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무성 왕따' 노림수

아직은 '박근혜 시대'…하극상 용납 못해?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7·14전당대회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왔던 친박계가 최근 대대적 '김무성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공교롭게도 친박계의 공세는 지난해 연말 박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사 7인의 비밀회동 이후 본격화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당청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배제하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 7인(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서청원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태환·서상기·안홍준·유기준 의원)이 지난달 19일 비밀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날은 박 대통령의 대선승리 2주년 기념일이자, 헌법재판소가 사상최초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한 역사적인(?) 날이다.

박 대통령·친박계
수상한 비밀회동

박 대통령이 친박계 의원들만 따로 불러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따른 국정 쇄신책, 공무원연금개혁 법안 처리,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경제 살리기, 기업인 가석방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확실한 자기편인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적 당청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무성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 대통령으로선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장악한 당도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던 터였다. 박 대통령이 '믿을맨'인 친박계를 통해 당을 다잡아,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할 법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사흘 뒤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김 대표를 향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박 이사장은 지난 총선 당시 '국민생각'을 창당,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인사들과 친이계 일부 인사들을 받아들여 보수를 분열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던 인사다.

특히 박 이사장은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 당시 박근혜 대표의 행정도시법(세종시) 찬성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때문에 친박계에선 박 이사장을 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하극상을 일으킨 문제인사이자, 배신자로 보고 있다.

7인 '비밀회동' 후 대대적 '김무성 때리기'
반환점, 당 친정체제 강화…믿을 건 친박뿐?

며칠 뒤에는 박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초청자 명단에 당3역(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중 한 명인 이군현 사무총장의 이름이 빠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총장은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으로, 현재는 친무(친김무성)계로도 분류되는 인사다.
 

당시 이 총장보다 당 서열이 낮은 친박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명단에 포함돼 김 대표가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소관부서인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실무과정 중에 빚어진 일"이라며 "완성되지 않은 명단이 건너간 것이고, 정식 초청 명단에는 이 총장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은 명단'이라는 해명은 청와대의 우선순위에 이 총장보다 김 수석부대표가 우위에 있다는 뜻과 다름 아니어서 설득력이 약하다.

나아가 지난달 30일에는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35명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모임을 열고 김 대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당 대표의 모습은 92%를 '득템'(수확이란 뜻의 인터넷 은어)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청은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전례 없이 당청관계가 삐거덕거리고 금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외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김 대표를 향해 "당직 인사를 제멋대로 한다"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 "그동안 발언을 자제했는데 이제부터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여권 안팎에서는 친박계 의원 송년회 일정이 당초 전날 저녁이었지만, 김 대표와 측근 의원 10여명이 기자들과의 송년 오찬을 30일로 잡아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날짜를 일부러 옮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부글부글 김무성
당무감사로 반격?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친박계의) 그런 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오해에서 생긴 이야기는 잘 이해시켜주는 노력을 하겠다"고 공식적 대응을 자제했다.다만 비밀회동에 대해서는 "우리 박 대통령이 다 좋은데 소통이 부족하다고 다들 지적했지 않았느냐"며 "그렇게라도 만나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의원과 그런 형식의 소통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김 대표가 강하게 반발할 경우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직접 충돌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 주변에서는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핵심들만 불러 박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것은 자칫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지금 여러 가지 상황들이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대표가 수십 차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사당화 논란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측근 의원은 "김 대표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어 당장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친박계가 계속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 반격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올해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을 맡고 있는 지역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당무감사는 전국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조직 상황을 점검하고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결정짓는 기초 작업이다. 때문에 '살생부'에 비유되기도 한다.

친박 역습에 비박계도 반격 카드 만지작
'친박 대 비박' 권력투쟁 화약고 수두룩

지난해 이군현 사무총장은 246개 당협 중 위원장 공석 지역 12곳과 원외 지역 97곳 등 총 109개 당협을 감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원내 당협에 대해서는 당무감사를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무감사에 예외는 없다"며 "새해에는 원내에 대한 당무감사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간 싸움으로 비춰질 것을 염려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친박계가 계속 자극해올 경우 맞불작전식으로 원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40명 안팎에 달하는 당협위원장 대다수가 친박계로 교체된 바 있다.
 

당무감사와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는 연계된 측면이 있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고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의 교체와 직결된 당무감사와 여론조사 등 공천개혁의 근거를 책임지는 여의도연구원장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친박계가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차기 총선에서의 생존권과도 연결된 문제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거센 반발 속 김 대표가 박 이사장의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는 양측 갈등의 수위를 정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휘발성 큰 화약고 다수
여 권력투쟁 지속될 듯

이런 가운데 양측의 격돌은 올해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발생한 4월 재보선이 친박계와 비박계 전면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친박계는 '김무성 책임론'을 내세우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이주영 의원간 2파전으로 압축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유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잦은 쓴소리로 탈박(탈박근혜)계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당 사무총장 고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김 대표와도 지난해 말 화해하며 관계를 회복했다.


반면 이 의원은 친박계 송년회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친박계 쪽 줄을 확실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당직자 인사, 개헌 논의 등 휘발성이 큰 화약고가 널려 있어 여당의 권력투쟁은 올해 내내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쓴소리
"새누리, 부부싸움도 정도껏 해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당 비대위원 겸임)이 지난달 31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김무성 대표를 대대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부부싸움도 정도껏 해야지 이웃이 잠도 못 잘 정도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현 정권이 들어선지 2년도 안 됐는데 국민 보기에 집안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비선실세, 측근갈등으로 밤을 새우고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싸움에 날이 저물고 있다"며 "집권세력의 집안싸움은 집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야당이 보기에도 민망한데 국민의 심정은 어떻겠냐"며 "집권세력이 안정감을 줘야 안정하고 경제심리도 호전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자중자애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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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