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재계' 한숨부터 나오는 이유

얇아지는 월급봉투 보너스 꿈도 못꾼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달성한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보수제도. 즉, 성과급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구조조정이 몰아치더니 성과급은커녕 임금 동결에 삭감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둑한 월급봉투를 기대했던 직장인들은 온통 풀이 죽었다. 재계가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새해를 맞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국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삼성이 지난 2013년 올린 380조원의 매출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1428조원의 26.6%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매출 상위 100개 기업이 고용한 직원은 1만7669명으로 삼성의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3곳에서만 6448명(36.4%)을 충원했다.

"해고만 제발…"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 전체의 약 30%에 달하며 삼성DL 2013년 달성한 1572억달러의 수출액은 한국 전체 수출액 6171억달러의 25%에 해당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고 삼성전자 매출액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경제가 '긴장'상태에 빠진 이유다.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임금 한파'도 삼성그룹으로부터 시작됐다. 연말만 되면 다른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삼성그룹 직원들의 성과급 봉투가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달 22일 삼성그룹은 자사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TAI(생산성목표인센티브) 지급 규모를 발표했다. 최고 성과급을 자랑하던 삼성의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100%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37.5%의 TAI를 받게 됐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는 아예 TAI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들의 TAI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영지원 직군도 50%를 지급받는 데 그쳤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 전 직원의 임금을 동결한 이래 처음으로 2015년 임원 2000여명의 임금을 동결시키기로 했다. 직원 10%도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된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임금 동결은 사실상 삭감이나 마찬가지다. 그룹 차원의 신년 행사도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사장단들은 합숙은 물론, 겨울 휴가 대신 주말 출근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의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 그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임금 동결·삭감…대기업 연쇄 후폭풍
새해 경제 상황 적신호 "앞이 어둡다"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SK그룹의 주력 사업 역할을 해 왔던 SK이노베이션은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임원들이 연봉 10∼15%를 자진반납했다. SK이노베이션은 37년만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말 대비 배러당 약 35달러 하락한 유가로 인해 4000억원 이상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임원수를 15% 축소한데 이어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사업본부 조직은 7개에서 5개로 줄었다. 2012년 2013년에 이어 2014년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해 초 각각 350%와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성과급 지급이 불투명한 상황.
 

조선업계 역시 올해 실적 유지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만이 최근 100%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을 제외하고 성과급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임단협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은 기준과 시기, 범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임원들은 지난해 6월 급여의 30%가량을 반납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은 그룹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임원 262명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성과급 지급이 불투명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반기 자회사인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LNG 터미널 등 3개 자회사 동시 매각 작업을 시작한 데 이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임원들이 임금 30%를 반납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노사 합의에 따라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임금을 동결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5월 이미 임직원 300명을 줄인 바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700명 수준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김연배 부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11월 이후 한화생명은 12본부 50팀이던 조직을 3부문 7본부로 41팀으로 축소하고 전무 6명 중 4명을 보직 해제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최근 노조와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노사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파업 사태까지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잇단 임단협 파행

현재까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LG전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타 그룹에 비해 임금이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위기론을 강조해 오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주력 계열사 실적이 떨어지고 있어 임금 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노사 합의가 필수적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임금 동결·삭감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대규모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될 수 있는 대규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윤모씨 등 23명은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을 재산정하기로 합의한 상황. 이번 소송에서 현대차가 패소한다면 4만7000여명의 근로자에게 총 5조3000억원의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그룹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13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