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밀조직 양우공제회 실체 '소문과 진실'

고급 정보로 수천억 굴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정원 내 비밀조직인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가설이다. <일요시사>는 가설 검증을 위해 확인 가능한 사실을 모았다. 양우공제회가 벌려 놓은 투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권위주의 시절 국가안전기획부(구 중앙정보부)가 자신들의 원훈으로 삼았던 말이다. 김대중정부 들어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대정정부는 국정원의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하지만 정권이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양지를 지향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의문투성이
양우공제회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자신들의 원훈인 '양지'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설립 초기부터 '양지(陽地)'란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상조모임인 양우공제회에도 양지가 숨어있다. 양우에서 양은 볕 양(陽)자, 우는 벗 우(友)자를 쓴다. 양우공제회는 1970년 발기된 후 지금껏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양우공제회의 실체는 외부로 공인된 바 없다. 국정원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상조회 내지는 친목모임이라는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이에 반해 양우공제회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쪽에선 '정치자금 관리'나 '불법 자산증식'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또다시 고개
이재명 시장 주장…공제회 통해 투자설


일반인들에게 양우공제회는 '먼 나라'의 얘기다. 대선개입 의혹과 간첩조작 혐의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도 양우공제회만큼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다. 정치권도 건들지 않았다. 여기에 국정원 특유의 '비밀주의'가 더해져 양우공제회는 어디에도 감시받지 않는 '금고'로 남아있다.

수면 아래 있던 양우공제회는 2014년 연말 뜻밖의 사건으로 재조명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해진(해운) 명의로 등록된 세월호의 실제 소유자는 누구일까? 나는 여전히 국정원 소유임을 확신하며 '양우공제회'의 존재로 그 확신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주장의 근거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세월호 선박의 화장실 휴지에서부터 직원 휴가까지 80여 가지 사항을 국정원이 시시콜콜 지적한 점. 둘째, 세월호 선박 사고 시 가장 먼저 국정원에게 보고토록 한 점, 셋째, '양우공제회'가 선박투자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를 취재한 <월간중앙>의 기사도 함께 링크했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법적근거도 없는 투자기관으로 모든 운영사항이 비밀로 취급된다"며 "수천억대 자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국정원이 선박을 취득·운항한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다음날에도 이 시장은 '국정원 지적사항'을 공개하며 "국가정보기관 입장에서 한 것일까요? 아니면 실소유자로서 한 것일까요?"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세월호 실소유주
연이은 의혹제기

앞서 <일요시사>는 '국정원 세월호 개입설 진상(인터넷판 2014년 8월4일)'이란 기사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및 세월호 보고체계와 관련한 의혹을 추적한 바 있다.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이며 2013년 2월26일 오전 11시56분께 저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작성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 지적사항'이다. 항목별로 94가지의 작업 내용이 적혀있고, 5가지의 불량 항목이 기재돼있다. 문서에 적시된 사항은 대체로 국정원 고유의 업무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갤러리룸(전시실) 천정 칸막이 및 도색작업, 분리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선정, 레스토랑·편의점 유리 파손면 썬팅보수, 여성샤워실 누수 부분 용접 및 배수구 분리작업 등이 체크리스트에 표기돼 있다.

기자는 문서를 들고 해양대를 졸업한 일등항해사와 만났다. 그는 문건에 적힌 항목을 보고 의아해했다. "국정원이 왜 지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모두 단순 작업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형광등을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조타기·전자변 수리, 비상발전기·마그네틱콘텍터 보수, 메인 엔진 베어링 교환 등 점검 사항이 많을 텐데 그런 사항은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대목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합동예비조사(보안측정 등)였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2건) ▲비상시를 대비한 객실 내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탈출 방향 화살표 제작·부착 등만 지시했고, 나머지 사항(96가지)에 대해선 국정원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국정원이 아니라) 항만청을 포함한 6개 기관(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천해경·기무사·국정원)의 합동 지적사항이었다"고 거들었다.

선박투자부터
부동산투자까지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했다. 왜 하필 문서 제목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했던 것일까. 기자는 문건에 등장한 P사, G사, '차장님' 임모씨 등과 차례로 접촉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작업을 실제로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했다.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최우선 보고 대상이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에 보고토록 돼 있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국정원 지적사항'이 작성되기 전날인 2013년 2월25일 작성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국내 1000t급 이상 내항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모두 분석한 결과 해양사고 시 국정원에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췄던 여객선은 세월호가 유일했다"고 밝혔다. 가장 규모가 큰 '씨월드고속훼리'의 '씨스타크루즈'도 국정원보고 체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이 정한 것이지 국정원이 문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선박투자는 어떻게 된 일일까. 국정원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단 국정원의 상조회이자 외곽조직인 양우공제회가 '선박사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양우공제회에 '의무가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2010두14800)는 국정원이 작성한 '퇴직금 산출 명세서'에 '양우공제회 퇴직금 산출' 항목이 '공무원연금공단 퇴직금 산출' 항목과 병행 기재돼 있음을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의 급여명세서에는 '양우공제회 기여금 공제내역'이 기재돼 있었고, 국정원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양우공제회 퇴직금은 기여금을 운용하여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지급된다"고 증언해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상조회? 금고?…역할 해석 분분
직원들 급여 공제해 자금 운용

또 국정원 급여명세서에는 '기금' 명목의 돈이 월급에서 빠져나가거나 환급된 것으로 처리돼있었다. 명절비는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기타 보너스' 항목을 살펴보면 창립기념일, 휴가, 명절은 물론 크리스마스나 김장 명목으로도 현금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관은 "명절 때 보너스는 고사하고 선물세트도 구경해 본 일이 없다"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보너스를 지급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의 이런 '현금'은 어디서 난 것일까. 과거 <신동아>는 '양우공제회 미스터리'란 기사에서 '딥 스로트(내부 고발자)'의 말을 인용해 "국정원은 국정원 예산과 양우공제회 기금을 분명히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양우공제회는 국정원법이 아닌 민법에 의거하여 설립됐으나 사실상 국정원의 비밀금고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논지였다.


지금도 양우공제회의 존재는 공무원집단의 영리추구를 금지한 법령(국가공무원복무규정 25조 1호)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교직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 등 유사 '영리 공제회'는 각각 현직이 아닌 퇴직 공무원이나 경영 전문가를 두고 운영 중이다. 국정감사도 받는다. 하지만 양우공제회는 감사는커녕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002년 4월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파크밸리골프장(18홀)의 대주주인 양우공제회를 상대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당시 국정원은 파크밸리골프장의 원소유주인 삼양식품으로부터 현금 500억원을 주고 해당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작성된 파크밸리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운영사인 강원레저개발 주식 100%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 500여억원을 빌려주고 연 8.5%의 이자도 받고 있었다.

양우공제회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월간중앙>은 이들이 소유한 충북 충주시 골프장 부지(약 50만평)가 약 600억원 규모라고 봤으며, 2007년에는 중국 현지의 골프클럽 조성사업을 위한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골프장 개발업체인 제피로스㈜의 지분을 292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7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양우공제회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N골프장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이 특정 사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도로점용허가나 도로연결허가 등의 민원을 넣은 사실도 확인했다. 골프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경기 안양 등에 골프연습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우공제회는 부동산 투자에도 관여했다. 검색으로 확인되는 부동산만 수십억원 규모였다. 땅은 물론 일반주택, 공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물론 직접 투자가 아닌 펀드조성을 통한 간접 투자로 명의를 세탁했다. 돈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2006년 모 은행이 양우공제회 예금 120억원을 횡령했지만 국정원 측은 돈의 성격을 놓고 "비밀"이란 말만 중언부언했다.

국가기밀 핑계로
묻지마 자금운용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모든 논란은 그들이 자초한 '비밀주의'에서 시작됐다. 비밀로 해야 할 정당한 근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국정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 보건복지관실이 2012년 제출한 자료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2008년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항공기펀드(2호)에 67억원을 투자했다. 항공기를 매입해 항공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챙기는 구조였다. 그러나 태국의 소요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양우공제회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원금의 10분의 1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양우공제회는 대신증권이 모집한 선박펀드에도 참여했다. 대신증권이 작성한 분기보고서(2013년 7월)를 보면 양우공제회로부터 19억6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대신증권은 해양상선에 투자했지만 배가 침몰하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후 "국정원이 선박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과연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한 것일까. 이 시장이 피소된 명예훼손 소송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