로 미친 존재감…출연만 하면 구름 떼

그의 재능을 담기에 연극 무대가 너무 작았던 것일까. 그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하여 본격적인 충무로 진출을 알린다. 비록 영화판에서는 신입이었지만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극무대에서 쌓아온 내공은 그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없었다. 이후 그를 눈여겨 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사설감옥 사장 ‘철웅’역으로 오달수를 캐스팅한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이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극중 오대수(최민식)의 이빨을 뽑으려 할 때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겁해지는 거래. 그니깐 상상을 하지마. 그럼 용감해질 수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보이는 음흉한 미소는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투영시키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극 속에서 오달수는 낯선 외모와 독특한 몸짓, 그리고 말투로 극사실주의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배우가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이미지의 고착화, 그리고 소진이다. 대표작이나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후 그 역할에 심취해 다른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는 경우를 우린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달수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완벽히 자유로운 배우다. 그는 <올드보이>에서 섬뜩한 악역 연기를 한 후 곧바로 <효자동 이발사>에 출연해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이후 그는 <달콤한 인생> <음란서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영화에서 때론 조폭으로 때론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 또한 넓혀간다. 심지어 그는 놀랍게도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방류된 독극물에 의해 돌연 변이된 ‘괴물’의 목소리 연기도 해낸다.

연기에 바친
20대 청춘

그렇게 그는 2002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영화를 찍었고 결국 지난 3일 <국제시장>의 700만 돌파와 함께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누적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국제시장> 전까지 12년 동안 서른아홉 작품에 출연해 만들어낸 쾌거였다. 지난해에는 <7번 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한해 두 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부터 그가 영화에 출연 할 때마다 충무로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1억 관객을 기록한 것에 대해 “관객 여러분 덕분이다”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기분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가 출연한 작품의 총 관객을 굳이 따지자면 1억25만명 정도 된다”며 “25만명은 연극 무대를 찾은 관객이다. 힘들었지만 그때 극장을 찾은 25만의 관객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밝혀 어려운 연극생활에 힘을 준 관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누적 1억 관객 돌파는 꾸준한 작품 활동과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관객을 불러 모으는 흥행적 요소가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대기록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가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에서 함께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감독들이 누구나 캐스팅하고 싶어하는 워너비 배우로 거듭난다.

맡은 역할은 강하지만 그의 푸근한 인상과 인간적인 모습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가 학창시절까지 보낸 부산에서는 팬들 사이에서 ‘달수 행님(형님의 경상도 사투리)’ 또는 ‘달수 오빠야’ ‘달수 아저씨’로 불린다고 한다.

그는 충무로에서 ‘바른 사나이’로 유명하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만들어낸 ‘너무 예의바른 남자’ 캐릭터가 오달수를 보고 만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항상 겸손하고 깍듯한 모습을 유지한다. 또한 그는 ‘충주중앙병원’에서 환자 위문행사와 토크쇼를 갖는 등 바쁜 와중에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후배를 위하는 배려심에 있어서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배우다. ‘금정 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인 ‘부산의 청춘들아 기죽지 마라’에서 그는 ‘영화배우 오달수가 되기 전’이라는 주제로 연극단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관객과 공유했다. 이어서 그는 예술가의 눈으로 보는 서울과 부산의 청년문화를 비교해 현실적이면서 진솔한 얘기를 전했고 부산의 청년문화가 서울보다 부족한 부분, 더 나은 부분 등을 관객들과 함께 토론했다. 그리고 관객과 격이 없는 대화의 시간도 잊지 않았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일까.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남이다. 이번에 함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김명민은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오달수에 대해 “현장에서 달수 형과의 조합이면 더할 것도 없이 행복한 작업이다”며 “어떤 헤어진 집사람을 다시 만나서 사는 그런 기분이 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곧 1000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은 극중 달구 역할은 오달수가 아니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감을 표현했다.

호흡 맞는 배우?
송강호와 황정민

그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배우는 송강호다. ‘국민 배우’라 불리는 송강호는 오달수와 <효자동 이발사>를 시작으로 <괴물> <우아한 세계>를 비롯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푸른 소금> <변호인> 등 총 7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평소 오달수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는 <변호인> 촬영 당시 서로의 호흡에 대해 “상황에 몰입하면 기가 막히게 나를 받아낸다”며 “굉장히 흡수력이 강하고 이질적인 느낌이면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라고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최근 개봉한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국제시장> 속 오달수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잇따른 흥행으로 어느새 주연으로까지 성장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극중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절친한 죽마고우 달구(오달수)로 나오는 그는 기존의 친구 캐릭터와 사뭇 다른 모습을 연기한다. 주인공의 친구는 일반적으로 극의 전개에서 끌려가기 마련이지만 달구는 오히려 덕수를 이끌고 간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사건을 물어다 주는 등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꾼으로 나온다.

맛깔 나는 밑바닥 연기 일품
남다른 열정…서민적인 배우


뿐만 아니라 그는 그 세대를 살던 사람들의 옷가짐, 행동은 물론 정서까지 적절하게 표현해 관객에게 리얼리즘을 불어넣었다. 극중 유행에 민감한 부산 청년인 달구는 그 당시만 해도 낯선 청바지에 빨간 가죽 자켓을 걸치고 머리를 한껏 빗어 넘긴다. 이후 한국에까지 여성 팬을 확보하게 될 제임스 딘을 따라한 것이다.

또한 뭔가 흐느적거리며 껄렁한 걸음걸이를 통해 그 당시 한창 잘나가시던 형님들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고 무도회에서 현란한 손목 스냅과 발재간을 이용해 트위스트를 추던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잘나가던 오빠들의 그것과 같았다. 비록 <국제시장>이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황정민과 김윤진, 그리고 오달수라는 연기 귀재들이 있었기에 자칫 유치해 질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지금과 같은 휴먼 영화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거지, 조폭…
다양한 연기색

데뷔 초기에는 배우 오광록과 유사하다며 헷갈려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름 석자를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색깔 있는 연기와 변화무쌍한 모습, 그리고 인간적인 냄새와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그를 더이상 재야에 묻어둘 수 없는 배우로 만들었고 이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연기자로 거듭났다.

거의 모든 배우들은 영화 시나리오를 받게 되면 매니저 또는 소속사의 담당 직원이 먼저 검열을 한다. 그러나 오달수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읽어보고 선택한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의 꼼꼼함과 연기에 대한 고민,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지금과 같은 대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족지혈’과 같던 분량을 가진 배우에서 이젠 ‘군계일학’의 연기를 선보이는 오달수, 그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임에 틀림없다.

 

<chm@ilyosisa.co.kr>

 


[오달수 주요 출연작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달콤한 인생(2005)
▲괴물(2006)
▲음란서생(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8)
▲방자전(2010)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7번방의 선물(2012)
▲도둑들(2012)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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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